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법은 물론 심지어 근로기준법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근무조건에 놓인 "우체국의 상시위탁 집배원들"이 마침내 광주에서 당당히 노동자임을 선언했다.
"정보통신부 계약직 노동조합(위원장 박석기, 이하 정통부 계약직노조)"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하고, 일일평균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월평균 300시간이상)에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월평균7~80만원(정규직과의 임금격차 3~4배)이라는 박봉에 허덕여야 하는 현실을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어 노동자의 자주적 조직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34명의 서광주우체국 계약직 노동자들>은 지난 3월 13일 창립총회를 갖고 오늘(3/27) 관할 구청인 광주광역시 서구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그동안 정규직 노조인 전국체신노조(한국노총 소속)는 규약상 "조합원은 체신사업 또는 체신사업과 관련되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자로서 경영주를 대표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제외한 전원이 된다"라고 조합원 자격을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계약직 노동자들의 조합 가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상급단체 인준필증(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에 가입)을 포함한 노조설립 신고서류를 관할 서구청에 제출하는 자리에는 15명의 조합원들이 우르르 몰려가 서 있는 바람에 담당 공무원들이 당황하여 사무실에 있는 빈 의자란 의자는 다 모아 '앉기를 권유'하는데 급급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노조 설립필증이 쉽게 교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시 말해서, '복수노조 금지조항의 유예'로 기존 노동조합의 (노조규약상)'조합원자격과 대상범위가 중복된다'며 관할 구청으로부터 설립신고가 수차례 반려되기도 했고, 심지어 법정싸움으로 번질 기미마저 보이고 있는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와 홍익회 매점노조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게 관계자들의 일반적 예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석기 노조위원장은 "싸움은 이제부터다. 순순히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예상되는 반려와 회유, 탄압에 대비하여 물리적.법률적 대응방안을 이미 마련한 상태이며, 3800여명을 아우르는 전국적 조직망 또한 조만간 수면 위로 오를 것이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어찌보면 '근로기준법'등의 보호를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한 데서 출발한 정통부 계약직노조 조합원들에게는 '노조설립필증'이 그저 형식적 의미를 넘어서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보호장치인 '노동조합'을 이미 만들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거대한 조직의 힘을 실감하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