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14 12:25ㅣ최종 업데이트 26.09.14 15:01
  • 본문듣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청년 유튜버들의 항의를 뒤로하고 옷깃을 여미고 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청년 유튜버들의 항의를 뒤로하고 옷깃을 여미고 있다.뉴시스

15일 열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말했다.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비장한 표정으로 "반드시 지키겠다"라고도 했다. 아마도 권력을 장악한 쪽에서 지키겠다면 지켜질 것이다. 다만 국민 절반 이상이 임명에 반대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김 대표 말대로 잘된 인사인지는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청문회 정국을 뒤흔든 '신약 로비 의혹'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2021년 10월 김 후보자가 자신과 특별한 관계인 사업가 양모씨 부탁으로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약사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ES16001) 임상시험 관련 '민원'을 전달했다.


여성용품 업체 대표인 양씨는 정치권에 임상시험 승인 로비를 벌이기로 하고 제넨셀 설립자이자 최대 주주인 강모씨로부터 투자를 약속 받았다. 실제로 임상시험 승인이 난 후 제넨셀은 양씨 회사에 6억 원을 투자했다. 검찰은 김 후보자가 양씨로부터 사례금으로 정치후원금 500만 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알선뇌물약속)를 수사했으나 실제로 받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2024년 12월 기소유예 처분했다.

그런데 김 후보자가 로비 대가로 대가성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면 이 사건의 본질이 가려진다. 청탁자와 관련 업체의 경제적 이익이 예상되는 민원에 공익성이 있었는지, 김 후보자의 지원이 실제로 임상시험 승인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그 과정에서 발생한 주식시장 교란과 투자자들의 피해는 어떻게 평가할지, 법적 책임과 별개로 도덕적 책임은 없는지 등 따져볼 게 많다. 주요 쟁점을 5가지로 분류해 정리해 봤다.

1. 사적 청탁인가, 공적 민원인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법사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책상에 최근 제기되고 있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청탁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가 놓여 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법사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책상에 최근 제기되고 있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청탁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가 놓여 있다연합뉴스

논쟁의 출발점은 김 후보자의 행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다. 김 후보자 측은 일관되게 "공익 목적의 고충 민원"이었다고 주장한다. 김 후보자와 양씨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임상시험 승인 지연을 호소하는 양씨에게 "식약처 승인되는 순간 완전히 수천억을 벌 수 있는 거잖아" "그래서 치열한 로비가 있는데, 설명을 들어봐야 하니까 시간을 절약하려면 메일로 자료를 좀 보내줄 수 있니?"라고 말한다. 녹취록에는 양씨가 김 후보자에게 강모씨를 소개하면서 "큰 투자회사가 붙었다" "내년 오빠 선거할 때 좋기도 하고"라고 말하자, 김 후보자가 "그럼 추석 끝나고 바로 볼까?"라고 답한 내용도 있다.

2021년 10월 12일 오전 11시 1분 양씨는 김 후보자에게 제넨셀의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을 부탁하며 "담당자들이 연락은 오는데 (식약처) 과장 선에서 넘어가지를 않는다고 한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과장 선에서 막혀 있다? 알았어"라고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드러낸다.

실무자들의 빠른 처리 부탁

오전 11시 10분 김 후보자는 김강립 식약처장과 통화 후 제넨셀 임상시험과 관련해 조속한 실무 처리를 부탁하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김 처장은 실무진에게 전달했다는 답문을 보냈다. 김 후보자는 김 처장에게 받은 문자메시지를 양씨에게 전달했다. 2주 뒤 식약처는 제넨셀의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 신약은 요건 미달로 끝내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의원이 정부 기관장에게 민원을 전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민원 내용이 자신과 특별한 관계인 민원인과 해당 업체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고 결과적으로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를 빚었다면, 이를 공익적 민원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 전 식약처장이 검찰 조사에서 "(국회의원이) 특정 제품을 지칭하면서 '잘 챙겨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특히 개별 회사를 언급한 것은 더욱 예외적"이라고 진술한 점도 참고할 만하다.

