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3국 각자 고유한 역사의식을 존중하면서도 그와 더불어 공동의 역사의식을 만드는 것이 가능함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중·일 3국 공동 역사편찬 위원회'의 공동취지문 중)
상쟁의 과거를 역사의 뒤안길로 흘려보내고 평화로운 동아시아를 지향하는 데 한 획을 그을 한·중·일 3국에서 공동 제작한 역사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상임공동대표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외 4명)는 26일 오전 10시 중구 명동의 전국은행연합회관 14층 세미나실에서 <미래를 여는 역사> 출판 기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한국 집필진 뿐 아니라 일본 쪽 대표집필자인 다와라 요시후미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워크21' 사무국장, 중국 쪽 대표집필자인 롱웨이무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항일전쟁연구> 주필도 참석했다.
왜곡 교과서 비판 넘어 3국 역사교육 성찰 계기 될 듯
최초의 3국 공동 제작 역사교재인 <미래를 여는 역사>의 시작은 지난 2001년 일본 후소샤의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 저지를 위한 공동 활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02년 3월 중국 난징에서 열린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을 시작으로 3년여 간 11차례의 국제회의를 거쳐 세 나라에서 공동으로 출간된다. 양미강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은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미래를 여는 역사>를 영어로 번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역사왜곡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일본의 후소샤 교과서에 대한 대안으로서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인접국에 대한 역사 교육을 충실히 못하고 있는 한·중·일의 현행 역사 교육 전반을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 나라의 학자와 교사, 활동가가 공동으로 제작했다는 점 뿐만 아니라,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과 비판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세 나라 민중이 겪어야 했던 고통에 주목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다와라 요시후미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워크21'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해 "일본의 청소년과 시민이 한국과 중국의 역사가 일본과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이해하는 데 <미래를 여는 역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운을 뗀 뒤 "일본에서 후소샤 교과서 채택 저지 활동과 함께 그 대안으로 <미래를 여는 역사> 보급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공동취지문에서 "현재 일본에서 역사왜곡과 내셔널리즘 고취는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동아시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후소샤 교과서 같은) 위험한 교과서가 일본 교육계에서 채택되지 않도록 3국의 양심있는 시민 모두가 연대할 것을 호소"했다.
전근대사 포괄하는 공동 교재 작업 검토 중
출판 작업에 참여한 3국 인사들은 향후 공동 작업에 대한 백서 발간, 일본의 대륙침략로를 따라가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중·일 청소년 역사체험 캠프' 및 해방(한국)·승전(중국)·패전(일본)으로 각각 다르게 기억되는 8.15 60주년을 즈음한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2005. 8. 13~15) 개최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이번 편찬 과정에서 드러난 쟁점들에 대한 공동 연구 및 전근대사를 포괄하는 동아시아 공동역사교재 완성 작업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미래를 여는 역사> 공동집필자인 김성보 연세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전근대사까지 포함하는 다음 작업이 시작된다면 그때는 이번에 참여하지 못한 북한 연구자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