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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14 22:34최종 업데이트 03.01.15 09:05

성공하는 지도자의 용인술

『하군진기지능(下君盡己之能) 중군용인지력(中君用人之力) 상군진인지지(上君盡人之智)』

연전에 업무관계로 방문했던 대만의 한 고위직 인사의 집무실 액자에 걸려 있던 글이다.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으려니 눈치 빠른 그 방의 임자가 의미를 풀이해 주었다.

『못난 지도자는 자신이 능력을 다해 일을 하고, 평범한 지도자는 사람들의 힘을 빌어서 일하며,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이 지혜를 다해 일을 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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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능력은 용인술, 다시 말해 인사정책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 그의 해설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대 지도자들은 과연 어떤 유형에 해당될 수 있을까.

한 때 우리가 뽑았던 대통령 한 분은 자신의 머리에 대한 세간의 여론을 의식했던 탓인지 당선되기 이전부터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고 공언했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 나라의 크고 작은 일들을 장관이나 비서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건강을 위해 달리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국정에 문제가 생기면 망설임 없이 총리나 장관을 갈아 치웠다.

그는 어떤 경로를 통해 인사가 이루어졌는지를 도무지 짐작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인사를 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인사 뒤에는 항상 ‘깜짝 인사’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일부에서는 그의 아들이 인사를 좌지우지 한다는 비판까지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가 재임하는 동안 국정이 난맥상을 이루었고, 경제는 악화일로를 치달았으며, 임기 말에는 IMF 경제위기가 도래하여 대다수 국민이 커다란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의 실패를 보면서 국민들은 최소한 아래 사람에게 국정의 방향만이라도 올바르게 제시해 주면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머리가 있는 대통령을 소망했다.

스스로를 ‘준비된 대통령’으로 불렀던 사람이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은 바로 그러한 국민들의 기대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는지, 그는 중요한 자리에 가신과 측근, 그리고 고향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수첩 속의 인물들을 차례로 기용했다. 그러다 보니 때로 그의 인사는 ‘향우회 인사’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때로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대통령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고위직 인사들이 줄줄이 자신의 말씀을 받아 쓰는 모습을 즐기기도 했다.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국정의 세세한 분야까지 간섭하고 지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걸 보는 국민들은 이 나라에 대통령보다 더 똑똑한 사람은 정녕 없는 것인가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젖어야만 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준비’를 했으며 ‘남북 관계’에서 큰 업적을 남겼고, 그로 인해 국내 최초의 노벨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누렸음에도 지도자로서의 그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가 망설여지는 이유는 능력 있는 인재들이 적재적소에서 지혜와 능력을 다해 일할 수 있는 인사를 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두 전직 대통령이 수많은 총리와 장관을 임명했지만 그 인사는 상당 부분 ‘만사(萬事)’가 아닌 ‘망사(亡事)’로 끝나고 말았으며,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성공하지 못한’ 지도자로 평가 받게 하는 주요인이 된 것 같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세 번째 지도자를 맞이하게 된다.

젊음과 솔직함, 소신과 고집, 서민적 풍모와 겸손함 등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그는 우리 사회의 이른바 ‘메인 스트림’ 이라는 계층으로부터 적지 않은 저항을 받았다.

그의 이념이나 경륜을 믿을 수 없다는 게 표면상의 이유였지만, 내심 그의 학력에 대한 경시, 그리고 그런 그가 어찌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여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겠는가 하는 냉소주의가 주요한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선거 이전에 어떤 인사는 ‘이젠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그의 학력을 비하했다. 그가 이러한 소위 우리 사회 ‘주류’들의 오만함을 통쾌하게 꺾어 버리고 국민에게 비전을 주는 훌륭한 지도자로 기록될 수 있기 위한 첫걸음은 인사에서부터 이전의 지도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이다.

무엇보다 그는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선거의 논공행상으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주요한 자리에 객관적으로 능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인재들을 제대로 뽑아서 써야 한다.

자신의 수첩 안에서, 혹은 측근 몇 사람의 추천을 받아 사람을 찾고 전화 한 통화로 임명을 통보하는 식의 제왕적 인사가 아니라, 널리 인재를 구하고, 때로 삼고초려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인사를 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들이 흔히 그러는 것처럼 중요한 직위의 인사를 임명할 때는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그를 선택한 이유를 당당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또 ‘대통령 = 전지전능, 무소불위’의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밑에서 써 올리는 말씀자료 가지고 강의나 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보다 더 똑똑한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지혜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무실이나 국무회의장의 형태를 과감하게 바꾸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대통령이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게 무슨 상관인가. 특정학교 출신, 아니면 고시출신이라는 이유로 우대 받고 출세가 보장되는 우리의 공직풍토를 바꾸는 데 있어 그의 학력은 차라리 강점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아무쪼록 새 대통령이 새로 임명되는 공직자들로 하여금 나라와 국민과 임명권자를 위해 지혜를 다하여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그래서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 필자가 2003년 1월 14일자 대한매일신문 '열린 세상'에 기고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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