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10 14:59ㅣ최종 업데이트 26.09.1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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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유엔 사막화 방지 협약(UNCCD) 제17차 당사국총회(COP17)에서 몽골의 우크나긴 후렐수크 대통령이 개회식 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유엔 사막화 방지 협약(UNCCD) 제17차 당사국총회(COP17)에서 몽골의 우크나긴 후렐수크 대통령이 개회식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17일부터 28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7차 당사국총회(COP17)가 열렸다. '땅의 복원, 희망의 복원(Restoring Land, Restoring Hope)'을 슬로건으로 197개 당사국의 정부·기업·시민사회·청년·원주민·목축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몽골 대통령과 UNCCD의 공식 초청을 받아 이 총회에 참석했다. 24일 개막식에서 귀빈연설을 했고, 26일에는 '평화산림이니셔티브(PFI)' 고위급 라운드테이블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다.


2011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당사국총회에서 사막화·토지황폐화 방지의 실질적 이행을 지원하는 '창원이니셔티브'를 제안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2019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14차 당사국총회에서는 '평화산림이니셔티브(PFI : Peace Forest Initiative)'가 제안되었다. 이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과 UN기후행동정상회의 관련 P4G 리셉션, 2021년 P4G 정상회의 개회사 등을 통해 이 구상은 거듭 강조되었다. 필자는 당시 산림청장으로 재임하며 한국을 대표해 평화산림이니셔티브 제안에 참여하였다.

매우 친밀한 두 나라, 대한민국과 몽골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몽골 사람은 약 6만 명이며, 2025년 상호 방문 수도 약 28만 명에 이른다. 몽골의 인구가 약 35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이다. 몽골 사람들은 한국에 하나의 아이막(몽골의 도·주에 해당하는 지방행정구역으로, 몽골은 21개 아이막으로 구성)이 있다고 말한다.

정치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관계다.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은 총리 재임 시절이던 2018년 방한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고, 대통령 취임 뒤인 2021년 9월에는 화상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는 후렐수흐 대통령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이었으며 이를 계기로 양국 관계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다.

지난 7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15년 만에 몽골을 국빈 방문해 '한몽 관계의 황금시대'를 함께 열어가자는 공동의 비전을 확인하고 공동선언을 채택하였다.

두 나라 협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 토지 위기

지난 30년간 몽골에서는 호수 1166개, 하천 887개, 우물 2277개가 사라졌다. 그 결과 국토의 약 76%가 사막화 위협에 놓여 있다. 기온도 함께 오르고 있다. 지난 80년간 평균기온은 2.25도 상승했고, 석탄과 땔감,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도시화로 중심도시 주변에 게르촌이 늘면서 위생과 난방 문제까지 겹쳤다. 영하 40~50도의 혹한이 열흘 넘게 이어지는 '조드(dzud)' 현상은 가축 수백만 마리를 얼려 죽이는 기후재앙으로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몽골의 사막화와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몽골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장기적인 황사 및 사막화 방지 협력에 뜻을 모았고, 2007년부터 '한·몽골 그린벨트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2016년까지 진행된 1단계 사업에서는 사막화 방지 조림, 양묘장 조성, 교육센터를 통한 기술교육 등이 이루어졌으며, 2021년까지 진행된 2단계 사업에서는 도시숲 조성을 목적으로 한·몽골 우호의 숲이 울란바타르에 조성되었다. 2022년부터 금년까지 진행되는 3단계 사업은 산불 피해지 복원과 산불 대응체계 구축, 산림복원 기반시설 조성, 혼농임업과 생태관광을 연계한 지역 주민 소득 증대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활발하게 이어지는 한·몽골 산림협력

2000년부터 26년간 사막에 나무를 심어온 시민단체 '푸른 아시아'는 한국의 다양한 기업, 지자체와 협력해 약 800ha에 9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사)평화의숲은 유한킴벌리의 후원을 받아 2003년부터 몽골 북부 토진나르스의 산불 피해지역에 나무를 심어왔으며, 현재까지 3250ha에 약 130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고 가꾸어 왔다. 이 밖에도 여러 기업과 지자체가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 심기에 참여하고 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한·몽 산림협력은 사막화와 토지황폐화에 대응하는 국제협력의 경험이자 자산이다. 이번 UNCCD 총회는 이러한 경험을 한·몽 양국의 협력을 넘어 국제사회의 토지복원과 평화의 문제로 확장해 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몽골로 출국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몽골로 출국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23일 몽골로 출국하기 위해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8박 9일 일정으로 몽골을 방문한다. 문 전 대통령은 오는 24일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7차 당사국총회 개막식에서 귀빈 연설을 하고,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주최 오찬 등에 참석한다. 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은 '평화산림이니셔티브'의 기조연설에서 '토지(Land)'와 '평화(Peace)'의 연대를 강조하였다. 특히 지난 60년 동안 발생한 내전이나 분쟁의 40%가 토지와 자연자원에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토지의 황폐화가 평화의 기반마저 위협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를 숲으로 복원하고 평화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평화산림이니셔티브'를 전 세계 곳곳으로 확산시키자고 제안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재원 체계의 확장과 민간 파트너십의 다각화, 둘째, 지역공동체와 청년세대의 주도적 참여, 셋째, 지구촌 갈등의 경계선마다 '평화의 숲'을 보편화하자는 것이다.

이 메시지가 갖는 의미

'평화산림이니셔티브'는 훼손된 토지와 숲을 복원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가와 지역공동체가 함께 책임을 나누고 협력의 경험을 쌓아가자는 구상이다. 산림과 토지의 복원을 환경 분야의 과제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대화와 신뢰를 넓히는 평화 협력의 의제로 확장하자는 함의가 있다.

동북아시아처럼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역에서는 산림과 기후, 토지복원과 같은 공동의 과제가 새로운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몽 산림협력에서 축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 몽골, 한반도를 잇는 협력의 틀을 넓혀간다면, 경직된 정치·안보 관계 속에서도 실질적인 협력의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동북아 평화산림이니셔티브'는 토지의 회복을 공동체의 회복으로, 공동체의 회복을 다시 지역의 신뢰와 평화로 이어가자는 제안이다.

필자는 지난 6월 말 동북아시아 산림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하였다. UNCCD 관련 논의에 옵서버로 참석하고 러시아 정부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었는데, 이들 역시 기후변화와 산불, 병해충 등에 대응하기 위한 산림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이번 몽골 총회 기간 중 '(사) 평화의 숲'이 주관한 사이드 이벤트에 당시 모스크바에서 만났던 단체도 참석하였는데, 이들은 평화의 숲이 추진하는 연해주 밀원수 조림 현지 조사에도 동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참여 의지를 보면 동북아 산림협력의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동북아 국가들이 가지는 특성상 시민단체의 활동 영역은 정부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이들과 만나 대화하다 보면 늘 받는 질문이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냐'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의 역학관계 속에서 러시아와 중국, 북한에 대해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겠지만, 민간 차원의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교류와 협력을 뒷받침하겠다는 방향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간 산림협력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화산림이니셔티브 연설문의 일부 내용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지속 가능한 토지 이용에 대한 이해와 협력이야말로 국가와 지역 간의 구조적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조건이다."

김재현
▲김재현전 산림청장포럼사의재

*필자 소개 : 김재현은 건국대 교수로 (사)평화의 숲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산림청장을 역임했으며,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정부 대표로 참여해 남북산림협력의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충북 괴산에 거주하며 지역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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