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의 진객 독수리. 해마다 1천마리 넘게 장단반도를 찾고 있다. ⓒ 김준회
북한 개성에 공급하게 될 '154kv 문산-개성공단 송전선로 건설사업'으로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거곡리 24번지 일대의 대단위 독수리 월동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겨울의 진객인 천연기념물 제243호 독수리는 매년 1천여 마리가 이곳을 찾으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국책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사업이 독수리 월동지를 통과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게 돼 있어 이곳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대의 독수리 월동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19일 한국조류보호협회와 문화재청, 파주시 등에 따르면, 통일부는 남북경협 차원에서 추진중인 개성공단에 15만4천 볼트의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문산변전소에서 당동리와 비무장지대인 장단면 거곡리를 거쳐 개성공단으로 송전탑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통일부는 장단반도에 위치한 독수리 월동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킬 것을 파주시에 통보했고, 지난 10월 12일 통일부와 파주시, 한국조류협회 관계자들이 문산읍 마정리의 통일대교 상류지점 임진강 하천부지(문산읍 마정리 1065의1외 4필지)로 이전 추진을 위해 답사를 하기도 했다.

▲독수리 큰놈은 3m가 넘는다. 앉아 있는 모습이 멀리서 보면 꼭 어린아이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듯 보인다. ⓒ 김준회
그러나 한국조류보호협회와 문화재청은 매년 겨울 몽골 등지에서 1100여 마리의 독수리가 찾는 장단반도는 건물 등 장애요소가 없어 독수리들이 비행하며 월동하기에 최적지로 이보다 더 좋은 대체부지가 없다며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월동지를 옮기기 위한 현장을 답사했으나 문화재청 관계자가 지금의 면적(3만1849㎡)보다 좁아(1만1990㎡)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현재 송전선로 노선결정 승인신청 중에 있으나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김성만(59) 한국조류보호협회장은 "사전에 충분한 검토없이 국책사업을 이유로 갑자기 독수리 월동지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장단반도는 주변에 장애요소가 없어 큰 몸집의 독수리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인만큼 이를 인위적으로 이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호 DMZ생태연구소장도 "장단반도는 독수리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의 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 등 다양한 동식물이 사계절 서식하고 있어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지역인 만큼 송전탑을 지중화해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개성공단 전기 공급에도 차질이 없고 독수리도 보호하는 방안을 찾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154kv 문산-개성공단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지난 2004년 11월 18일 시작됐으며 올 4월 28일 남측 구간의 측량이 완료됐으며 9월 현재 파주시의 종합의견을 경기도에 보내 놓은 상태다. 현재 설계 중으로 내년 중 착공할 예정이다.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독수리들. ⓒ 김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