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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07 14:54최종 업데이트 03.04.07 17:07

부모가 없는 게 저의 죄인가요?

소년소년 가장으로 산다는 것

"신뢰는 사랑에 대한 또 다른 명명입니다. 이들이 목말라하는 것은 어쩌다 생각날 때 야단법석을 떨 듯하는 일회성 동정이 아니라 이웃, 학교, 사회의 지속적인 믿음이지요"

나주시 아동·청소년팀 양영이씨는 관내 소년소년 가정 실태를 얘기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실상 10만여 일반 시민 중에서 관내 소년소녀 가정의 실태를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좀더 꼬집어 말하면 관심 밖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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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 현재 나주지역 소년소녀 가정은 76세대, 118명이다. 2개월 전에 비하면 11명이 감소했다. 취업과 대학진학 때문이다. 이들은 거의가 할머니와 살거나 삼촌, 이모, 고모 등 친인척과 살고 있다. 그나마 이중 4세대는 연고가 전혀 없이 '나홀로' 가장으로 살아간다.

물론 소년소녀 가정은 국가에서 매달 일정금액이 지원되고 있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는 볼 수 없다. 국가는 소년소녀 가정에 만18세까지 매월 1인 가구 31만3224원, 2인 가구 51만8749만원 등 최저생계비와 주거 급여비 32000원 외에 1인당 65000원의 보호비를 지급하고 있다. 또 친인척과 살지 않는 경우 1세대당 2만원의 위로금이 더해진다.

신뢰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

하지만 이들은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청소년들이기에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겪는 정신적 혼란과 친구들의 집단 따돌림, 어른들에 대한 불신 등 이른바 '반사회적' 태도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 아이들은 어느 날 불쑥 다가오는 손길을 경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것을 무조건 동정이라 단정하고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것이지요. 이는 주변에서 무슨 좋지 않을 일이 생겼을 때 이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회의 모순적 생리 때문에 야기된, 우리 사회와 구성원들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이 같은 반사회적 태도는 결국 평소 사회적 냉대와 무관심이 낳은 결과로서 일견 당연한 반응이라는 것이 양씨의 진단이다. 때문에 이웃주민, 교사 등 평소 이들과 제일 가깝게 지내는 주변인들의 관심과 사랑은 절실하다. 특히 신뢰가 바탕이 된 관계는 이들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연말에 마치 의무인양 연례적으로 되풀이하는 불우이웃 돕기, 이들은 이런 행사를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평상시에는 단지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하면서 꼭 특별한 날을 지정해 생색내는 것, 이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겠습니까?"

정작 필요한 것은 사회적 관심

소년소녀 가장들이 혹여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그 아이는 학교·마을 등 소속된 집단을 자의적으로 탈퇴하지 않는 한 '요주의 인물'이며, 범죄인으로 낙인찍힌다. 이를 견디다 못해 학교를 자퇴하거나 마을을 떠나 객지로 나가는 아이들이 심심지 않게 눈에 띠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가 부모만큼 보살필 수는 없겠지만, 우리 어른들이 관용과 믿음, 관심을 베풀 수는 있잖아요. 이들이 원하는 것도 사회구성원으로서 똑같이 우리들의 이웃으로 인정받는 것일 뿐입니다" 양씨의 말은 더도 덜도 아닌, 이웃으로서 최소한의 시선을 갖고 이들을 대하자는 것이다.

이제 갓 10대에 접어든 사춘기 소년소년 가장들. 이들은 변방의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 주위를 서성이는 '미래의 희망'이라는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우리에게 소외된 채 하루하루를 '없어도 그만인' 주변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정의 달이라는 5월, 이제 곧 있으면 '5월은 가족과 함께'라는 캠페인이 신문, 방송에서 요란하겠지만 이들의 가정에는 '낮고 외롭고 쓸쓸한' 호롱불 같은 이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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