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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라트비아 리가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은 리투아니아나 에스토니아와는 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동유럽은 거리에 있는 신문가판대에서 표를 구입한 후 버스나 전차에 탑승하여, 개찰기에 펀치를 한 후 가지고 있다가, 아무도 검사를 안하면 그냥 내려서 버리면 되고, 불시에 검표원들이 검사할 경우 표를 보여주면 됩니다.

검표원의 검표시 표가 없거나 표에 펀치가 안 되어 있으면 곤란을 겪게 됩니다. 빌뉴스의 경우는 검표원들의 임무가 표 없는 사람을 발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표 소지상태를 검사하는 것이라고 하니까 만약 표가 없는 경우에도 묵묵부답으로 앉아 있으면 그냥 넘어가는 수도 있지만, 자신이 알아서 해결할 일이죠.

그런데 리가는 빌뉴스나 탈린과는 달리 버스나 전차 안에서, 안내양이나 '안내군'에게서 표를 구입합니다. 옛날 우리나라처럼 표를 샀다고 전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리가에서도 승객들의 표 소지상태를 점검하는 검표원들이 올라타는데, 표가 없는 승객이야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승객에게 표를 팔지 않은 안내양들도 벌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래서 혹시라고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버스표를 버려서 안내양을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 보통 검은 가방을 비스듬히 두르고 있다가, 찾아보기도 전에 여러분 곁으로 올 겁니다. 웬만한 볼거리야 전부 걸어서 30분 내에 있습니다만, 리가의 야외민속박물관에 버스로 가시려면 알아두시는 것이 좋죠. 참고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주요 교통수단은 버스나 시가전차, 그리고 기름 대신 전기로 움직이는 꼬리 달린 버스인 트롤리버스 등이 있고, 지하철은 아직 개통된 곳이 없습니다.

지난 번에 말씀 드린 바대로 metropole 호텔을 찾아서 그 호텔이 위치한 Aspazija거리를 따라가면 제가 발트3국 이야기에서 자주 소개해드린 바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만납니다. 구시가지가 시작하는 광장 한가운데, 별 세 개를 들고 서 있는 파란 여인의 동상이 그것인데. 손에 들려 있는 3개의 별은 라트비아의 지역을 상징합니다.

라트비아의 지역은 현재 쿠제메, 비제메. 젬갈레, 라트갈레 등 4개이지만, 그 동상이 만들어질 당시 젬갈레는 독립된 행정구역으로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 동상의 밑부분으로는 라트비아 민족의 대서사시 '라츠플레시스'에 나오는 장면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헬멧을 뒤집어 쓰고 있으나 헬멧 옆으로 큰 귀가 삐져나와 있는 영웅은 십자군의 침략에 맞서 싸운 라츠플레시스로 곰의 귀를 가지고 있어서 그 귀에서 신비한 힘이 솟아났다고 합니다(이전기사에서 곰을 찢는 사나이를 읽어보세요).

매 정각마다 그 동상 앞에서 군인 교대식이 있습니다. 동상 앞에 있는 Laima라 크게 써 있는 시계탑은 리가시민들이 주로 만나는 약속장소입니다. Laima는 라트비아 최대의 초콜렛 제조업체 이름입니다. 그 동상 앞으로 해서 구시가지를 가로질러 쭉 나 있는 Kalku 거리를 따라 걸으면 구시가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Kalku 거리를 조금 걸어서 airBaltic 사무실이 나오면 그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트세요. 붉은 벽돌로 된 탑이 보일 겁니다. 그곳은 화약탑이라고 불리는데, 18세기에 세워진 성벽의 일부로 정말 화약이 보존되어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군사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들어가실 때 모자 안 벗으면 관리자 할아버지한테 혼나요).

구시가지 성벽과 스웨덴문(Zviedru varti)은 화약탑과 바로 연결이 되어있는데, 화약탑을 끼고 돌아나가면 상당히 보존이 잘 된 괜찮은 거리가 보입니다. 괜찮은 기념품 가게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왼쪽편으로 구시가지 성벽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3세기에서 16세기에 지어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물인데, 당시 주교의 성과 리보니아 기사단이 쓰던 성을 지키기 위한 요새 중 일부분입니다. 그 거리를 따라 좀 들어가보면 스웨덴문이 나옵니다. 17세기 리가시를 스웨덴인들이 획득하자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문인데, 문을 통해 나가면 좁은 거리들이 많이 나오고 아기자기한 커피숖들이 많이 있습니다. 스웨덴문은 그런 역사적 사실 빼놓고는 그리 볼 게 있는 문은 아니지만, 스웨덴문을 제대로 찾아야 리가 구시가지의 지리가 조금 눈에 들어옵니다.

