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대검찰청
이정민
10월부터 검사의 직접 수사권이 폐지되지만 정부와 여당에서 혼선이 잇따르면서 조속히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최근의 파견검사 수사권 폐지 법안 철회 사태와 초대 중수청장 검찰 출신 지명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혼란은 앞으로도 조작기소특검법 처리 등 특검 추진 때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개혁의 대전제가 수사·기소 분리인 만큼, 검사에게 수사를 맡기는 모순적 상황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검에서는 검사 수사권 유지' 예외 조항 논란
검사 직접 수사권을 없애면서도 수사에 계속 활용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은 지난 7월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 부칙이 발단입니다. 형소법 부칙 14조에는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 파견 검사 등은 개정 이전의 형소법에 따라 수사권을 유지한다'고 규정했습니다. 특검에 파견된 검사는 예외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입니다.
당시 법무부, 심지어 대검에서도 "파견 검사가 하는 수사의 적법성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우려를 나타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강행했습니다. "수사는 검사가 잘한다"는 맹신에 빠져 특검을 만들 때마다 검사를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제기됐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파견검사 수사권 폐지 소동은 그로 인해 나타난 후유증입니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이 지난 7일 수사를 시작한 선관위 특검 파견검사가 수사권을 갖지 않도록 선관위 특검법을 개정하려다 하루 만에 철회했는데, 당지도부와 이견 때문이었습니다.
법사위원들은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됐는데 선관위 파견 검사들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건 모순이라고 주장했지만 여야 합의 위배와 형소법 개정안과의 불일치 등을 이유로 당지도부에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럴 거면 당초 형소법을 처리할 때 왜 파견검사에 수사권을 주는 조항을 부칙에 담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런 혼란은 조작기소 특검 등 향후 특검 발족 때마다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전에 발의했던 조작기소 특검법은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 부여 문제로 보류 중인데, 이 부분만 빼고 특검법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에게 수사권을 주는 데 대한 논란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큽니다. 검사 수사권을 폐지해놓고 특검에서 검찰을 활용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검경합수본에서 검찰 역할도 문제... 검찰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모순적 상황은 현재 운영 중인 검·경합동수사본부 문제와도 직결됩니다. 신천지 등 정교유착, 보이스피싱범죄, 마약범죄 등 총 9개 합수본이 가동 중인데, 10월 이후에도 검사가 여전히 수사에 관여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방침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합수본 검사의 역할을 법률자문 등으로 제한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여전히 형소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습니다. 검사의 의견 제시를 사실상의 수사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에 검사를 파견하는 것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검은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할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그런데 특검 파견 검사가 수사하고 기소까지 하게 된다면 민주당이 내세운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상충하는 모양새가 됩니다. 검사가 특검에 가서 수사하고 돌아가선 그 사건 공소제기 및 유지를 맡을 수도 있으니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셈입니다.
이 경우 향후 피고인이 재판에서 특검에 파견된 검사의 수사 행위가 위법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피고인 처지에서는 이를 빌미로 이의를 제기해 공소기각을 주장할 수 있을 거라는 얘깁니다.
특검 검사 파견은 검사의 수사 역량이 가장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입니다. 가뜩이나 초대 중수청장에 검찰 출신을 앉히는 데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에 따라 출범하는 중수청을 '검찰주의자'가 이끄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런 행동은 경찰은 수사 능력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도 수사 기관들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검찰을 믿을 수 없다며 수사권을 박탈하고는 검사의 수사력에 기대는 것은 자가당착입니다. 일각에선 형소법 부칙 폐지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 만능주의' 인식에서 가장 먼저 벗어나야 하는 건 정부여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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