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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5.20 07:50ㅣ최종 업데이트 02.05.20 11:17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라

모두가 다를 수 있는 자유, 비폭력 혁명을 위하여

작년 12월 17일. 입영예정일을 맞이한 야윈 얼굴과 엷은 웃음을 지닌 한 청년은 논산훈련소 대신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갔다. 이후 그는 현재까지 약 5개월 동안 고려대학교 앞에 위치한 빈민가정 아이들을 교육하는 '희망학교'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오태양 씨.

지난 5월 14일, 서강대학교 K관(김대건관)에서는 서강대학교 총학생회에서 주최한 '한국 최초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알려져 있는 오태양 씨의 강연이 있었다. 하지만 오 씨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최초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아니다. 지금까지 1만 명이 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 '제7일 안식교' 신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들 소수 기독교 신자들을 제외하면 오태양 씨가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일까? 그렇지 않다. 오태양 씨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목사나 스님들 중에도 병역이나 집총을 거부한 경우가 있었다"며 자신 이전에도 '여호와의 증인', '제7일 안식교' 이외의 종교인들 중에서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실천했던 전례들이 있었음을 지적한 후 본격적인 강연과 토론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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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권'은 엄연히 사회적, 시민적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병역거부는 오히려 국가반역죄에 준하는 범죄로 인식되어 왔다. 이런 한국사회에서 오태양씨는 입영을 거부하는 '위험한' 선택을 감행했다. 두 차례의 사전구속영장 심사를 받았으나, 이례적으로 두 번 모두 기각되어 현재 불구속 수사가 진행 중이다.

오태양 씨가 병역거부를 결심한 것은 입대예정일로부터 약 9개월 전인 작년 3월 경. 당시 여호와의 증인들의 집총거부로 인한 고통을 직접 접하며 충격을 받았으며, 그것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오태양 씨는 "여호와의 증인들이 집총거부로 인해 죽음에 이를 정도의 심한 구타를 당하고, 거의 대부분이 감옥행을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 인식의 전환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현재 입영 후 군인 신분으로 집총을 거부할 경우나 입영 자체를 경우엔 모두 최고 3년의 형량이 부과된다. 이렇게 병역이나 집총을 거부한 이유로 현재 감옥에 있는 사람들의 수는 무려 약 1,600명. 이들 중 대부분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그렇다면 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병역을 거부하는 것일까? 이유는 총을 잡는 것이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 중에는 집총 거부와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 수혈 거부 등의 내용이 있다.

오 씨는 "'여호와의 증인'의 집총 거부 교리가 부처님의 자비 정신, 무폭력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것임을 깨닫고 그들을 돕고자 했다"며 "얼마 후에는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사격, 수류탄 투척, 총검술 등을 연습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결국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병역거부자들의 고통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며 70년대 당시 병역거부자였던 정창국 씨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대학교 의예과에 재학 중이던 정 씨는 맨 처음 병역을 거부하여 감옥에서 10개월을 복역했다. 그러나 감옥에서 출소하자마자 또 다시 영장이 나왔으며 그는 이 또한 거부했다. 1심에서 2년형이 선고되어 항소를 하였으나 항소에서 '괴씸죄'로 2년이 더 부과되어 총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4년간의 형량을 마치고 출소하는 날, 또 다른 입영통지서가 나왔으며, 그는 이를 거부하여 또 다시 3년의 형량을 선고받았다. 무려 총 7년 10개월을 감옥에서 보낸 것이다."

