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25년 7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하며 유가족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가 위기에 빠진 듯 보입니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아닙니다. 위기는 그 원인을 모를 때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외생 변수일 때가 위험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원인을 알고 있습니다. 정치에 별 관심 없는 저관여층도 어느 정도는 눈치챈 듯합니다. 진보층에서 직무 수행 긍정률(지지율)이 먼저 빠지더니 이젠 중도층에서도 빠지는 게 그 증거입니다. 알긴 아는데, 아직은 '진짜 그럴까? 설마 그러겠어? 아냐 아무래도 이상해'라며 긴가민가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지금 위기의 원인은 자신입니다. 정부와 여당 스스로가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스 비극 같습니다. 비극의 주인공은 대개 고귀한 신분의 영웅이나 권력자입니다. 모든 이들이 칭송해 마지않던 주인공이 자신이 저지른 과오나 판단 오류 때문에 자기 자신을 나락으로 빠뜨리게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하마르티아'(hamartia, 비극에서 주인공을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주인공 자신의 선천적인 결함이나 성격)라고 한 겁니다. 따라서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즉 외생이 아니라 내생 변수라, 자기 스스로 수정하면 금방 해결됩니다.
스스로 만들어 낸 위기, 그 핵심은 '공소 취소' 논란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일까요? 공소 취소입니다. 그 외의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상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연임 개헌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국회의원 1/3이 반대하면 안 되는데, 국민의힘이 109석입니다. 연임 없는 개헌도 국민의힘은 반대합니다. 하물며 이재명 대통령을 연임 가능하게 할 개헌안에 찬성하는 표가 나올 리 없습니다. 과반을 얻어야 하는 국민 찬성도 난망합니다. 한창 높을 때야 60%를 웃돌았지만 지금 대통령도, 당도 지지율이 40% 이하입니다.
부동산이나 주식 때문 아니냐고요?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사실상 무산되었습니다. 경제 부총리가 해임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지지율,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코스피는 떨어지기만 하지 않습니다.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지지율이 따라서 움직이나요? 아닙니다. 마냥 떨어졌습니다.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지지는 이성이 결정하지 않습니다. 좋거나 싫은 감정이 먼저입니다. 싫으니까 지지 안 한다고 응답했는데, 왜 안 하냐고 굳이 물으니 제시된 답 중 적당히 하나를 고를 뿐입니다.
두 장관 후보자는 엎친 데 덮친 이유입니다. 용혜인 후보자는 사퇴했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김승원 후보의 경우, 현상적으로는 브로커의 이권성 민원 청탁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닙니다. 부처가 법무부이기 때문입니다. '공소취소추진모임'의 공동대표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소 취소가 문제입니다.
공소 취소는 정부·여당 내 자중지란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지층이 둘로 쪼개졌습니다. '코어 중시파'(코어파)와 '외연 확장파'(확장파)입니다. 코어파는 대통령이 뉴이재명으로 호명되는 중도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혁을 포기한다고 의심합니다. 검찰개혁에 미온적이라며 공격합니다.
반면 확장파는 구조적 다수를 구성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이 위태롭다는 점을 들어, 중도보수 견인이야말로 민주당 정부의 과제라고 말합니다. 동시에 지나친 개혁 드라이브가 자칫 국민의 저항과 역결집을 부를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각각의 논지는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언술일 뿐입니다.
여권 지지층 둘로 쪼갠 불신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남소연
대놓고 말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치를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닌 코어파들이 중도층을 잡아야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는 확장파의 주장을 이해 못 할 리 없습니다. 확장파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믿지 못하는 겁니다. 한쪽은 막연한 의심이 그리고 다른 한쪽은 애매모호한 의중이 흉중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코어파는 대통령이 공소 취소를 위해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 이를테면 보완수사권이나 공소청 직제에 검찰과의 유화책으로 보이는 여지를 자꾸 둠으로써 어떤 주고받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는 듯합니다. 그 방증으로 조정식 정무특보의 국회의장 픽, 김민석 총리의 당 대표 전진 배치, 김승원 의원의 법무부 장관 인사를 열거합니다. 대통령의 뜻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겁니다.
