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인공지능 책임성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사회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이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렸다.
참여연대
노동자에게 인공지능 시대란, 일터에 들어오는 알고리즘과 플랫폼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물음과 마주하는 시대다. 그러나 이 물음은 생각보다 낯설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노동현장에 도입되는 기술을 대체로 경영권의 영역으로 여겨 왔기 때문이다. 감시 기술의 도입이나 그로 인한 노동조건 변화에 대해서는 협의하거나 교섭할 수 있었지만, 기술 도입 자체가 노동조건에 미칠 영향에 사전적·예방적으로 개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앞으로는 알고리즘 기반 노동을 둘러싼 정책 환경이 달라져야 한다. 핵심은 사전적·예방적 조치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한번 도입되면 광범위한 업무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동자 개인은 물론 노동조합도 사후에 이를 거부하거나 통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터의 알고리즘은 금지할 영역과 규제할 영역을 나누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에게 가장 침해적이고 위험한 기술은 금지해야 한다. 유럽연합 인공지능법(AI Act)은 일터에서 사람의 감정을 추론하는 인공지능 시스템과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노동조합 가입 여부 등을 추론해 사람을 분류하는 시스템을 금지했다. 한발 더 나아가 유럽연합 플랫폼노동 지침은 일하지 않는 시간의 개인정보 수집, 노동자의 정서적·심리적 상태에 관한 개인정보 처리, 노동조합 가입 여부·건강 상태 같은 민감 정보의 추론 등을 금지했다. ILO와 EU 공동연구센터가 2022년 함께 펴낸 알고리즘 관리 보고서는, 당시 논의되던 플랫폼노동지침안의 알고리즘 관리 규율이 일반 일터에도 적용돼야 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금지 다음 단계는 규제다. 인공지능법은 채용·승진·해고 등 고용과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물론 업무 배분, 노동자 모니터링·평가에 쓰이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고위험'으로 분류해 규제하며 2027년 12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런 시스템을 일터에 배치하는 사용자는 사전에 노동자 대표와 해당 노동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도입 뒤에는 사람의 감독과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하며, 개별 노동자에 관한 결정에 쓰였다면 당사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설명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정책은 노사가 교섭을 통해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업비밀을 이유로 한 정보 비공개나 특정 기술의 사용 금지처럼 교섭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노조 조직률이 13% 전후에 머무는 현실에서 대부분의 노동자는 교섭 자체가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알고리즘에 관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기본 권리, 사전적·예방적 보호, 특정 알고리즘의 사용 금지 등은 법률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너머 모든 일터에 필요한 권리... 과기부 부적절
정부가 올해 6월 ILO 총회에서 채택된 '플랫폼경제의 양질의 일자리에 관한 협약'(제193호, 플랫폼노동협약)의 비준을 위해 이행 입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협약에는 알고리즘과 관련한 노동자의 권리도 담겨 있다. 플랫폼이 알고리즘으로 노동을 모니터링·평가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경우, 그 사실과 주요 기준, 영향을 노동자와 그 대표에게 알려야 한다. 노동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중대한 결정에 대해 서면 설명을 요구할 수 있고, 보수 미지급이나 계정 정지·해지 같은 결정에 대해서는 사람이 관여하는 검토를 받을 수 있다. 개인정보와 업무 데이터를 수집·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도 포함된다.
다만 이는 알고리즘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이며, 플랫폼 노동뿐 아니라 알고리즘 관리가 이뤄지는 모든 일터로 확대돼야 한다. 또한 노동 영역의 알고리즘 규율을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의 소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노동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 관리는 노동관계법과 연계되고, 근로감독을 통해 실제 노동현장에서 집행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본인
필자 소개 : 장여경은 1996년부터 정보인권운동 분야에서 활동해 왔으며, 진보네트워크센터 창립 때부터 상근하면서 한국 사회에 정보인권의 개념을 소개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18년부터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로 활동하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국가인권위원회 정보인권전문위원회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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