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닢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
단풍 - 골불은 감닢을 매개로 누이와 가을. 그 시계(視界)의 대응이 그런 누이와 화자의 대응으로 옮아, 가을의 심상과 남매애를 토속적 정감어린 정서로 간결하게 그렸다.
"어마나, 그새 단풍 들었네."
장독대에 잎금 붉은 감닢이 떨어져
누이는 놀란 듯이 쳐다보며
"어마나, 정말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다리니
바람이 잦아서 누이가 걱정이리
누이야, 나를 보아라.
"어마나, 누이의 마음도 단풍 들것네."
밖과 안의 세계. 그러나 이 시는 뭐라해도 `오매, 단풍 들것네`가 백미(白眉)이요, 그것 하나가 그야말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그것은 바로 이 전통사회의 향수인 어릴적 우리의 `오누이`, 그 이미지다.
- 어린 나이서부터 봄이 오고, 가을이 가도 담장에 갇혀서 누이는 그 세월 바깥 세상을 모른다. 내내 어미는 밭일 나가고, 대신 어린 살림이다. 그런 누이의 그 마음을 나는 안다.
`오매, 단풍 들것네`
그것은 늦가을 장독대에 떨어진 골불은 감닢, 그처럼 붉게 물든 누이의 애처로운 가슴. 그리고 여리기까지 한 그 떨림이다.
덧붙이는 글 | # 詩人 연보
본명 김윤식(金允植1903,1,16 ~ 1950). 전남 강진 출생. 1917년 휘문의숙 입학. 일본 아오야먀(靑山)학원 중학부 영문과 입학. 1930년 박용철 정지용과 함께 <시문학> 동인으로 활약.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언덕에 바로 누워> <쓸쓸한 뫼 앞에> <제야> <내마음 아실이> <가늘한 내음> <모란이 피기가지는> 등을 발표.
일제 강점기 말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 8,15 광복후 민족운동에 참가. 6,25 전쟁때 피난하지 못하고 파편에 맞아 사망. 그의 시는 잘 다듬어진 언어로 섬세하고 영롱한 순수 서정을 노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