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홈페이지 정보공개청구처리 현황9월 1일 정보공개센터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위임으로 국정원에 양 위원장의 사찰 문건에 대해 정보공개청구했다. 청구 결과는 9월 14일~28일 경 통지 예정이다.
정보공개센터
지난 8월 19일 윤 의원은 또 한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 전체 조직이 비상계엄 전후로 내란에 가담한 정황을 폭로했다. 국정원이 비상계엄으로부터 석 달 전인 2024년 9월에 '계엄 상황시 대공수사권 행사 가능 여부 검토'라는 문건을 작성했고, 계엄 선포 직후에는 신원조사 부서가 '비상계엄 하(下) 신원조사 OO 운영 방향'을, 방첩 부서가 '비상계엄 선포·해제 관련 방첩 활동 강화 계획'과 '비상상황하 OO 주요업무 추진 방향'을, 감찰 부서가 '계엄 상황 하(下) OOOO 필수 수행 업무 검토'를, 총무 부서가 '계엄령 선포 시 국정원의 역할'을 만들었다는 내용이다(관련 기사 :
윤건영 "국정원, 불법계엄 3개월 전 사전 인지·조직적 가담").
윤 의원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는 "반정부단체, 친북단체 등 주요 관찰 결과 등을 계엄사령부에 정기 보고", "원내 유언비어·가짜뉴스 유포 등 암행 감찰"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일부는 국정원 고위직까지 보고되었고, 국정원은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뒤에도 합참 상황실에 인력 파견 준비 상황을 보고했다고 한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퇴근했던 직원 130명이 다시 출근해 대기한 사실은 국정원도 지난해 9월에 인정한 바가 있다.
얼마 전 종료된 종합특검은 7월 6일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이 12.3 비상계엄 당시 '안보 위해 세력' 수백 명의 명단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종합특검은 180일간의 활동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조태용 전 국정원장, 홍장원 전 1차장 등 국정원 정무직 4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이처럼 비상계엄과 국정원을 두고 산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윤석열 정부에서 행해진 사찰은 윤석열 취임 후 최소한 2023년부터 2024년 비상계엄 당시까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내란과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윤석열에게 내란의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핵심적인 준비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국정원의 조직적 내란 가담 여부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이 어떤 목적으로 '북한 영향력 공작 대응 TF'를 운영했고 이 TF가 작성한 문건들이 어떻게 활용되고 실행되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의 지시로, 언제부터, 어떤 목적으로 조직이 만들어졌으며 사찰 대상은 누구였는지 그리고 이 활동이 계엄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11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꾸려 20여 개 기관을 조사하고 110건의 수사 의뢰를 했지만 국정원이 TF의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국정원 내 감찰실의 자체조사에 그쳤다. 하지만 자체조사 뒤에 새로운 의혹과 이를 뒷받침하는 문건들이 계속 나온다는 사실은 그 조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하며 국회에 국정조사 시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국회가 국정조사에 미온적인 가운데 국정원은 8월 25일부터 자체 감찰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자체 감찰을 한 차례 다시 한다고 해서 유의미한 진상규명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진상규명 없이 권한만 커진 국정원

▲국정원감시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원은 다른가?" 정보수집 권한 확대 국정원법 개정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지난 3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국정원의 정보수집 권한을 확대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재석 252인 중 찬성 195인, 반대 17인, 기권 40인으로 가결했다. 2020년 국정원법 개정으로 국내 정보수집이 폐지됐는데도, 윤석열 정부에서 민간인 불법 사찰이 자행되었고 그 목적이 내란 가담에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데도, 국정원의 권한은 오히려 강화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국정원의 정보수집·작성·배포 범위에 개념도 불분명한 '경제안보'를 포함하고, '국제 및 국가배후 해킹조직'으로 한정되어 있던 정보수집 범위를 '국제·국가배후 해킹조직의 활동으로 의심'되는 경우까지 확대했다. 2020년의 개혁을 되돌려, 포괄적 범위에서 경제안보라는 명분만 있다면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정보수집이 가능해진 것이다. 권한은 늘었지만 정작 지금의 무분별한 민간인 사찰과 같은 폐단을 예방할 감시 장치나 민주적 통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무엇이 급했는지 소관 상임위에서는 여야가 공동발의하고 이미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법안을 충분한 공론화나 의견 수렴 없이 본회의에 올렸고 국회는 이를 무심하게 통과시켰다. 하지만 표결에서 반대와 기권이 57표나 나온 것도 국회 스스로 이번 국정원법 개정안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정원이 국가 안보를 위해 더 많은 권한이 필요하다면 더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진상 규명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순서가 뒤집혔다. 민간인 불법 사찰과 내란 가담의 진상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고 권한만 강화됐다. 정부도 국회도 더불어민주당 또는 소위 진보정권 시기의 국정원은 문제 없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번에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국정원 개혁의 효과가 3년을 넘기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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