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7월 5일 한강 최초의 다리인 한강철교가 개통되고, 1917년 사람과 차량이 다닐 수 있는 한강대교가 만들어진 이후 현재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는 한강의 다리는 무려 22개나 된다.
이렇게 많이 생길지는 예상을 못한 듯 처음엔 제1한강교, 제2한강교, 제3한강교로 이름 붙인 한강의 다리는 마포대교, 한강대교, 양화대교, 한남대교 등 지역명으로 바뀌었다.
외국여행을 많이 다녀 본 사람들은 도심 한복판을 이렇게 큰 강이 가로지르는 도시는 세계에서도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 한강이 처음부터 도심을 가로 지르는 강은 아니었다. 정작 도심을 가로 지르던 것은 청계천이었고, 한강은 서울의 도심을 둘러싼 외곽 강이었다.
그러던 것이 한남대교를 시작으로 잠실 영동 천호 성수 반포대교를 연이어 준공하면서 급속히 개발된 한강 이남의 신시가지가 한강을 에워싸면서 도심의 외곽을 싸고돌던 한강이 어느덧 도심을 관통한 것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한강의 다리는 그 숫자만큼이나 많은 애환과 이야기 거리를 낳았다. 6.25 때의 한강대교 폭파는 수많은 사람에게 죽음과 고통을 안겨주었으며, 성수대교 붕괴는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반면 한남대교 하나로 허허벌판 논밭이 대한민국 최고의 요지인 강남으로 변모되면서 부동산투기와 함께 졸부라는 유행어까지 생기기도 했다.

▲한강 둔치에서 바라본 청담대교의 야경. ⓒ 조현재
사회 인프라 측면에서 다리는 생성과 창조를 위한 탯줄이다.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서민에게는 다리는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고, 도피의 공간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면서 강바람에 휴식과 사색을 즐기기도 하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삶에 대한 애환을 곱씹어 보기도 했다. 다리는 간혹 그릇된 삶에 무너진 사람들의 죽음의 장소이기도 했다.
이런 다리에 새로운 생명을 담을 수는 없을까. 한강의 많은 다리를 문화 예술의 장소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한강대교를 '문학의 다리'로 하여, 각 교각마다 이효석, 현진건 등 한국 문인들의 흉상과 대표작들을 소개하면 어떨까.
한남대교를 '시인의 다리'로 하여 박목월, 조지훈, 유치환 등을, 원효대교는 '미술의 다리'로 하여 이중섭, 김기린, 이상범 등을, 양화대교는 '과학의 다리'로 하여 최무선, 장영실 등을, 올림픽대교는 '체육의 다리'로 하여 손기정, 양정모, 황영조 등을 기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강의 각 다리마다 민속, 영화, 음악 등 주제를 부여하여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 예술인들과 그들의 작품이나 업적을 소개하면 어떨까.
한강 다리 하나에 들어간 평균 조명 설치비용은 6억∼7억원, 사용한 조명등의 개수는 500∼1000개이며, 조명 전기료는 다리마다 월 120만∼15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 비용은 오로지 야간만을 위한 투자비용이다.
문화예술을 위한 주제별 간이 박물관을 설립하여 운영하려면 비용이 얼마가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한강의 다리에 테마를 부여한다면, 한강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자랑스러운 예술인들을 되새길 수 있고,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으며, 외국인에게도 대한민국의 문화와 예술을 알릴 수 있는 작은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청계천 복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작은 일이지만, 시민들에게는 그 못지않은 잔잔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한강의 다리를 여유롭게 거닐며 우리의 문화와 예술혼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