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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의 미군 철수 등 한미 관계의 재정립이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 제기됐다.

미 육군대학 아시아연구소 소장인 김지율 대령은 미 행정부나 미군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는 사견임을 전제로 '재팬 포커스'에 기고한 글(12월 13일 게시)에서, 현재 남한에서 일고 있는 범민족적인 민족주의와 반(反) 열강주의의 경향은 이제까지와 같은 방식의 한미관계는 끝나야 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대령은 이러한 변화는 점차적으로 미군 철수 등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이것이 곧 양국의 협력 관계가 끝장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동아시아 지역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원문의 요약이다. <편집자주>
최근 한국에서 두 가지 이념적인 경향이 힘을 얻고 있다. (남북을 포괄하는) 민족주의와 반(反) 열강주의이다. 이러한 정치적 경향 속에서 한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할 것이 요구되고 있으며, 한미 동맹에서 중요한 변화-특히 군사적 측면에서-가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가 꼭 미국에 불이익이 되는 것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

▲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회의에서 벌어진 반미시위
ⓒ 권우성 기자
범민족적 민족주의와 반 열강주의-19세기 후반기 이래 한반도가 겪어온 세계열강으로부터의 착취와 희생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열망-라는 두 가지 개념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역사가 어떻게 기억되고 있으며 어떻게 바로잡혀야 하는가의 측면에서, 두 개념의 연결고리가 어떤 식으로 정치적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세대 간에-특히 한국 전쟁을 겪은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에- 깊은 분열이 생겨났다.

'남남 갈등'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생겨났는데, 북한을 적이 아닌 형제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와, 한국 전쟁을 거치며 뿌리박힌 반공·반북한주의를 고수하려는 기성세대 사이의 분열을 의미한다.

남한은 현재 과도기에 있다. 한국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가 정치적인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층이 되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이러한 변화의 첫걸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냉전이라는 울타리 아래에서, 또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에 기반하여 기능했던 이전의 정치 패러다임을 거부했다.

현재 남한의 정치 지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미래의 비전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과거를 둘러싼 것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8월 광복절 연설에서 '역사 청산'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열강들의 각축전, 일본의 식민지배, 권위주의 독재 정권을 겪은 한국의 100여년 역사는 과거의 희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거대한 압력을 만들어냈다.

ⓒ 권우성기자
반열강주의의 한 부분인 반미 의식은 냉전 시기에도 존재했지만, 특히 전후 세대들에게는 매우 공공연한 것이 되었다. 반미 의식의 최근 국면은 2001년 부시 행정부 대북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햇볕 정책을 편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평양을 방문했고, 곧 빌 클린턴 대통령도 방북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많은 한국인들은 남한과 북한을 포괄하는 범민족적인 민족주의의 실현이 현실성이 있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거명하고 북한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는 정책을 펴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한국인들의 기대가 좌절됐다.

한국의 정치적 과도기가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의 미래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즉, 냉전 이후의 한국에서 미국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

현재 미국의 안보 정책은 미 국토방위, 경제 번영, 그리고 민주주의 촉진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 중 어느 것도 한미 상호 방위조약과 한국 내 미군 주둔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미군의 전략적 필요는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켜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본, 괌, 그리고 기타 태평양 지역에 미군 기지가 존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군 철수를 원하는 한국인이 점점 많아져 최근 여론 조사에서 다수를 차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극적인 한미 관계를 없애는 것은 양국 간에 경제적, 전략적 관계를 더 공고히 하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의 국민들이 원한다면 이러한 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

한 발 나아가, 미군의 철수가 한반도의 통일을 촉진하고 이 지역의 고질적인 안보 위협인 북한 문제를 극복하는 데에 기여할 가능성도 상상해볼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인식 전환을 통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즉 미군이 존재하지 않는 통일된 한국이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보다 더 좋은 완충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다.

중국과 한국으로 이뤄진 대륙 블록과 미일 동맹으로 이뤄진 해상 블록간 세력 균형 하에서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안정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그러한 변화는 민족자결주의라는 윌슨주의적 이상을 실현하는 것일 뿐 아니라 민주화와 자유가 확산되도록 고무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안심할 수 있을 터이다. 결국 환영할 만한 일이지 두려워할 일은 아닌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영문 기사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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