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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e 스타센터의 분노조절 프로그램 진행자인 프렌신. 그는 자기 스스로가 프로그램 안에서 하나의 좋은 모델로서 여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Sage 스타센터의 분노조절 프로그램 진행자인 프렌신. 그는 자기 스스로가 프로그램 안에서 하나의 좋은 모델로서 여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 엄상미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있을까?

특히나 성판매 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상처에는 여느 사람들이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그들만의 고단함과 아픔이 배어 있을 것이다. 종종 이 여성들의 상처는 생존을 위한 ‘화’로 분출되거나, 더러는 생을 저버리는 ‘화’로 고이기도 한다.

그런 여성들의 ‘화’를 그들의 인생 한 가운데로 이끌어 내어 오히려 ‘제대로’ 표출하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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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신(Francine Braae,53). 그는 미 샌프란시스코 세이지 스타센터(Sage Trauma And Recovery Center)에서 분노 조절 프로그램(Anger Management)을 담당하고 있는 경력 5년차 직원이다.

프렌신은 여성들이 안고 있는 상처의 깊이를 안다. 또한 그들에게서 분출되는 ‘화’의 의미를 안다. 그 역시 오랜 동안 거리에서의 삶을 살아 왔던 까닭이다. 자신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그룹 작업실에서 만난 프렌신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내내 활달하고 털털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이지에서 운영하는 스타센터에는 분노 조절 프로그램뿐 아니라 동료상담 프로그램,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에는 성매매 현장에 있는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은 프렌신처럼 스스로가 성매매 거리에서의 삶을 겪었으며, 오랜 교육 기간을 거쳐 세이지의 정식 직원이 된 이들이 이끌고 있다.

마약에 빠졌던 젊은 시절

프렌신은 어린시절 동안 알콜중독이었던 의붓 아버지 밑에서 매일같이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고 회고한다. 그녀는 21살에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았고, 평범한 가정을 꾸렸지만, 알콜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남편과 이혼을 한 뒤, 그의 정신적 방황은 더욱 깊어졌다.

“생각을 해 보세요. 나는 결혼 시절 좋은 차에, 수영장까지 있는 크고 좋은 집에서 살았어요. 하지만 마약과 술 때문에 그 모든 걸 다 버리고 뛰쳐나온 거예요. 결국에는 마약 때문에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며 주사를 맞았고, 마약을 사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몸을 팔았지요. 나는 완전히 홈리스였어요. 하지만, 수감소를 전전하던 어느 날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겁니다.”

경찰 단속에 걸려 수감소에서 지낼 때, 프렌신은 상담가로부터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사회복지 서비스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프렌신이 '선택’한 곳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세이프 하우스(Safe House)였다.

"수감소에서 나는 그에게(상담가) 39년 동안 간직해 두었던 혼자만의 비밀을 털어 놓았습니다. 나는 아홉 살 때, 우리 동네의 아저씨에게 강간당한 경험이 있어요. 자전거 점포를 운영하던 그는 나를 강간할 때마다 내게 선물을 주었지요. 그 비밀을 털어 놓던 날 비로소 알게 되었죠. 내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걸.

나는 그런 일을 당한 내가 정말이지 나쁜 아이라고 믿고 살았답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마약이나 매춘, 어떤 경험도 다 말했지만, 내 가슴 깊은 곳에 숨겨 둔 그 이야기는 절대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나는 세이프하우스에 가서 살기로 ‘결정’했습니다.”

1997년에 설립된 세이프 하우스(대표 Reverend Glenda Hope)는 성판매를 하다 단속에 걸린 여성이 마약과 알코올을 하지 않겠다는 ‘클린 앤 소바(Clean & Sober)’를 조건으로 입소해 생활하는 곳이다. 여성들이 이 집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은 최장 2년이다.

