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없이 사진을 원하는대로 찍을 수 있다는 디지털 카메라.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매년 기하급수적인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인화 - 현상의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컴퓨터에 연결만 하면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활발한 보급과 맞물려 엄청난 기세로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자도 디지털 카메라의 그 편의성과 상상을 뛰어넘는 화질에 반해 디지털 카메라 유저가 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양적인 팽창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제조하는 업체는 캐논, 니콘, 올림푸스, 코닥과 같은 광학기기 제조업체들과 소니, 파나소닉, 산요 등의 가전기기 업체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외국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국내 기업인 삼성도 디지털 카메라를 제조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다.
지금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외화 유출과 같은 문제 같은 것이 아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제조해 판매하는 업체들의 국내에서 저지르고 있는 부조리한 행태를 고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마케팅에만 급급한 나머지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 결과 국내 소비자들이 소비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의 불만 또한 늘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세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회사 중 하나인 소니 코리아의 A/S가 최근 유저들에게 큰 불만을 야기시키면서 급기야 소비자들의 단체 행동으로 발전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작년 가을에 출시된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 사이버샷 DSC-F707이라는 제품은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 중 최상위급 제품으로, 500만 화소의 CCD에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사용자들로부터 굉장한 호응을 얻은 제품이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이 제품에 대한 이상 현상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일명 LSD(Left Side Darken)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사진을 찍게 되면 사진의 왼쪽 부분이 붉게 물드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 현상이 심한 카메라의 경우에는 사진을 거의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극소수의 카메라에서 나타나는 불량 현상이 아니라, 생산 공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이 될만큼 많은 수의 카메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사용자들이 개인적으로 소니 코리아에 A/S를 맡기는 등의 소극적인 행동을 취했으나 소니 코리아에서는 이러한 불량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명확한 A/S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이러한 소니 코리아의 미온적인 대응은 결국 사용자들의 분노를 사게 된 것이다.
국내 최대의 디지털 카메라 관련 사이트인 '김유식의 DCINSIDE(http://www.dcinside.com)'과 소니 디지털 카메라 유저 동호회인 '디지털 포토 콘테스트(http://www.digitalphotocontest.co.kr)'에서는 이 현상에 대한 토론과 의견 접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미 수백 건의 제보가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소니 코리아의 무책임한 A/S 정책과 미온적인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조만간 리콜 요구 등의 조직적인 소비자 운동을 전개할 태세이다.
이러한 현상은 소니 코리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올림푸스, 후지, 코닥 등의 A/S도 사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국내 점유율 1위' 등의 미사여구만 앞세워서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는 이면에는 이렇게 소비자들을 등한시 하는 저질 A/S 정책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심각한 속병을 앓고 있다. 용산 등지에서는 소비자들을 속여 바가지를 씌우는 부도덕한 상인들이 판을 치고 있고, 국내 현지 법인들의 고가 정책으로 인해 보따리 장수들이 들여오는 밀수품이 시장에서 버젓하게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업체들의 무책임한 A/S 정책은 고가의 카메라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이제 업체들은 파는 데에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소비자 정책을 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소니 코리아에 대한 소비자들의 조직적인 대응이 주목을 받는 이유도, 이번 사건을 통해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앞으로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