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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5월은 '감사의 달'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고맙지 않은 분이 하나도 없다. 모두가 감사하고 신세를 지고 살아간다.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늘 마음에 담고 살아가기는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앞세워 합리화시키는데 급급하다. 그런 내 자신이 싫어진다.

▲ 존경하는 선생님
ⓒ 정기상
잊을 수 없는 선생님이 많이 계신다. 초등학교 때의 은사님도 그렇고 중학교 때의 스승님도 계신다. 어디 그뿐인가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에 다니면서 수많은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모두가 훌륭하신 분이고 그 은혜가 태산보다 높다. 여러 가지 핑계를 내세우기만 하고 있었다. 오월이 되면 죄송스러움이 앞선다.

대학을 졸업한 지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무엇을 하였는지 모르겠다. 돌아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열심히 살았다고 믿었는데,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 공수래공수거라고 하지만 너무 허망하다.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기는커녕 외면하면서까지 달려왔는데, 비어 있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한글로 된 절
ⓒ 정기상
정신을 차리고 올 스승의 날에는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정작 무엇인가 해보려고 하니, 막막하다. 방법을 찾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쑥스럽기까지 하였다. 여태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막상 하려고 하니, 난감하기만 하였다. 갈팡질팡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하였다.

무슨 일이든 모든 것을 한꺼번에 모두 다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부족한 대로 차근차근 시작한다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우선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보기로 하였다. 고마운 선생님이 많이 계신다. 제일 먼저 대학 다닐 때의 은사님이 떠올랐다. 이제는 여든이 다 되시니, 더는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 연등
ⓒ 정기상
대학을 다닐 때의 73년은 무척이나 가난하였었다. 학비를 마련하는 일조차 버거워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그럴 때 후견인이 되어주신 분이었다. 그것도 젊은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까지 해주시던 은사님이셨다. 아무도 몰래 뒤에서 도와주시고 꾸짖으며 가르침을 주시던 은사님이셨다.

은사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온다. 왜 진즉 찾아뵙지 못하였는지 죄송스럽기만 하였다. 늦었지만 용기를 내서 전화를 드렸다. 가슴이 조마조마하였다.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었다. 잘못을 하였으니, 모든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선생님의 꾸중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 감사의 빛
ⓒ 정기상
"이게 누구야? 정 선생이 아닌가."

변함없는 목소리이셨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사랑이 넘치는 목소리가 가슴에 그대로 공명되고 있었다. 울음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동안 은사님에게 큰 잘못을 하였다는 생각에 어떻게 해야 할지 당혹스럽기만 하였다. 그런 마음을 아시는지, 은사님께서는 부드럽게 타이르듯이 말씀하셨다.

2007년 5월 13일. 댁으로 찾아갔더니, 벌써 나와 기다리고 계셨다.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하셨다. 모든 것을 직접 실천하고 계시는 은사님의 존경스러워진다. 하얀 백발에 인자를 미소를 띠고 계시는 은사님의 모습에 눈이 부셨다.

▲ 넘치는 사랑
ⓒ 정기상
청운사로 향하였다. 전북 김제시 청하면에 있는 절이다. 산사가 아니라 논 가운데 있는 절이다. 하소 백련 축제로도 이름을 얻고 있는 절이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들으면서 달리다 보니, 금방 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사랑은 조금도 식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되니,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연꽃이 피기에는 아직 이르고 부처님 오신 날도 남아 있어서인지 절은 아주 한가하였다. 오월의 햇살만이 무량광전을 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다른 절은 모두 한자로 쓰여 있는데 요사이 건축한 절이어서 그런지 한글로 써져 있어서 이채로웠다. 쉽게 읽을 수 있으니, 가슴에 와 닿았다.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죄송한 마음
ⓒ 정기상
아직 연등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 마음에 여유로 채워졌다. 파란 하늘과 다양한 색깔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 전해지는 것이 있었다. 은사님을 모시고 찾아서인지 청운사가 더욱더 아름답게 보였다.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 세상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청운사를 돌아 나와 가까운 곳에 있는 음식점을 찾았다. 선생님이 건강하신 것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건강의 비결을 알려달라고 보챘더니, 웃으시면서 말씀해주신다. 젊었을 적 열정적으로 제자를 가르치시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상하게 일러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그렇게 돋보일 수가 없었다.

▲ 울리는 풍경
ⓒ 정기상
"소식하고 늘 즐겁게 살아라."

가슴에 새기었다. 욕심내는 것은 무엇이든 부작용이 있다는 가르침이셨다. 있는 것도 비워내야 한다는 말씀에 그대로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무심한 제자를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은사님이 그렇게 존경스러울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선생님을 자주 찾아뵈어야겠다. 선생님을 찾아뵌 오늘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오월의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특별한 5월 응모작>입니다.


태그:#5월, #선생님, #스승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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