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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16 11:29최종 업데이트 06.12.16 18:18

'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

[서평] 코디 최의 <동시대 문화의 이해를 위한 20세기 문화 지형도>

코디 최의 <동시대 문화의 이해를 위한 20세기 문화 지형도>.
코디 최의 <동시대 문화의 이해를 위한 20세기 문화 지형도>. ⓒ 안그라픽스
‘들어가는 말’부터 보았다. 한동안 외국에서 생활한 필자가 바라보는 기존의 국내에서의 모더니즘 논의에 대한 문제점들을 크게 다섯 가지로 묶어 지적하고 있는데 읽어둠직하다.

그 가운데에서도 “20세기 엘리트주의가 쇠퇴하면서 문화의 중심축이 엘리트 문화에서 대중 문화로 옮겨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엘리트적인 글쓰기의 폐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네 번째 지적은 실제 글쓰기를 함에 있어서 돌이켜 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1장 ‘모더니티의 기초’에서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우리의 ‘모더니티’를 비교해볼 수 있다. 유럽의 ‘모더니티’는 새로운 기술에 의한 인간 삶의 변화에, 미국의 ‘모더니티’는 경제, 경영, 자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우리의 ‘모더니티’는 미국적 모더니티를 여과 없이 수용한 상태였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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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되었던 모더니티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적 모더니티에 대한 환상을 가진 것이다. (중략) 당시 우리의 대중 문화 속에 나타난 주목할 만한 특징은 미국화가 곧 서양화이며, 서양화가 곧 현대화라는 착각이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미국화와 서양화, 현대화는 의미가 각기 다르며 일정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개념으로 인식해야만 한다. (20~21쪽)

@BRI@제2장 ‘모더니즘의 기초’는 ‘모더니티’와 ‘모더니즘’의 관계를 말한다. 즉 ‘모더니즘’이 ‘모더니티’를 촉발한 사상적 기저이기는 하지만 이 둘의 관계는 단순한 인과적 관계가 아니라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고 때로는 밀접하기도 한 상호 영향 관계로 파악하고 있다.

모더니즘의 철학적 기초로는 ‘이성주의’ ‘계몽주의’ ‘혁명의 바람’ 등을 언급하면서 특히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는 19세기 독일의 칼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을 들고 있다.

마르크스의 사상이 강조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와 혁명적 태도’가 모더니티를 바라보고 있던 젊은이들에게 모더니즘, 즉 시대 정신으로 작용하였던 것은 무리가 아니다. (27쪽)

모더니즘의 내용을 다섯 가지로 간결하게 정리해 놓은 부분(29~30쪽)은 독자를 집중시킨다. 그만큼 독자들이 이해하느라 피곤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독자들에 대한 배려이다. 지식을 자랑하려 하지 않고 충실히 전하려 하는 저자의 노고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독자들이 쉽게 그리고 선뜻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예를 들면 30쪽의 ‘코카콜라에의 비유’)를 동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책 제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동시대 문화’라고 하였다. 이는 하나의 개념적 용어로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의 헤게모니 이론은 훗날 영국의 신좌파 계열의 학자들에 의해 다시금 연구 과제로 채택되어, 결국 정치 성향보다는 문화 권력의 흐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동시대 문화 연구’의 기초 사상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이 연구는 현재 대중문화와 후기 식민지 문화 현상을 겪고 있는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연구 과제로 급부상되고 있는데, 필자가 지향하는 20세기 문화의 지형도를 이해하려는 시도 역시 동시대 문화와 그 이론을 연구하기 위한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44쪽)

‘모더니즘과 사회’라는 장의 ‘도시, 대중, 엘리트 그리고 모더니스트’라는 절에서는 엘리트 중심 사회의 특징과 문제점을 만날 수 있다. 대중이 엘리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 엘리트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미국 사회는 대규모의 이민 집단이 생성되었는데, 이들로부터 대중적 문화를 기반으로 한 대중 소비-산업 사회가 형성되었고, 또한 유럽의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이 망명 또는 이주하여 미국 뉴욕에 정착함으로써 세계 문화의 수도가 파리에서 뉴욕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부분도 관심을 끈다.

모더니즘은 순수한 형태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재즈’나 ‘단순화된 패션’처럼 대중적으로 확산되기도 하고 미소의 대립 구도 하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혁명주의 노선을 띠고 있던 러시아에서도 초기에는 유럽의 모더니즘이 강조한 아방가르드 정신이 나름대로 창의성을 갖고 예술과 사회 속에 적용되었으나 레닌과 스탈린 정부를 거치면서 끝내 극단적 정치 노선으로 그 방향이 수정되었다. (중략) 이 흐름의 반대편에서는 정치적으로 구소련과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자본주의적 관점과 상업주의적 태도 아래 미국적 모더니즘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미국 역시 모더니즘의 사상을 끝내 정치적 입장에 적용시킴으로써 자유주의라는 또 다른 모습의 모더니즘으로 발전하였다. (77~79쪽)

초창기 모더니스트들의 특징을 요약하면 아무래도 ‘엘리트주의’와 ‘아방가르드적 기질’이 아닌가 싶다. 새롭고 예외성이 있으며 아카데믹한 엘리트 의식에 근거해야 하며 깊고 어려우며 세련되면서도 복잡한 의미를 지니는 가운데 사회의 흐름을 바꾸어 놓으려는 사람들이었다.

이미 20세기는 저물고 21세기가 시작된 지 꽤 되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새로움을 추구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21세기의 문화 지형도는 현재 어떠한 모습으로 그려져 나가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코디 최 / 펴낸날: 2006년 10월 25일 / 펴낸곳: 안그라픽스 / 책값: 1만3000원


20세기 문화 지형도 - 동시대 문화의 이해를 위한.개정판

코디 최 지음, 컬처그라퍼(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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