2. 임상시험 승인 적합성

제넨셀에 대한 임상시험계획 승인이 특혜였는지도 쟁점이다. 야권은 통상적인 심사 기간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빠른 처리가 이뤄졌다고 지적한다. 해당 제약사의 임상시험계획이 평균 심사 기간(71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3일 만에 승인됐다는 것이다. 야권은 이를 근거로 임상시험 승인 과정과 특혜 여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식약처로부터 신약 개발을 승인받으려면 3단계의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소수의 정상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1상 시험에서는 부작용 등 안전성을 확인한다. 해당 환자들이 참여하는 2상 시험은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적절한 용량을 결정한다. 마지막 관문인 3상에서는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를 최종 입증하고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다. 3상을 통과해야 시판이 가능하다.

신약 개발자들에게 임상 2상과 3상 시험 승인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3상은커녕 2상 문턱에서 주저앉는다. 국내 임상시험 벽이 워낙 높기에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 후 식약처에 그 결과를 제출하고 임상시험 재승인을 신청하는 사례도 많다.

제넨셀도 인도에서 진행한 2상 임상시험 결과를 제시하고 2021년 9월 23일 식약처에 임상 3상 시험 승인을 요청했다. 일주일 뒤 식약처는 14개 항목 보완을 요구한다. 이후 양씨의 부탁을 받은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관련 민원을 전달하고, 식약처는 이례적으로 빠른 기간에 임상 2상과 조건부 3상 시험을 승인한다.

제넨셀의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부실 실험과 약효 미확인 등으로 통과 가능성이 희박했는데, 김 후보자 청탁으로 승인 절차만 앞당겨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검찰과 법원은 제넨셀 측이 불리한 결과가 담긴 햄스터 실험자료를 누락하고 부작용 의심 사례를 제외하는 등 거짓자료를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강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약물로 인한 사망으로 명확히 판단되지 않는 경우 이를 기재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임상시험 승인 후 실험이 오히려 축소되고 환자 모집도 목표치에 미달해 끝내 시험이 중단된 것을 보면, 애초 승인 근거 자체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 주가조작 피해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박 의원 사무실에서 열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신약 임상실험 승인 청탁 의혹' 관련 제넨셀·세종메디칼 주가조작 피해자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자(가림막 뒤) 발언을 듣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박 의원 사무실에서 열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신약 임상실험 승인 청탁 의혹' 관련 제넨셀·세종메디칼 주가조작 피해자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자(가림막 뒤) 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11일 제넨셀 관련 투자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재수사 및 특검을 요구했다. 이들은 김 후보자의 신약 로비 의혹과 관련해 제넨셀과 세종메디칼 주가조작의 전모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공개 주식정보 이용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양씨 민원을 전달한 지 일주일 만인 2021년 10월 19일, 세종메디칼은 대주주 강씨 소유 주식 매입 등 제넨셀에 약 113억 원을 투자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다음날 강씨는 양씨에게 미공개 정보인 세종메디칼 투자 소식을 알리면서 1억 원을 송금했다. 수익을 절반으로 나누는 조건이었다. 양씨는 지인들에게도 매수를 권했다. 10월 26일 임상시험 승인이 떨어진 날 세종메디칼 주가는 크게 치솟았다가 주가조작 세력의 개입으로 다음날부터 급락하면서 피해자가 속출했다.

세종메디칼은 제넨셀의 임상 중단 및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인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그 과정에 3만 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손실을 봤다. 실제 임상에 참여해 신약을 투약 받은 환자들의 피해도 빼놓을 수 없다.

야당은 김 후보자의 책임을 거론한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시점의 문제를 들어 선을 긋는다. 제넨셀 투자 협상은 민원 전달 이전부터 진행됐고, 최대 주주 변경도 임상시험 승인 일주일 전에 이뤄져 민원 전달과 인수를 연결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넨셀 또는 세종메디칼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이런 해명이 먹힐지는 의문이다.

