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우 일부 젊은층의 바디 피어싱은 바야흐로 '정착'의 단계로 접어든 느낌이다. 눈두덩이, 귓볼, 코, 입술, 혀, 턱, 볼, 목, 배꼽, 유두와 성기에 이르기까지 신체의 어느 부위도 뚫을 수 있다면 뚫겠다는 분위기인 듯하다.
코걸이나 2중 3중의 귀걸이가 뭇사람들의 시선을 끌던 때는 벌써 지난것 같다. 수년전 피어싱에 대한 언론의 지대한 관심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일반 성인들 사이에서도 피어싱을 하는 사람들이 점차 일반화 돼가는 느낌이다. 자동차 정비업소의 미캐닉의 혀에 서너줄 쇠징이 박혀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며칠전엔 첫째 애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갔다가 코에 커다란 링을 달고 온 학부모도 만났다. 어린 자녀를 무릎에 앉히고 교사와 상담하는 자세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성기 피어싱은 일반적으로 아프리카의 일부 부족이 의식의 하나로 남성의 음낭이나 여성의 성기에 고리를 만들어 달기 시작한 데서, 그리고 유두나 가슴에 고리를 끼우는 것은 미주 인디언들의 통과의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차원에서 유래한 유두나 성기 피어싱은 현대 서구의 새도 매조키스틱(가학 피학성 변태성욕)한 동성연애자 그룹과 모터사이클, 펑크족을 거쳐 요즘의 피어싱으로 이어진 것으로 인류사회학자들은 보고 있다.
피어싱으로 인해 여성의 경우 유선이 막히거나 남성의 경우 소변을 보기 힘든 경우도 있다는데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도 그같은 행위를 하는 동기는 무엇일까?
바디 피어싱은 문신이나 칼자국내기와 같은 차원의 신체변형 행위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Spin'이라는 잡지에는 얼마전 머리카락을 곤두세운 여성이 다른 여성의 등에 칼자국을 내는 사진을 게재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남의 몸에 칼자국을 내는 행위는 분명 폭력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은 치장이나 인내, 혹은 친밀감의 표현수단으로 그같은 행위를 한다. 소위 새도 매조키스트로 불리는 이들은 몸에 칼자국을 냄으로써 육신과 정신을 연결시켜 준다고 믿는다.
일반적인 피어싱족은 성적쾌락을 위해, 용감하게 보이기 위해, 멋지게 보이기 위해, 혹은 분노를 표시하기 위해 이같은 행위를 한다.특히 피어싱행위는 기성세대와 중산층에 조롱과 충격을 주고 부모의 마음을 괴롭히는 '효과'도 발휘한다. 이는 현대의 서구적 규범이나 가치관을 거부하는 사회반항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 이들은 서구적 성규범의 변화도 요구한다.
이들은 또 최근 들어 급속히 발전 (혹은 변화)하고 있는 테크놀러지를 거부하고 정치사회적 환경에 대해서도 반항의식을 노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신의 신체를 지배함으로써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신체자해의 일종인 바디피어싱도 억눌린 욕망과 잠재의식 속의 강박관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젊은층에서 확산되고 있는 사회일탈적 행태의 바디피어싱 물결이 문화위기의 징후가 아닌가 하는 진지한 의구심을 가져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