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가 과연 독립된 시장으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최근 케이블 업계가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국내에서 케이블 업계에서 자체제작 프로그램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8할 이상이 지상파 혹은 해외 수입 프로그램의 재탕이거나, 영화-음악 등에 있어서도 이미 기존에 ‘완성된 상품’을 재활용하는 부가 시장에 지나지 않았다.
@BRI@하지만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맞추어 날로 다양화되는 시청자들의 욕구와 지상파 방송사의 견제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기존 프로그램의 재탕이나 변주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 최근 들어 케이블 업계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TV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들이 신선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과거에 비해 케이블의 위상과 경쟁력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케이블 TV에서 흥행의 마지노선은 대략 2~3%선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TNS 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 드라마부문 시청률 수위인 주몽(46.0.%)이나 예능 프로그램 선두인 무한도전(20.7%)같은 프로그램에 비하면 ‘세 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 성적이지만 케이블에서는 2%이상이면 그야말로 꿈같은 성적표다.
2006년을 기점으로 OCN, CGV, tvN, MBC 드라마넷 등 비교적 인지도 높은 케이블 방송국들을 중심으로 자체 제작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의 숫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케이블 TV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프리즈> <썸데이> <가족연애사> <다세포소녀> <하이에나> <인어아가씨> <빌리진 날봐요>같은 다수의 작품들은 지상파와 차별화된 TV영화적 구성과 독특한 장르적 상상력을 앞세워 호평을 받았다. <삼색녀 토크쇼>와 <옥주현의 라이크 어 버진> <신동엽의 감각의 제국>같은 새로운 형식의 예능-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의 경우 초창기에 대부분 1% 내외의 성적표를 기록했지만 최근 들어 서서히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순간 시청률에 한하여 4~5%대까지 상승하는 등 케이블로서는 고무적인 시청률 향상을 보여주고 있다.
케이블 TV의 경쟁력은 역시 젊은 팬들의 구미에 맞는 감각적이고 새로운 소재의 도입. 특정 타깃층을 목표로 한 차별화된 구성에 있다. 최근 지상파 채널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중장년층이지만, 상대적으로 케이블에 대한 인지도는 젊은 시청층에서 높다. 드라마, 스포츠, 영화 등으로 세분화된 채널 구성은 장르에 따라 명백히 호불호가 나뉘는 양상을 띤다.
예전에 비하여 케이블에 대한 위상과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예전 같으면 황금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을만한 스타급 연예인들이나 제작진들도 최근에는 케이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일회용 패널이나 게스트가 아닌) 더 이상 꺼리지 않는다. 배두나, 김민준, 이서진, 김민종 같은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케이블 자체제작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을 맡고, 신동엽이나 김원희같은 일급 MC들이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토크쇼의 진행을 담당한다. 개런티에 관한 문제는 물론이고, 지상파 TV가 따라올 수 없는 표현의 자유와 독창적인 상상력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매력 때문이다.
이처럼 자체 제작물의 잇단 성공은 케이블 채널이 나름의 독립된 시장구조와 경쟁력으로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음을 방증한다.
물론 한편으로는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의 남발이 최근 들어 자주 지적받고 있는 게 사실. 몇몇 소수 프로그램의 반짝 성공을 두고 지금 당장 시청률 경쟁이나 제작규모에서 지상파와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다고 부르기도 어렵다.
그러나 부분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향후 케이블 TV 시청층이 날로 증가하고 방송 시장이 확대되는 최근의 추세만큼은,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라 평가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