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칼럼니스트 전여옥(왼쪽)씨와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12일 밤 'SBS 대토론 이것이 여론이다'에서 처음 만나 열띤 논쟁을 벌였다.
ⓒ SBS
동일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가장 치열한 비판논리와 지지논리를 설파해온 논객들이 '탄핵정국'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전여옥 (주)인류사회 대표와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그들이다.

전 대표는 노 대통령 비판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독설가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 지지 입장이었던 전 대표는 대통령 취임 후 조선닷컴에 <그는 대통령이 되지 않는 것이 좋았다> <기쁨 못 준 대통령 물러나길>이라는 도발적 내용의 칼럼을 잇달아 기고해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유 의원은 작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기 전부터 각종 기고와 개혁적 국민정당 활동으로 노 대통령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표명해온 친노 진영의 대표주자. 유려한 글 솜씨는 물론, 토론에도 능해 TV토론프로그램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이 상대방에게 밀리는 순간에는 지지자들의 입에서 "이거, 유시민을 보내야 하는데…"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게 한다.

전여옥 "탄핵은 불치병에 대한 수술"

이 같은 화려한 이력(?) 때문에 이들은 어마어마한 안티 그룹들을 몰고 다니기도 한다. 그런 그들이 12일 밤 방영된 'SBS 대토론 이것이 여론이다'에서 처음 맞닥뜨렸다. 이들은 탄핵안 가결 파문을 주제로 논쟁을 벌였지만 '진검승부'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들 외에 4명의 패널(김용균 한나라당 의원, 김재홍 경기대 교수, 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 최한수 건국대 교수)이 참여하는 바람에 1시간 50분간의 토론동안 두 사람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다만, 간헐적으로 서로간의 논점이 충돌하며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기도 했다.

전 대표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전여옥 : 저는 보통 시민의 입장에서 말하고 싶습니다. 사실 노 대통령을 뽑지는 않았지만, 다수 국민이 선택했기 때문에 5년을 기다리고 인내하고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회견 보면서 그렇게 참을 필요 없겠구나. 이번 탄핵은 자연치유가 불가능한 병에 대한 수술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시민 : 일반시민의 입장에서 말하신다니까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이해합니다. 어떻게 대통령이 모든 국민 마음에 들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번 탄핵이 문제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대통령을 응징하는 수단으로 탄핵소추안이 적법한 가입니다.

전여옥 : 제가 묻고싶습니다. 유 의원은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정치하는 거 아닌가요?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어제 한 가장이 충격과 사회적인 모멸감을 참지 못하고 한강에 투신자살을 했습니다. 나는 지난 1년간 대통령 걱정 많이 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짜증이 난 유 의원은 "대통령을 비난하는 이유 잘 안다. 그 비난이 다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이 자리는 대통령 험담하러 나온 자리가 아니고,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방법으로 탄핵 소추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고 정당하냐는 게 문제의 초점"이라고 일갈했다.

유시민 "야당의 무한 권력욕, 미리 몰라 국민께 사과"

전 대표는 웃음을 지으며 "나는 대한민국의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고 한 수 물러서며 1라운드는 싱겁게 끝이 났다.

토론 중반 유 의원이 법적 근거를 들어 탄핵소추안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끄집어내자 전 대표는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것 자체로 가결되지 않았다 해도 대통령이 입은 상처, 도덕적 오점…. 이것은 온전한 대통령이 아니다"고 반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갑론을박은 갈수록 열기를 더해갔다.

"우리당 지지율 상승은 변태적인 현상"
한나라 김용균 의원, 일반인식과 동떨어진 견해

▲ 김용균 의원
ⓒ오마이뉴스 이종호
SBS 토론에서 한나라당측 패널로 나온 김용균 의원은 우리당의 지지율 상승을 '변태적인 현상'이라는 직설적 표현으로 깎아내리기도 했다.

유시민 의원은 "지난 2∼3달 동안 한나라당이 우리당 대신 노 대통령만 공격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우리당 지지율은 2.5배가 오르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반토막, 1/3 토막이 났다"며 "대통령은 이제 일하게 놔두고, 싸움은 우리랑 해야하지 않나? 이제부터라도 공격목표를 바꿔주면 안되냐?"고 물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우리당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했는데, 대통령의 권력남용과 매스컴의 편파보도, (검찰의) 편파수사가 합쳐지면서 야당을 계속 부패집단으로 몰고, 저쪽(우리당)을 밀어주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변태적인 현상"이라며 "국민들이 곧 이성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일반적인 인식과 다소 동떨어진 분석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또한 "대통령 자리는 학습이나 정치실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가원수로서 결정적인 훼손을 입었을 때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릴 게 아니라 적절한 시간에 물러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며 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기도 했다. / 손병관 기자
전여옥 : 지금 유 의원님 말을 들으면서 참 어이가 없습니다.

왜 그러냐면 야당의 탄핵 얘기 이전에 시사주간지에서도 탄핵 시나리오가 있다, 이런 얘기 얼마든지 나오지 않았습니까?

우리 국회는 여당이 개헌저지선도 없을 정도로 균형이 없는 야대여소 국회입니다. 그러면 항상 거기에 대해 대비를 해야하는 겁니다.