리가성(Pils laukums 3)은 1330년 리보니아에서 창설된 리보니아 기사단의 기지로 건설된 성인데, 현재는 대통령 집무실과 리가 역사박물관 등이 입주해 있습니다. 스웨덴문을 지나 그 거리를 쭉 따라가면 리가성이 자리잡은 광장이 나옵니다.

리가성에서 나오시면 '삼형제'건물을 찾아보세요. 리가성이 있는 광장에서 바로 연결되어 있는(찾기가 바로 쉽지는 않지만) Maza Pils 거리17,19,21번지에 나란히 있는 세 건물을 말합니다. 서로 다른 세 가지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는데, 가운데(19번지) 있는 건물은 리가 건축박물관입니다.

돔 성당(Doma Baznica)은 독일인들이 이 땅에 와서 처음으로 지은 성당입니다. 발트지역에 있는 성당 중에는 가장 규모가 크고 성당 안에 있는 오르간은 한때 유럽 최대였습니다. 수많은 보수공사 때문에 한 건물 안에 여러 건축양식이 복합적으로 나타나있다고 하는데, 돔성당에서 열리는 오르간 콘서트와 음악회에 가보세요. 특별한 음향장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지만,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돔 성당 주위로 있는 광장은 리가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광장 중 하나입니다. 노천카페에 들어가서 라트비아 최고의 맥주인 알다리스를 드셔보세요!

베드로성당(Peterbaznica)은 구시가지에서 돔성당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건물 중 하나로 1209년에 건설되었다가 시대에 따라 카톨릭, 루터교, 그리고 박물관 등 여러 차례 기능이 바뀌었던 곳입니다. 구시가지를 가로지르는 Kalku 거리 (돔성당에서 출발하면) 반대편에 있는 뾰족한 첨탑의 교회로, 1666년 이후 여러 차례 보수 되었습니다. 현재의 모습은 1941년에 보수를 마친 것인데, 123m 높이에 있는 교회첨탑 위로 올라가 보세요. 전망대가 있어서 온 리가 시내가 다 보입니다. 베드로 성당 뒤쪽으로는 그림형제의 유명한 동화 '브레멘의 음악단'에 나오는 동물들의 동상이 있는데, 그것은 브레멘시가 리가시에 기증한 것이라고 합니다. 동물들 동상 주위로 기념품 파는 곳이 많이 몰려 있습니다.

라트비아의 현대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베드로 성당 바로 앞에 놓인 커다란 '검은 상자(!)' 안으로 들어가세요. 그곳은 라트비아 점령박물관으로 20세기가 시작하면서 라트비아에서 자행된 외국침략의 역사를 전시해놓은 곳입니다. 침략에 맞서 싸우는 라트비아인들의 투쟁과 패배, 그리고 승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발트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들어가보셔야 합니다. 입장료는 없습니다.

라트비아 점령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장식이 아주 화려한 건물은 '검은머리 전당(Melngalvju nams)'이라는 건물입니다. 그것은 중세시대의 무역인 모임 중의 하나인 '검은머리길드'가 쓰던 건물로 그 당시의 독신여행가들에게 숙소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름이 검은머리인 이유는 그 길드의 수호신이 아프리카 모리셔스 출신의 흑인 성인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14세기 경엔 검은머리 길드 회원들이 건물을 임대하여 썼는데, 그 후 그 건물을 아예 구입하여 지금과 같은 장식이 화려한 건물로 둔갑시켰으나 1948년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아직 복원사업이 진행 중에 있는데, 현재 관광안내소, 콘서트홀, 검은머리 길드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 등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검은머리 전당과 점령박물관을 보셨다면 그 앞의 다우가바 강을 가로지는 다리를 산책해보세요. 그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리가시의 풍경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그 다리를 지나면 '파르다우가바(Pardaugava)'라는 지역이 시작되는데, 서울의 강북과 강남처럼, 다우가바 강을 사이에 두고 반으로 나뉜 리가의 다른 부분입니다. 특별히 볼 것은 없지만. 리가에 파르다우가바라는 지역이 있다는 것은 알아도 손해볼 것이 없을 겁니다. 잘 찾아보면 재미있는 곳이 나오긴 합니다만.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에는 리가 주변지역에 대한 정보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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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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