그렇다고 진짜 이들이 민주당이 중원을 공략해 지지층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데 반대하느냐?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그것보다 공소 취소가 대단히 위험한 셀프 사면 행위이고 권력 남용이라는 인식이 더 강합니다. 자칫 잘못 시도하다가 치명적 결과가 민주당 본진을 덮치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반대로 확장파는 공소 취소는 공소 취소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도 중도보수층으로 나아가자는데 왜 반대하느냐 라고 화를 냅니다. 확장 테제에 대해서는 당신들도 적극 찬성해야지 무슨 ABC론을 꺼내 갈라치기나 하고, 임기 1년밖에 안 된 대통령을 놓고 반명이 어떻고 친청이 저떻고 하는지 너무너무 섭섭해합니다.
공소 취소가 문제 핵심입니다. 대통령은 기소가 조작된 게 너무나 명백하다고 확신하는 듯합니다. 본인이 겪었으니, 본인이 가장 잘 안다는 점에서 누구도 쉽게 반론을 펼치기 어렵습니다. 법적 절차를 거쳐 진상을 조사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입증 가능하다고 보는, 대통령의 사고방식에는 분명히 '리걸 마인드'가 있습니다. '법적으로 가능한데 왜 못한다는 거야?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오히려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 거지'로 논리가 연결될 겁니다.
아닌 게 아니라 조작 기소를 밝혀내는 거나,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도 말했듯이 선거법 허위 사실 공표 조항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거나 사법적 차원에선 가능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정치적으로도 그러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지금 두 견해가 세게 충돌하는 것은 이와 같은 본질적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소 취소야말로 지금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 뜨거운 감자를 어찌해야 할까요?
이 대통령 지지율 회복 위해 지금 필요한 것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청래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남소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일단은 지지율부터 회복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감자를 일단 식혀야 합니다. 무엇보다 공소 취소를 쟁점에서 소거하는 게 좋습니다. 연임 개헌은 할 수도, 할 생각도 없다고 하면 바로 끝납니다. 대신 필요한 개헌은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자고 하면 됩니다.
'공소 취소는 당사자인 나는 제척 대상이다, 그러니 논의나 행위에서 일절 빠지겠다. 더 이상 연관 짓지 말아달라'라고 선언하는 게 최선입니다. 제척인지, 기피인지, 회피인지 정확히 어디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셀프 제척 선언 이상으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그와 함께 계속 보수 인사를 끌어안는 등 여야 협치를 통해 국민 통합에 노력하겠다고 하면 저절로 대통령 고유의 실용주의 정치를 견지하겠다는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실용주의야말로 높았던 지지율의 비결입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원래 이재명다운 반응성(Reliability), 시원시원함, 부지런함을 보여주는 겁니다.
'반명이 어딨고, 친명이 어딨느냐? 우리는 운명공동체다'라는 걸 46%의 당원에게 웅변하고 싶다면 정청래를 가까이 하면 됩니다. 진보 성향의 유권자까지 탄탄히 뭉치는 게 긴요한 시점이라면, 멀리 갈 것 없습니다. 조국 원장이 등잔 밑에 있습니다. 중도 보수까지 포괄해 구조적 다수를 이루겠다는 포부가 진심이라면, 주호영이나 김태호 정도를 써도 됩니다. 유시민 작가와 밥도 먹고, 김어준을 불러 청와대에서 유튜브 인터뷰를 한들, 안 될 것 있겠습니까? 중요한 건 대통령이 뭔가 어두컴컴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하마르티아에 지지 않는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자칫 민주 진영끼리 싸우다가 나라를 극우의 손에 넘겨주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너무 식상한 표현이지만, 공자님 말씀입니다. 족병(足兵)을 버리고, 족식(足食)을 포기하더라도 끝까지 지킬 한 가지는 곧 민신(民信)이니 나라를 유지하는 근본이 믿음(信)이라 했습니다.
지금 지지율의 위기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의 위기입니다. 국민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 아직 여전히 쉽고 간단한 일입니다. 대통령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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