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39층부터 23층을 타설하기까지 무려 160일이라는 긴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이 긴 시간에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만큼 콘크리트가 불량했던 것이다.
최병성, 국토교통부
광주 아이파크 붕괴의 핵심 원인은 국토부의 3번째 원인 설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콘크리트 강도의 부족 및 품질 불량은 철근의 부착, 정착, 이음 성능의 저하를 유발하고, 정상적인 철근콘크리트 구조체로서의 거동이 제대로 될 수 없도록 하며...
23층 바닥을 타설한 21년 8월 4일로부터 39층 바닥을 타설한 22년 1월 11일 사이엔 160일이라는 시간이 있다. 콘크리트 표준 설계기준강도 발현 시점인 28일의 무려 5배가 넘는 충분한 시간이 흐른 것이다.
만약 콘크리트가 정상이었다면 17개 층이 줄줄이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저 무수한 철근콘크리트가 붕괴 하중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39층의 붕괴는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일 뿐, 콘크리트 불량이 붕괴의 핵심 원인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
층별 압축 강도를 측정한 국토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층이 기준강도(24MPa)의 허용범위(20.4 MPa)인 85% 수준에 미달한다.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건물이었다. 조사 보고서 역시 언젠가 붕괴될 수밖에 없는 아파트였다고 기록했다.

▲붕괴된 층별 압축 강도
국토교통부
문제는 광주 아이파크와 인천 검단 아파트가 전부냐는 점이다. 레미콘에 사용되는 불량골재로 인한 콘크리트 품질 문제는 전국 건축 현장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날로 초고층화되어 가는 대한민국 아파트들은 과연 안전한 것일까?
국토부는 이미 위험을 알고 있다
며칠 전 레미콘 공장에 골재를 납품하는 몇몇 업체들을 돌아보았다. 공사장이나 발파 현장에서 나오는 암석을 파쇄해 잔자갈(모래)과 굵은 자갈을 만들어 레미콘공장에 납품하는 곳이다.
골재를 생산하는 현장은 놀라웠다. 파쇄기에 투입되는 것은 정상적인 암석이 아니었다. 암석보다 붉은 흙이 더 많았다. 파쇄 과정에서 토사 분리와 세척을 한다지만, 원석 자체에 토분이 많으면, 여기서 생산되는 모래와 자갈에 토분이 다량 함유될 수밖에 없다.

▲암석보다 흙이 더 많아 보이는 골재 파쇄업체 현장
최병성

▲암석 파쇄기에 투입되는 것은 돌이 아니라 흙 그 자체였다.
최병성
이렇게 공사장 발파석을 파쇄해 생산한 골재에 토분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① 기술력이 떨어지고 ② 토분을 깨끗하게 세척하려면 비용이 추가되며 ③ 제거한 토분을 처리하려면 폐기물 처리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④ 골재와 혼합해 판매하면 무게가 더 나가는 만큼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다.

▲이 붉은 것이 아파트용으로 팔려나가는 잔자갈(모래)이다. 이 모래에 건축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토분이 얼마나 많을까
최병성
트럭들이 파쇄기에서 쏟아지는 붉은 모래를 연신 실어 나갔다. 어디로 가는 것일지 궁금했다. 트럭을 따라갔다. 트럭은 도로를 따라 계속 달려갔다. 드디어 트럭이 우측 길로 빠져나갔다. 트럭의 목적지는 레미콘공장이었다. 국내 레미콘업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 업체였다. 레미콘공장 적치장엔 조금 전 파쇄장에서 실어 온 붉은 골재가 가득했다.

▲파쇄업체에서 붉은 토사 함유된 잔골재를 실은 트럭이 달려간 곳은 아파트 건설용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레미콘공장이었다.
최병성

▲파쇄업체에서 실어 온 붉은빛 골재를 A레미콘공장 골재 적치장에 하역 중이다.
최병성
또 다른 골재 파쇄장을 살펴봤다. 이곳은 파쇄와 레미콘공장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암석을 파쇄해 바로 레미콘에 사용한다. 역시 파쇄기에 투입하는 원석은 붉은 토사로 가득했다.

▲또 다른 골재 파쇄업체의 원석 적치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병성

▲파쇄기를 거쳐 나온 잔자갈 적치장. 산처럼 쌓인 잔자갈의 색이 다양하다. 어떤 것을 파쇄기에 투입했느냐에 따라 골재 색이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파쇄기에 원석을 투입하는 기사가 돌과 토사를 번갈아 가며 투입하고 있었다. 이들도 토분이 함유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던 것이다.
최병성
며칠 동안 돌아본 또 다른 파쇄업체와 레미콘공장 역시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오늘도 하늘 높이 쑥쑥 올라가는 대한민국 초고층 아파트들이 언제 어디서 광주 아이파크와 인천 검단 아파트처럼 될지 모르는 슬픈 현실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붉은 골재 토분 함유량 실험을 해보니
붉은 토사를 파쇄해 만든 잔자갈로 간단한 실험을 해봤다. 500ml 매스실린더에 잔자갈 250ml를 넣고, 물을 500ml까지 채웠다. 실린더를 흔들었다. 믿어지지 않는 장면이 펼쳐졌다. 시뻘건 흙탕물이 되었다. 골재 생산 과정에 제대로 세척되지 않은 것이다.

