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하빌 우딘씨는 누가 보아도 애국자다. 성실하게 일하고 세금도 내며 무일푼으로 시작한 사업을 잘 운영해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다. 그는 나라를 사랑하고 정치권의 동향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딘씨와 다른 한국인 이웃 그리고 사업상 친구를 구별짓는 유일한 차이는 그의 출생지가 한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31세인 하빌씨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슬람교도다. 그는 지난 1997년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한국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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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사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건 값이 다 쌌으니까요. 7일간 한국에 머물다 집에 돌아가서는 한국의 중고 방직기계와 옷감을 수입해 팔 것을 친구와 논의했지요."
우딘씨의 말로는 한국에 흩어져 사는 동남아인들이 기도하고 서로 어울리며 쇼핑을 하기 위해 이태원으로 몰려든다고 한다. 지난 1976년 이태원에 이슬람 사원이 문을 연 뒤 동남아 식당, 무역회사 등 동남아 커뮤니티가 이곳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수많은 가게들이 이슬람 교 의식에서 음복을 할 때 사용하는 식자재를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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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기도회 이후 주말에는 수백 명의 고객과 친구들이 한국 곳곳에서 몰려 듭니다."
우딘씨는 입 소문만으로도 충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에 굳이 광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우딘씨의 가게는 크헤르(인도식 쌀 전병), 카레 전분, 생선 소스, 쿠오르마(고기 수프), 굴랍 자문(달콤한 밀가루 디저트) 등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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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서강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다시 돌아 온 그는 한국인 여자와 결혼했다. 그는 주한 이슬람교도들의 중심지인 백악의 이슬람 사원에서 지척거리인 이태원로 중간의 고갯길에 '타지마할 할랄'이라는 가게를 열었다.
우딘씨는 지난 해 말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한국의 이민법이 2003년에 개정되어 필요한 서류나 시험제도가 대폭 간소화 되었기 때문이다. 출입국 사무소 공무원과의 인터뷰에서 "왜 한국인이 되고 싶어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답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17대 총선은 한국인으로서 우딘씨가 처음 맞는 선거다. 천성이 비즈니스맨인 그는 경제안정을 원하며 친기업적인 정당과 후보에 투표할 생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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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일 아침 처음 해야 할 일은 가장 가까운 투표소를 찾는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리송한 우딘씨는 경찰관에게 질문을 했다. 경찰은 고개 위에 있는 아파트 단지로 그를 안내했다. 이태원에서만 6년을 산 우딘씨는 지름길이 어디인지 훤하게 한다. 투표소로 가는 길에 어느 집에서 흘러 나오는 인도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잠깐 멈추어 음악을 듣던 그는 미소를 짓는다. 음악이 아리랑이었다 해도 아마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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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 아파트의 이태원 1호 투표소는 이미 30여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비교적 찾기 쉬웠다. 부동산 중개소를 운영하는 한국인 친구가 투표를 마친 뒤 우딘씨에게 슬쩍 한 마디 던졌다.
"투표하러 오셨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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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한 분이 어깨 너머로 우딘씨를 슬쩍 바라보다 눈썹을 치켜 올렸다. "투표하러 오신 게요?" 투표하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을 우딘씨가 쇼핑객으로 착각하지나 않았나 하는 눈치였다. 우딘씨가 상황을 설명하자 할머니는 고객을 끄덕였지만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랐는지 입을 다물었다.
우딘씨처럼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에서 와 한국 국적을 취득한 친구들이 20명 정도 되지만 다른 '새내기 한국인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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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확인 절차는 너무나 순조로워서 우딘씨가 놀랄 정도였다.
"혹시라도 내 이름이 투표인 명부에 없을까 봐 은근히 걱정했어요."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명부에 지문을 찍고 두 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당과 후보에 기표를 하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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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표소를 빠져 나온 우딘씨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무엇을 할지 어리둥절했다. 기표소 직원들이 투표용지 2장을 각각 반으로 접어 연두색과 하얀색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난생 처음 투표를 해 보는 기분이 정말 좋군요."
투표소를 나서는 우딘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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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정치에 관심이 많고 선거 결과가 그들의 삶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라에서 투표는 가장 중요한 시민의 의무다. 우딘씨는 한국 여권을 지난해 받았지만 4월 15일은 그가 공식적으로 한국인이 된 기념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