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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거니 뒤서거니 창공을 자유로이 날아가는 새를 보면서 '휠러브'가 사진을 찍고 거기에 '나릿믈'이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 아내의 온라인 예명은 '나릿믈'(순수한 우리말로 '흘러내리는 냇물'을 뜻한다고 한다)이다. 아내 나릿믈의 글에 그는 이렇게 화답하고 있다.
'세상을 나는 일이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고달파도 함께 나는 그녀가 있어 오늘도 세상을 안습니다.'
그의 아내도 의족에 의지해야 하는 3급 장애인이다. 아래 그녀의 수필을 통하여 그녀가 어떤 끔찍한 사고를 당했고 그것을 통한 아픔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잠시나마 함께 해 볼 수 있다.
| | 나릿물님의 수필 | | | | 며칠 전, 나는 차를 타고 가다가 바로 앞에서 오던 차에 개 한 마리가 치이는 것을 생생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작은 것도 아닌 큰 개였으므로 그것은 사람이 치이는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오래 전에 내가 대형 트럭에 치이던 순간이 악몽처럼 되살아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개는 살아서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소리 만큼이나 내 가슴은 너무나 아팠다. 나 또한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기에...
죽음에 직면해 본 사람은, 죽음은 우리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에 있으며 지금 이 순간 살아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며 감사한 일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록 신체의 일부를 잃었을지라도 그것은 절망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얻는다는 것도.
나는 어느 순간이라도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있기를 죽음 앞에 아름다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 소망은 내게 삶을 소중히 여기며 부질없는 물질의 자랑에 얽매이지 않으며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과 정성을 먼저 보라고 소리 낮추어 말한다. 하여, 내가 살아있는 날 동안 지극히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기를. / 글 나릿믈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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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함에도 그들 부부는 누구를 원망하거나 자신들의 시련을 탓하지 않고 밝고 화사하게 아름답게 행복을 가꾸어나가고 있다. 휠러브는 빛을 따라다니는 사진 작가이고 그의 아내는 감성시인이다. 그런 그녀가 요즘 남편의 작품 세계를 넘보고 있다. 아래 사진과 글은 할미꽃을 통하여 자신의 시심을 표현한 나릿믈의 홀로서기 최근작이다.
그들 부부는 온라인에서 피어난 꽃과 같은 부부작가이다. 그들은 게시판을 통하여 그의 수많은 팬들과 대화한다. 작품 하나 하나마다 보통 수천 회의 히트 수를 기록하고 수십 개의 쪽글들이 이어진다. 잠시 그가 팬들에게 화답하는 작은 사진과 쪽글을 통하여 부부간의 은밀한 사랑과 부부애를 염탐해 본다.
사실, 사진 작가로서의 그에게 걸림돌이 있다면 남들처럼 피사체에 가까이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감성으로 피사체를 끌어당기고 모자라는 부분을 망원렌즈를 통하여 보충할 뿐이다. 그래도 그는 항상 부족한 모양이다.
시화호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는 주로 차 안에서 또는 휠체어에 의지해서 파인더를 들여다 본다. 그러니 항상 그 부족함을 열정이 앞서가곤 한다. 그러다 시화호의 갯벌 속으로 차가 잠기는 사고를 당했다. 그래도 그는 카메라부터 살려달라고 했다 하니 그 열의를 누가 말리겠는가.
자 이제 그의 깊은 작품 세계를 몇 개의 컷을 통하여 감상해 보자. 그의 작품 속에서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을 읽을 수 있다.
그는 그 자신의 극복뿐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의 극복을 돕고 함께 하고자 한다. 아래 작품은 지난 해 천안에서 열렸던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담은 작품들이다. 그는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서 장애인들의 격정적 장면을 담아내고 그 작품들을 공유하며 그들의 재활의지를 돕고 있는 것이다.
오늘 그들 부부와 그를 찾는 팬들에겐 참으로 우울한 날이다. 온라인으로 교우하던 전신마비 장애인 임종욱님이 며칠 전에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임종욱님 또한 순간의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그런 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맹인을 위한 점자번역 등의 자원봉사를 하고,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담은 여러 권의 수필집을 내는 등 왕성한 재기를 보여 주었었다. 휠러브와 나릿믈 부부는 오늘도 그들만의 방법인 사진과 시를 통해 팬들과 함께 친구의 명복을 빌어주고 있다.
어쩌면, 휠러브와 나릿믈은 세상의 빛을 쫓기보다는 그 본인들이 이 세상의 빛이 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