▲아파트 건설용 레미콘공장으로 실려가는 골재 파쇄 현장에서 가져 온 샘풀을 매스실린더에 넣고 흔들어 보았다.
최병성
콘크리트는 모래가 30%를 차지한다. 이렇게 흙덩이인 모래가 레미콘에 30% 투입된다면 흙탕물 범벅이 될 것이고, 그 시멘트의 강도가 약해짐은 자명한 사실이다.
매스실린더를 흔들었더니 500ml의 물이 430ml로 줄었다. 모래 사이로 물이 스며들거나 물을 흡수한 것이다. 붉은 흙탕물이 맑아지기까지 기다렸다. 모래 위에 쌓인 토분의 두께는 약 20ml였다. 모래 속에 스며든 토분을 제외하더라도 골재 KS기준 7%를 초과한 8%의 토분이 함유된 것임을 의미한다.
국가기술표준원은 <불량 콘크리트용 골재 유통방지를 위한 KS 표준정비 및 제도개선>(2015.12)에서 석산과 발파석 등의 다양한 골재 종류별 압축강도를 비교한 결과, 공사장에서 나오는 발파석으로 만든 굵은골재와 잔골재를 사용할 경우 압축강도가 기준 대비 75% 수준에 머무는 심각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발파석을 파쇄해 만든 굵은 골재와 잔자갈로 만든 콘크리트의 압축강도가 기준보다 낮다는 조사 결과
국가기술표준연구원
또 동 보고서는 공사장의 발파석으로 만든 골재는 토분이 함유돼 있어 콘크리트 건축물의 수명 단축 등의 위험이 된다고 강조했다.
공사중 발생하는 발파암인 선별·파쇄골재의 경우, 원료의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고 변화가 심하며, 채취시에 다량으로 함유되는 토분도 제거하지 않은 채 시중에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실정으로 골재 품질 현황과 저품질 골재 사용으로 인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수명 단축 등 실질적인 위험성이 되고 있어 국민적인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임.
골재 관리를 책임진 국토교통부도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0월 발표한 <골재의 토분기준 도입을 위한 제도화 방안>에서 토분 함유량이 증가할수록 압축강도가 저하된다는 실험 결과를 공개하였고, 토분 함유량에 따라 압축강도가 최대 40%까지 저하된다는 논문을 인용하며 골재에 함유된 토분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골재에 토분 함유량에 따라 압축강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국토교통부의 실험 결과.
국토교통부
대한민국 초고층 아파트가 위험하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도 골재 수급 계획을 살펴보았다. 허가 대상인 강(하천)·바다·산림·육상 골재는 37.5%이고, 공사장의 암석을 파쇄한 선별 파쇄 골재, 건설 폐기물로 만든 순환 골재, 제철소 등에서 발생하는 슬래그 골재 등이 무려 62.5%나 차지하고 있다.

▲26년 골재 수급 계획에 따르면, 석산 골재는 34%에 불과하고, 발파장의 암석을 파쇄한 골재 등이 무려 62%를 차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2003년 4월 1일 작성한 <지역별 골재 소비 구조 분석 및 수급 안정 방안>과 국토부의 2026년 골재 수급계획을 비교하면, 오늘 대한민국의 초고층 아파트가 얼마나 위험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잔자갈인 모래를 보자. 1992년엔 강모래가 70.7%, 2002년 32.2%였으나, 2026년엔 0.3%(하천 골재)에 불과하다. 강과 하천의 모래는 이미 바닥났다. 지금은 산의 채석장에서 만든 모래와 굵은 자갈마저 겨우 34%이고, 62%는 공사장에서 나온 토분 많은 암석을 파쇄해 만든 모래와 자갈 그리고 순환골재를 이용한다. 이는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 건축 현실을 뜻한다.
▲1992년과 2002년의 골재수급내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국토교통부는 골재 품질 향상을 위한 품질검사 제도를 도입하고 품질관리 전문기관을 지정하는 골재 채취법 시행규칙을 2022년 6월 8일부터 개정 시행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지정한 골재 품질관리전문기관이 정기 검사와 수시 검사로 골재 품질을 조사해 그 결과를 매달 발표하고 있다.
2025년 9월의 경우 검사 결과 37개 업체 중 4개(10.81%) 업체, 35개 중 5개(14.29%) 업체가 불합격했다.
▲2025년 9월 골재 품질검사 결과 발표. 10% 이상의 불합격이 일상인듯 하다.
골재품질연구원
정기 검사는 한 달 전에 사전 통지하고 조사하는 것이고, 수시 검사는 불시에 조사를 한다. 국토부가 발표한 통계에 2023년 정기 검사 불합격률은 5.31%에서 2024년엔 11.4%로 증가했다. 조사 전 사전에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합격률이 높다. 불시에 조사하는 수시 검사 불합격률은 2023년 25%에서 2025년 28.8%로 증가했다.
▲국토부의 2023년과 2024년 골재 품질 검사 결과. 수시 검사에는 불합격률이 더 높다. 건축물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
최근 아파트는 날로 고층화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건축물의 안전을 좌우하는 골재의 안정성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토부는 문제의 심각성뿐만 아니라 '골재 유통 이력 관리제'라는 해결 방안까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미루고 있는 사이 국민의 생명은 언제든 아파트 붕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국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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