오 씨는 이외에도 자식 5명 모두가 병역거부로 수감된 사례, 3대가 모두 병역거부로 수감된 사례, 제대 후 예비군 훈련에서 집총을 거부하여 약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사례 등도 소개했다. 오 씨는 또한 병역거부로 수감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감옥 안에서 종교 활동을 금지당하고 있는 상황, 거의 대부분이 모범수인 이들에 대해 전혀 가석방 조치가 되지 않는 상황 등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오 씨는 '차이(difference)'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러한 각기 다른 차이가 자신의 세계관, 사상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 '양심'"이라며 "모두가 다른 양심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의 의무'에 대해서도 "단지 국가가 일방적으로 부여한 의무만 있을 뿐, 의무를 이행하는 당사자들의 권리와 의견을 수렴한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현재 대한민국의 군대제도인 '징병제'에 대해서도 "징병제에는 많은 모순과 한계가 있다"며 "과연 국방을 위해 60만 명의 대군이 필요한 것이냐"고 물으며 대체복무제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것이지 국방의 의무 그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며, 비 전투 분야에서 근무하거나 사회봉사활동을 하며 그 의무를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얼마든지 다른 대체복무의 기회를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감옥에 보내는 것은 심각한 '인권유린'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대체복무제도가 생기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군대에 가는 것 대신 대체복무제를 선택하지 않을까? 자유를 지향하고 통제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연적인 심성이라면 대체복무자수는 매해 늘어날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해 오 씨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게 되면 군대제도 자체가 대체복무제와 경쟁관계에 놓이기 됨으로써 국방부로서도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군대내의 복지와 인권 수준을 향상하게 노력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하고 있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운동 역시 군대내 복지와 인권 향상 작업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체복부제 도입의 의미를 다음 네 가지로 요약했다.

"대체복부제 도입은 다원주의, 민주주의를 신장하는 길이며, 열악한 군대 내 인권 및 복지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고, 사회적으로도 사회복지를 확대, 확충하는데 기여하며, 이 자체가 군사적 자신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대체복무제의 수위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인가?

군대에서의 생활에 비해 너무 편하거나 그 반대로 복무기간이 훨씬 더 길다거나 그 일의 강도가 가혹할 정도로 힘들다면 그것 또한 문제일 것이다. U.N. 인권위원회에서는 대체복무제의 복무기간이 군대 복무기간의 1.5배 이상을 넘지 않도록 공고하고 있다. 만약 그 이상을 넘게 되면 대체복부제가 징벌적, 형벌적 성격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 씨는 "현재 군대복무기간이 26개월임을 감안할 때 대체복부제의 복부기간은 36개월(3년) 이내로 정해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징병의 당위성, 더 나아가 군사주의 문화, 군사적 시스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라며 "앞으로도 끝없이 징병제의 모순을 이야기할 것"이라 말했다.

불행하게도 21세기를 맞이한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국가주의적, 군사주의적 가치관이 지배적인 게 사실이다. 여전히 "군대를 갔다 와야 인간이 되지","남자라면 군대를 가야지" 등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는 순간, 군인이 되어야 할 운명, 언젠가는 총을 들어야 할 의무를 숙명적으로 갖게 된다. 그러나 과연 대한민국에 태어난 모든 남성은 반드시 군인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특히 한국과 같이 군대내 인권 및 복지 수준이 열악한 상황에서 그 누가 자발적으로 군대에 가고자 하겠는가?

징병제는 18세기 나폴레옹이 영토확장을 위해 국민개병제를 실시하면서 처음 실시된 것으로 국가적 의무와 국민의 권리 간의 계약관계로서 탄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시대 일본이 처음 도입하였다. '황국신민화'를 위해, 태평양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식민지백성에게 총을 잡게 한 것이다. 이러한 징병제의 핵심적 기능 중 하나인 '국가적 훈육기능'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오 씨는 "병역거부를 하는 사람들의 존재와 행위를 인정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며 "비록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자체에 '동의'하지는 못할지라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들이 단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차별'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씨는 "현재 하고 있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운동은 20년 넘게 자신의 삶에 만연되어 있는 입장을 캐내는 과정"이라며 "한 사람의 진심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2000년, 대만에서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었다. 하지만 대만에서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는 정치인이 그 문제를 발견하고 제기한 '위에서부터 아래로'의 운동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그것은 '아래에서부터 위로'의 운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운동에서는 정치가가 아닌 시민단체, 시민사회와 함께 병역거부자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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