항상 거기에 대해 두렵게 생각해야 하고. 만에 하나 그런 것(탄핵)에 대해 생각을 해야하는 겁니다.

(유시민 의원, 눈을 부라림) 유 의원도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여기 있는 국회의원들이 다 그냥 국회에 들어온 의원들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왜 그것에 대해 알아차리지 못했고, 왜 그것이 이틀전이냐? 매우 방만하고, 국민의 뜻을 모르고 이 시스템에 대해 무지했던 게 아니냐? 저는 이렇게 봅니다.

유시민 : 네, 반성합니다. 야당의 그 무한한 권력욕에 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횡포함에 대해서 미리 충분히 지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인정하고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합니다.


유 의원의 감정 섞인 비아냥이 돌아오자 전 대표는 순간 곤혹스런 표정으로 "야당에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지 말고 냉정하게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김재홍 교수가 순간 끼여들어 "원내 다수정파라고 해서 대선 끝난 지 반년도 안된 시점에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국민이 대통령을 잘못 선택했다'고 얘기하는 건 괜찮습니까? 아무리 소수정권이지만, 국민들 요구가 있는데, 눈에 보이는 부패비리를 전략적으로 손대지 말아야 합니까?"라며 전 대표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전여옥 "국민들에게 지금 예쁜 당이 어디 있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를 만드는 해법을 놓고도 전여옥의 '여야 양비론'과 유시민의 '우리당 대안론'이 엇갈렸다.

전여옥 : 제가 잠깐 말하겠습니다. 저나 모든 국민이 대통령이 우리당 의원들에게 몸싸움 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금 대통령이 아니라 한나라당은 우리당과 (싸움을) 해달라? 국민들에게 지금 예쁜 당이 어디 있습니까? 지지하고 싶은 정당이 거의 없는 겁니다.

유시민 : 있습니다. 우리당은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전여옥 : 물론 그렇지만, 지지하는 정당 없다는 퍼센티지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우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역시 우리당이 마음이 들어서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한나라당 지지자도 한나라당이 너무나 예쁘고 고와서 지지하는 게 아닙니다.

복잡한 국민들의 심사를 읽어주십시오. 그리고 지금 모든 정치인들은 겸손해야 할 때입니다. 야당이 그렇게 무모한 탄핵발의를 하고, 탄핵가결까지 가기까지는 야당 나름대로 전략이 있었다는 것을 계산해야하는 것입니다. 왜 생각을 안 하고 몸으로,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겁니까?


전 대표는 토론 도중 "나도 사실 이 정권 이전까지는 진보쪽 사람이었는데, 이 정부 들어서 보수로 가는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 말하지 않고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 왜 보수가 되어야 하나? 왜 편가르기가 되고, '그들'이 되어야 하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토론 내내 이어졌던 두 사람의 신경전은 막판에 결국 격론으로 폭발하고 말았다.

유시민 :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도 있는 표현이지만, 어떤 분이 평하기를 "노 대통령은 시대정신이 낳은 미숙아"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상당히 일리가 있는 표현이라고 봅니다. 시대가 나아 가야할 바를 체현하고 있는 정치인인데, 좀 미숙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시대가 오기 전에 먼저 나왔기 때문에. 그래서 실수도 오류도 많습니다. 그런 시각에서 대통령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질 것입니다.

전여옥 : 대통령이 대통령직 수행에 무척 어려워했습니다. 또한, 매력 없는 직업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나는 적어도 대통령직 수행을 위해서는 매력을 느끼고 직책의 위중함을 아는 사람이 대통령직 수행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또한 유시민 의원이 '미숙아'라고 말하신 대로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운 뒤에 나와야지, 제대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유시민 : 또, 저런 식으로 인용하시는군요.

전여옥 : 네, 아까 말하신 걸 듣고 제가 생각한 겁니다.

유시민 : (분노에 찬 표정으로) 매우 비열한 인용방식입니다.

전여옥 : 제가 비열하다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사회 맡은 염재호 교수가 '지금 논의가…'라며 말을 끊으려 하자) 저는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유시민 "국민 빙자말고, 전여옥 의견을 얘기하라."

유시민 :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것 다 아니까요. 전여옥씨 생각을 얘기하세요. 대통령 나가라 그 얘기 아닙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되죠?

전여옥 : 네, 그렇습니다.

유시민 : 저도 국민이니까요. 저는 대통령 절대 나가면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전여옥 : 유 의원은 그렇게 생각하는 걸 저는 또 받아들입니다. 유 의원은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또 이렇게 생각하고….

유시민 : 그러니까 국민을 빙자하지 마시고, 전여옥이 노무현 퇴진을 요구한다 이렇게 얘기해야죠.

염재호 : 정리합시다.

전여옥 : 아니, 국민의 한 사람인 전여옥은 노 대통령이 그렇게 버거워하시니까 그만하시는 게 좋겠다. 아까 그렇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걸 왜 자꾸 말꼬리를 잡고….

염재호 : 빨리 정리를 해주시고….

전여옥 : 국민들이 10년후 내 아이들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원하는 가를 깊이 생각하시고, 결정하는 게…. 국민에게 공이 넘어왔다고 봅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