4. 사법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

법원은 강씨에 대해 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 동물실험 자료 제출), 자본시장법위반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반면 배임과 범죄수익은닉 등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별개로 양씨와 강씨는 뇌물공여약속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강씨와 접촉한 적이 없다. 재판부는 "양씨의 문자나 통화만으로 식약처의 정상적인 승인 절차를 생략하거나 특정 기업을 우선 검토해 달라는 청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강씨에 대해선 "임상시험 승인을 기회로 투자유치 등 금전적 이익을 취득하려 했다"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청탁 자체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임상시험 승인이 난 후 양씨로부터 정치후원금 500만 원을 받기로 약속했지만, 후원금 한도가 찬 탓에 실제로는 송금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김 후보자에게 유리한 정황이다. 검찰은 김 후보자에 대한 불기소 이유서에 "국회의원인 피의자가 식약처장에게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업체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신속히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을 두고 청탁 자체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이처럼 사법적 측면에서는 김 후보자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 다만 도덕적 책임까지 없다고 말하는 건 무리다. 대가성 금품을 안 받았다고 책임이 면제되는 건 아니다. 특별한 사적 관계자의 이권이 담긴 청탁을 공적 민원으로 포장해 공공기관장에게 거리낌없이 전달한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에 오르는 걸 일반 국민은 어떻게 볼까?

5. 말 바꾸기와 거짓 해명

발단은 2022년 2월 김 후보자와 양씨, 정모 부장판사가 함께 찍힌 사진이다. 애초 김 후보자 측은 "사적 모임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뿐 이후 이들과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지만, 이후 공개된 통화 녹취록이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김 후보자는 2021년 양씨와 통화하며 정 판사를 "나랑 단짝"이라고 소개했다. 정 판사는 2023년 12월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후보자는 초임 판사 시절인 2004년 양씨를 처음 만나 약 20년간 인연을 이어왔다. 양씨는 김 후보자를 "나의 영원한 멘토"라고 불렀고, 김 후보자는 한때 유흥업소를 운영했던 양씨의 형사사건 변호까지 맡았다. 김 후보자는 2022년 2월 9일 양씨와의 통화에서 "보고 싶어 눈물이 나네"라고 말했고, 양씨는 "지금 달려갈게"라고 답했다. 이후 2023년 4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사진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우연한 마주침'이라는 해명의 신빙성은 더 흔들렸다.

김 후보자와 정 판사는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2002년 전주지방법원에서 함께 근무했다. 2024년 6월 정 판사 아들은 김 후보자 의원실에 입법보조원으로 채용돼 3개월간 일했다. 입법보조원은 '스펙'을 채우고 싶어 하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경쟁이 치열한 자리로 꼽힌다. 이를 두고 '보은성 채용' '아빠 찬스'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 후보자 측은 "실비 보상 외에 정식 급여가 지급되는 직책도 아니며 (강씨) 영장 기각과 입법보조원 채용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 측은 애초 정 판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별 친분이 없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이후 증거들이 드러나자 "과거 후보자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 판사로, 이후에도 다양한 법조계 모임 등을 통해 만남을 이어온 사이"라고 말을 바꿨다. 김 후보자 주장과 달리 단순한 실무 착오가 아니라 반복적인 거짓 해명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의도적인 거짓말이었다면, 치명적이다.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뉴시스

종합하면, 이 사건의 주요 논점은 ▲행위의 성격(민원 대 청탁) ▲절차의 공정성(임상 승인 특혜) ▲피해의 실재성(주가조작·소액주주 손실) ▲도덕적 책임 ▲인물의 신뢰성(거짓 해명) 등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쟁점이 부각되고, 어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느냐에 따라 논쟁의 무게중심이 이동할 수 있다.

여권은 김 후보자에게 유리한 검찰과 법원 판단을 내세워 자료 입수 경위의 불법성, 녹취록 편집, 제보 동기 등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안의 본질이 아닌 데다 대세를 거스를 정도는 아니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여론의 물줄기를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후보자의 부적절하고 부도덕한 언행을 '공공의 적' 한동훈 의원에 대한 공격으로 덮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김 후보자는 억울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지 않았다면, 일상적 개인적 민원으로 치부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력 정치인이 '오빠-동생'이라는 특별한 친분을 바탕으로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는데,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가?

국정감사 중 민원인과 연락하고 기관장에게 해당 민원을 전달하느라 회의장을 들락거리는 모습이 온 세상에 공개됐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임명한다면 정권의 도덕성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사퇴 여부를 떠나 일단 잘못이나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