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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 하나로 연간 소득 8억원을 올리고 있는 공수표씨 부부.
ⓒ 윤형권
고구마 농사만으로 연간 소득 8억여원을 올리고 있는 부농(富農)이 있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 대명리에 사는 공수표(53)·강대숙씨 부부는 16년 전부터 고구마 농사를 지어왔다.

공씨가 살고 있는 상월면 대명리는 동쪽으로 계룡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서쪽으로는 들판이 펼쳐져 있는데 늦가을이면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지붕 기왓장이 날아다닐 정도라고 한다.

“밭에다 들깨나 고추를 심으면 거센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다 떨어져 버립디다. 그래서 동네사람들과 궁리 끝에 고구마를 심기로 했지요. 땅속에 있는 고구마만큼은 거센 바람에도 잘 자랐습니다. 게다가 토질도 적합하여 언제나 풍작이었어요.”

이렇게 해서 고구마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지금은 공씨와 함께 16가구가 ‘계룡산명품고구마’라는 작목반을 구성해서 고구마를 농사를 짓는데 이들이 짓는 고구마 밭이 모두 140만평이나 된다. 작목반에서 생산한 고구마는 모두 상월농협으로 계통출하를 한다.

▲ 붉은 황토에서 금방 캔 소담스런 고구마
ⓒ 윤형권
오늘날 공씨가 성공한 부농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공씨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밭에 고구마를 심어도 10kg상자당 1~2천원은 더 받고 있다. 시장에서 ‘공수표 계룡산명품고구마’하면 최고로 쳐준다. 품질이 그 만큼 좋은 것도 있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얼마 전 농협중앙회 '11월의 새농민'에 뽑히기도 했다.

항상 연구하는 자세와 함께 소비자 입장에서 고구마를 재배하며 터득한 공씨만의 비결이 있다. 공씨는 비결의 일부를 공개했다. 첫째 고구마 밭의 토질이고 둘째는 유기질 비료. 셋째는 품질을 모양과 크기에 따라 6종류로 나누어 선별하는 것이라고 한다. 넷째는 판매 후에도 책임지는 생산자 책임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 토질을 잘 선택해야 한다

공씨는 올해 약 20만평의 밭에 고구마를 심었다. 일부는 밭을 전세 낸 것도 있고 공씨 소유의 땅도 있지만 고구마 농사를 짓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토질이라고 한다. 공씨는 밭 값이 아무리 비싸도 토질만 좋으면 그 밭을 전세 내거나 사들인다고 한다.

공씨가 살고 있는 상월면과 인근 노성면의 토질이 고구마 농사에 적합한 붉은 색을 띤 마사토계 흙이다. 고구마가 이런 흙에서 자라서인지 빛깔이 선홍색이고 껍질이 얇아 삶으면 알밤 같이 달고 맛있다.

▲ 화학비료가 아닌 특별히 주문 생산하는 유기질 비료를 쓴다

유기질 비료를 쓰면 고구마의 당도와 맛이 월등히 좋아진다고 한다. 친환경 농산물은 화학비료가 아닌 유기질비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데,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품질과 농산물의 재배 이력에 대해 신뢰받기만 하면 판매가에서 조금 더 받을 수 있으니 당장은 비료값이 더 들어도 수확 후 판매 때면 그 값이 나온다는 것이다.

▲ 양심적인 선별포장과 생산자 책임제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는다

공씨는 고구마를 6종류로 나누어 10kg들이 종이상자에 담는다. 상자에는 공씨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인쇄되어 있다. 소비자들로부터 물건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보상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공씨는 가락시장에서 팔려나간 고구마에 이상이 생기면 전국 어느 곳이든지 즉시 교환해준다. 생산자 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 위 왼쪽부터 왕, 특, 상, 아래 왼쪽부터 중, 긴특, 긴상. 상이 가장 비싸다.
ⓒ 윤형권

선별 기준은 모양과 크기인데, 둥근 것 중 테니스공보다 좀 작은 것을 ‘상’, 테니스공만한 것을 ‘특’, 이보다 큰 것을 ‘왕’, ‘상’보다 좀 작은 것을 ‘중’이라고 하며 길쭉하고 큰 것을 ‘긴특’, 좀 짧은 것을 ‘긴상’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가장 비싸게 받는 것은 ‘상’인데 10kg들이 한 상자에 출하가격은 1만7000원선이고 가장 싸게 받는 것은 ‘긴상’으로 9000원 정도로 출하하고 있다.

▲ 공수표 씨네 농장에서 고구마를 들고 있는 아주머니. 훤한 얼굴만큼이나 고구마도 크다.
ⓒ 윤형권
이처럼 여러 종류로 선별해 소비자들이 품질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선별작업은 양심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정한 기준대로만 선별하면 된다. 이것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신뢰’라는 튼튼한 연결 고리가 된다. 양심적인 선별은 공씨가 부농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요즘은 소비자가 왕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농사를 지으면 성공합니다. 내가 먹는다고 생각하면 농약도 할 수 없고 화학비료가 아닌 유기질비료만 쓸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양심을 걸고 선별포장하고 하자가 발생하면 즉시 교환해주고, 고구마로 소비자에게 신용을 얻는 것, 그거 그리 어려운 일 아닙니다.”

공수표씨는 고구마 하나로 성공한 부농이다. 그의 고구마 농사 비결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연구하는 농사, 양심적인 선별포장, 그리고 판매 후에도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순박한 농부의 마음. 이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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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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