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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학생들의 필요에 민감하셨던 레드노프스키 교수님
ⓒ Socrates Institute
"교수님! 도와주세요. 저는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아니, 더 해야 해요. 그런데 저는 돈도 없고, 저희 부모님께서는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하셔요. 아직 어느 학교로 갈지를 정하지도 못했고, 필요한 서류들도 하나도 준비 안 되었어요. 그런데 저는 꼭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서 이곳에서 배운 것으로 더 나은 교육을 하고 싶어요."

필자가 뉴욕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계획을 수정해 박사과정을 공부하기 위해서 레드노프스키 교수님을 찾아가서 드린 말씀이다.

부모님으로부 미국 유학을 허락받을 때 석사를 마치고 돌아가서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을 하고 온 터라, 부모님은 갑자기 계획을 바꿔서 미국에 더 남아 공부하겠다는 필자에게 어서 속히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든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겠다고 생각한 데에는 석사 과정 중에 만난 레드노프스키 교수님의 영향이 컸다. 지도 교수님은 아니었지만 교수님 수업을 골라가며 들었고, 그 수업 중에 만난 한 교육 이론에 반해서 그 당시로는 정말 웃긴 이야기였지만 '나는 우리나라를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그 이론은 '다중지능이론'으로 그때는 '7 Intelligence Theory'라고 해서 인간에게는 7가지 지능이 있으며, 교육의 목표는 잘하는 부분은 더 잘하게 만들고, 부족한 부분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언어적 능력이나 수리적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만이 똑똑하고 지능이 높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당시의 한국 교육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이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자신의 지도 학생도 아니고 영어도 부족한 동양계 학생이 무조건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는데, 얼마나 황당하셨을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교수님께서는 성심성의껏 필자를 도와주실 방법을 찾으셨다.

당신이 나오신 학교라고 휴스턴 주립대학교를 추천해주시며, 당시 휴스턴에 살고 계시던 당신의 부모님께 전화하셔서 응시원서를 부탁하시기도 하셨다. 그리고 심하게 반대하시는 필자의 부모님께 친필로 '은희는 박사과정을 공부하여야 합니다'라고 편지를 보내서 설득을 해 주기도 하셨다.

지금이야 미국에 유학하는 여학생의 대다수가 TESOL(외국인을 위한 영어교육, ESL 교육)을 전공하러 온다고 하지만, 내가 처음 유학을 왔을 때만 해도 그 전공을 하는 동양 학생은 우리 학교에서는 내가 유일했다.

사실, 영어가 안 되는 한국 사람이 영어를 가르치는 과목을 전공하겠다고 나섰으니 지금으로 보면 미국 사람이 한국어 교육 석사과정을 전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수님의 수업 시간은 모든 학생들이 즐거워하였고, 교수님께서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시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다. 영어가 부족하여 망설이는 필자에게도 끊임없이 격려해 주시며 의견을 발표하도록 해 주셨고, 영어를 외국어로 배워본 필자의 경험을 귀하게 생각해 주셨다. 그렇게 석사를 졸업하고 교수님 덕분에 박사 과정에 무사히 입학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모두 마치고 이제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게 되었으니 교수님이야말로 필자의 인생의 전환기를 만들어주신 평생의 은인이시다.

그런데 박사과정에 입학해서 몇 년간은 연락이 되었지만 공부하는데 신경을 쓰다 보니 점점 연락이 뜸해졌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연락이 두절되었다. 레드노프스키 교수님은 필자가 공부하던 학교를 떠나신 후였다.

교수님을 그렇게 가끔 생각하는 정도로만 지내오다가 이번 <오마이뉴스>에서 '특별한 5월'이라는 주제로 기사를 공모하는 것을 보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레드노프스키 교수님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고 아직도 교직에서 훌륭하게 일을 감당하고 계셨다.

이제 필자는 레드노프스키 교수님 같은 교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 전환점을 만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평생의 은인으로 기억될 사람은 더더욱 많지 않다.

인터넷 검색으로 교수님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서 이번 스승의 날은 더욱 뜻깊을 것 같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잊고 지내시던 은사님들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찾아보시도록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특별한 5월> 응모작,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태그:#레드노프스키, #유학, #뉴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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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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