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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우리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해 좀더 깊이 있는 분석과 대안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매주 2차례에 걸쳐 [대안칼럼]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대안연대회의 소속 국내외 학계와 연구소 전문가 18명이 칼럼진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중앙대학교 신광영 교수는 최근 17대 총선에서 우리 사회의 범죄문제에 어느 정당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어 신 교수는 신자유주의 확산으로 불평등과 빈곤이 확대되면서 우리 사회의 범죄율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복지 등 사회안전망과 함께 범죄 등 생활안전망에 대해 정치권과 정부가 절대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선거는 일종의 사건이다. 주기적으로 선거를 통해서 정당과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고 유권자들은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다. 또한 선거는 여러가지 정치적 갈등들을 정리하는 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서도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선거라는 이벤트를 통해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그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들은 선거전후로 변화가 없다. 이런 문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선거가 가져다주는 새로운 희망보다는 답답함이 더 앞서게 된다.

17대 총선에서 뒤로 밀린 '범죄 문제'

지난 17대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문제는 범죄문제였다. 연일 엽기적인 범죄들이 보도되고 있고, 도난사건은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 2002년 범죄건수는 197만7665건에 달하여 전체 교통사고 건수 23만953건보다 무려 8.56배 더 많았다. 살인, 유괴, 절도와 같은 강력범죄 건수만도 29만2528건으로 교통사고 건수보다 훨씬 많았다.

민생문제는 경제문제만이 아니다. 경제와 관련된 고용과 사회안전망을 통한 민생문제의 해결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고있는 문제이다. 정당들이 서로 앞다투어 경제 살리기를 잘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자 했다. 그러나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보이지 않은 범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이제 도를 넘은 상태다.

거시적으로 범죄는 사회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현재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범죄건수는 1184만9006건으로 이중에서 살인 1만5980건과 강간 9만491건이었다. 이것은 미군이 연간 월남전에서 전사한 전사자수보다 무려 3배나 많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범죄자와 피해자간 내전이 치열하게 치러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불평등이 심하고 빈곤층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재산관련 범죄뿐만 아니라 강간의 경우처럼 성적 범죄가 대단히 빈번하여 범죄대국이 되었다. 미국의 전체 죄수 숫자는 현재 약 203만 명으로 인구 10만명당 701명으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유럽 국가들보다 무려 8~10배나 높은 수치이다.

유럽 국가들보다 8~10배나 높은 '범죄대국' 미국

유럽의 경우 북구 사회민주주의 사회들에서 전체적으로 범죄가 적고 죄수 숫자도 대단히 적다. 스웨덴의 경우 현재 죄수는 6506명이며, 노르웨이는 더 적어 2662명에 불과하다.

인구 10만 명당 교도소 인구의 비율이 각각 73명과 59명에 해당한다. 인구 10만 명당 교도수 인구 비율은 독일과 프랑스에서 각각 98명과 93명으로 북구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

유럽에서 가장 범죄가 빈번한 나라는 영국으로 인구 10만 명당 141명이 교도소 재소자이다. 대체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펴는 나라들에서 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재소자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로 급선회한 뉴질랜드의 경우도 인구 10만 명당 155명에 달하고 있다.

한국에서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는 1997년 이후 연평균 11.5% 증가하고 있어서 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절도는 매년 21%씩 증가하고 있다.

밤거리를 걷는 것이 두려운 사회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고, 이제 일상생활 속에서 범죄를 의식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최근에도 계속해서 엽기적인 살인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들은 사회 안에서 삶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에는 관심이 없고 외부의 위협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대북관계, 한미관계, 이라크 파병 등에 대해서 각 당의 입장이 제시되었지만, 한국 사회 안에서 국민의 생명과 삶을 위협하는 요소의 하나인 범죄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복지와 같은 사회안전망의 확립과 더불어 범죄로부터 삶을 보호하는 생활 안전망의 확립이 요구된다.

사회안전망과 생활안전망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필요

이것은 두가지 차원에서 다루어질 수 있다. 하나는 구조적인 차원에서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줄이는 사회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불평등과 빈곤으로 인하여 범죄가 양산되고 있다.

사회적 배제를 통해서 희망을 잃은 빈곤층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한 범죄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범죄와 관련하여 유럽 대륙과 미국이 보여주는 대조적인 모습은 향후 한국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예시해준다. 사회 체제 차원의 과제는 범죄를 촉발시키는 조건을 제거하는 것이다.

▲ 중앙대 신광영 교수
ⓒ 자료사진
다른 하나는 삶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행정력 확보이다. "범죄자들은 날고 있는데 경찰은 기고 있다"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새로운 경찰제도의 도입과 초범자가 재범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현대화된 교도행정의 구현 등이 직접적으로 이와 관련된 과제들이다.

조폭문화가 우상화되고, 길거리에서 떼인 돈을 대신 받아주겠다는 폭력 청부업자들의 광고가 붙는 사회에서, 인명보다 돈이 더 우선시 되는 사회에서 시민의 안전은 항상 위협받고 있다. 사회안전망과 더불어 생활안전망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인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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