세이프 하우스에서는 여성들이 이 곳에서 지내는 동안 직업을 구하고 돈을 벌고, 모든 기간을 마치고 ‘졸업’을 하면, 그 동안 여성 개인이 모은 돈만큼의 사회정착금을 지원한다. 이는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준비하는데 더없이 좋은 ‘인센티브’로 작용된다.

여기에서 지내는 여성들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외부 기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프렌신은 세이프 하우스에서 지내며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고 성매매가 아닌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회적 자원이 뒷받침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바꿔보겠다는 스스로의 의지가 뚜렷했던 까닭이다.

그는 세이프 하우스에서 지내며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세이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거의 모든 과정을 마쳤다. 프렌신은 자신이 세이프 하우스에서 생활했던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세이프 하우스에서 모든 과정을 무사히 마친 ‘1회 졸업생’일 뿐만 아니라, 한 때 ‘클라이언트’로 살았던 그가 지금은 세이프하우스의 이사가 되어 운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았던 그 고통의 경험이 남들을 도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화'와 평범한 사람들의 ‘화’는 분명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여성들은 바로 거리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특히 고객, 핌프(포주)와의 관계에서 더욱 그렇죠. 분노를 표출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지만, 거리에서는 화를 내게 되는 수많은 상황과 만나게 됩니다. 스스로 표출하고, 화를 처리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은 꼭 필요합니다."

현재 세이지의 동료 직원이 된 여성들 중에서는 클라이언트로서 프렌신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경우가 많다. 이 프로그램에 두 번을 연이어 참여하는 여성들도 있는데, 자기 스스로가 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알았으며, 상처를 치유하고 화를 다스리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여성들의 변화 한가운데에 무엇보다도 좋은 모델로 제공되는 것은 프로그램을 이끄는 진행자의 삶 그 자체이다.

“내가 맡고 있는 분노 조절 프로그램 안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며 내 스스로가 하나의 좋은 모델로서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전문가지만 많은 클라이언트에게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실무자가 아무리 전문가라고는 해도 거꾸로 클라이언트에게 배울 수 있는 거지요.”

프렌신은 ‘우리’의 마음과 달리 성매매 거리의 여성들은 아주 조금씩, 천천히 변할 거라고 말한다. 자기 스스로도 고백하듯, 이제는 어엿한 분노조절 프로그램 진행자가 된 지금도 여전히 일상 속의 작은 ‘화’들과 직면하며 그것들을 넘어서기 위해 날마다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요, 매일매일 그 전에 겪었던 어려움이 다시 나타나곤 합니다. 물론 솔직히 이 곳에서도 ‘화’나는 순간을 많이 겪어요. 세이지의 일은 결코 쉽지 않아요. 어떤 동료는 실무자가 되어 일하다가 너무 힘겨워 다시 거리로 돌아가 술과 약에 빠지는 경우도 많았어요. 어떤 여성은 결국 치유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복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거지요. 나로서는 그런 클라이언트를 보는 게 너무 힘듭니다.”

지난 삶을 회상하는 동안 슬금슬금 눈물을 닦아 내던 프렌신. 자기가 걸어온 삶을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을 보며 다 걷어냈다고 믿었던 지난 날의 상처가 헤집어 지는가하면, 그저 절망뿐인 길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여성들을 보며 한계를 절감하기도 한다. 세이지의 직원으로서 겪는 스트레스에 자기 스스로도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하지만 긴 이야기 끝에 “고양이를 키우며 ‘퍼시픽 하이츠’ 지역에 사는 맛이 아주 재밌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장난스러우면서도 넉넉한 웃음이 한가득 고였다. 그는 분명 자기 앞에 놓여 있던 큰 산 하나를 훌쩍 넘어선 듯 했다. 세이지에서 일한 지 꼭 5년째 되던 날, 동료들은 그에게 축하와 존경의 인사를 건넸다. 이제 그는 ‘한 매춘 여성’ 혹은 ‘한 마약 중독자’가 아닌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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