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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둔치에서 바라본 청담대교의 야경.
한강 둔치에서 바라본 청담대교의 야경. ⓒ 조현재
사회 인프라 측면에서 다리는 생성과 창조를 위한 탯줄이다.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서민에게는 다리는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고, 도피의 공간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면서 강바람에 휴식과 사색을 즐기기도 하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삶에 대한 애환을 곱씹어 보기도 했다. 다리는 간혹 그릇된 삶에 무너진 사람들의 죽음의 장소이기도 했다.

이런 다리에 새로운 생명을 담을 수는 없을까. 한강의 많은 다리를 문화 예술의 장소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한강대교를 '문학의 다리'로 하여, 각 교각마다 이효석, 현진건 등 한국 문인들의 흉상과 대표작들을 소개하면 어떨까.

한남대교를 '시인의 다리'로 하여 박목월, 조지훈, 유치환 등을, 원효대교는 '미술의 다리'로 하여 이중섭, 김기린, 이상범 등을, 양화대교는 '과학의 다리'로 하여 최무선, 장영실 등을, 올림픽대교는 '체육의 다리'로 하여 손기정, 양정모, 황영조 등을 기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강의 각 다리마다 민속, 영화, 음악 등 주제를 부여하여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 예술인들과 그들의 작품이나 업적을 소개하면 어떨까.

한강 다리 하나에 들어간 평균 조명 설치비용은 6억∼7억원, 사용한 조명등의 개수는 500∼1000개이며, 조명 전기료는 다리마다 월 120만∼15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 비용은 오로지 야간만을 위한 투자비용이다.

문화예술을 위한 주제별 간이 박물관을 설립하여 운영하려면 비용이 얼마가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한강의 다리에 테마를 부여한다면, 한강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자랑스러운 예술인들을 되새길 수 있고,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으며, 외국인에게도 대한민국의 문화와 예술을 알릴 수 있는 작은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청계천 복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작은 일이지만, 시민들에게는 그 못지않은 잔잔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한강의 다리를 여유롭게 거닐며 우리의 문화와 예술혼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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