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10 12:00ㅣ최종 업데이트 26.09.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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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8월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8월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주, 경기도에서 백반집을 하는 50대 의뢰인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코로나 때 받은 대출을 버텨냈고, 작년부터는 장사가 제법 된다고 했다. 뉴스에서는 연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고,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라고 했다.

"경기가 좋아진다니 이제 숨통이 트이나 보다" 했단다. 그런데 표정이 어두웠다. 은행에서 대출 금리가 곧 변경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지난 8월 27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 2.75%에서 3.00%가 되었으니, 변동금리인 사업자 대출 이자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인상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전망까지 겹치니, 이자 부담이 얼마나 불어날지 가늠조차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물었다. "변호사님, 나라 경기가 좋아졌다는데, 왜 내 이자가 오릅니까?"
어리석은 질문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가장 정직하게 답해야 할 질문이다.

먼저 분명히 해두자. 이번 금리 인상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반도체가 잘 팔리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가 원화로 바뀌어 시중에 풀리고, 한국 주식을 사려는 외국인 자금까지 밀려들어 온다. 나라 안에 도는 돈이 많아지는 것이다.

돈이 많아지고 주가와 부동산까지 들썩이면 씀씀이가 커지고, 커진 씀씀이는 물가를 밀어 올린다.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 돈줄을 죄는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가난한 사람에게 가장 가혹한 세금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은행의 결정을 비난할 생각이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호황의 수혜와 긴축의 비용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배달된다는 것. 호황의 과실은 반도체 대기업과 주주, 사상 최고치 코스피에 올라탄 자산 보유자, 배당을 받아 가는 외국인 투자자의 몫이다.

긴축의 청구서는 변동금리로 버티는 자영업자(자영업자 대출의 3분의 2가량이 변동금리)와 저금리 때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청년 부부, 내가 회생 법정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들 앞으로 온다.
이들은 반도체를 판 적도, 코스피에 넣을 여윳돈이 있었던 적도 없다. 한 나라의 경사가 어떤 국민에게는 코스피 최고치이고 어떤 국민에게는 이자 폭탄이라면, 경사가 아니라 분배의 실패다.

계산서를 보내는 쪽에서 조용히 웃는 이들이 있다

수혜자는 한 곳 더 있다. 가장 크게 웃으면서도 가장 적게 이야기되는 곳, 은행이다. 은행 장사의 기본 구조부터 보자. 은행은 예금으로 돈을 모아 대출로 빌려준다. 예금자에게 주는 이자보다 대출자에게 받는 이자가 높고, 그 차이(예대마진)가 은행의 밥줄이다. 이를테면 연 2%로 받은 예금을 연 4%로 빌려주면 2%포인트가 은행 몫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 구조에 묘한 일이 벌어진다. 대출 쪽 금리는 즉시 오른다. 변동금리 대출은 시장금리에 연동돼 다음 이자 납부일부터 자동으로 인상분이 반영되도록 애초에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예금 쪽은 다르다. 이미 받아둔 정기예금 금리는 만기까지 그대로이고, 월급이 스쳐 가는 입출금 통장은 금리가 0%대라 기준금리가 얼마가 되든 은행이 주는 이자는 거의 없다.

신규 예금 금리도 은행이 눈치를 보다가 천천히, 마지못해 올린다. 대출금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예금 금리는 계단으로 온다는 오래된 농담 그대로다. 결국 받는 이자는 바로 늘고 주는 이자는 늦게 느니, 그 사이만큼 마진이 저절로 벌어진다. 이것이 금리인상기마다 은행이 사상 최대 이익을 갈아치우는 비결이다.

은행이 한 일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따져보자. 더 나은 심사를 했는가? 아니다. 새로운 위험을 감수했는가? 아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렸을 뿐이고, 은행은 깔아둔 대출 위에 앉아 있었을 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아무 노력 없이 지가 상승의 이익을 챙기는 지주들을 두고 "그들은 잠자는 사이에도 부유해진다"라고 썼다. 금리인상기의 은행이 정확히 그렇다.

이자는 돈의 시간 가치에 대한 대가이고, 떼일 위험에 대한 보험료이고, 심사와 관리라는 서비스의 대가다. 그 몫의 이익은 정당하다.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불어난 '증분'은 셋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노력의 대가도, 위험의 대가도, 서비스의 대가도 아닌 이익. 경제학은 그런 이익을 지대(rent)라 부른다. 우리말로는 불로소득이다.

"이자는 위험의 대가이니 이익도 은행 몫"이라는 반론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묻자. 그 위험이 현실이 되면 누가 책임지는가? 은행이 흔들리면 예금보험이 있고, 한국은행의 긴급 자금이 있고, 최후에는 "대마불사"를 외치며 세금이 투입된다. 잃을 때는 사회가 떠받쳐 주고 벌 때는 은행이 다 가져가는 구조라면, 공적 결정이 만들어준 이익의 일부에 공공이 참여하는 것은 몰수가 아니라 계산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금리 인상이 은행에 만들어준 초과 이익의 일부를 걷어, 금리 인상의 비용을 떠안은 사람들을 위해 쓰는 것이다. 오해는 말자. 은행이 평소에 정상적으로 벌던 이익을 건드리자는 게 아니다. 통화정책이 덤으로 얹어준 부분만 문제 삼자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시작했다

체코중앙은행 모습. 체코는 2023~2025년 3년간 대형 은행의 초과이익에 60%의 특별 부과금을 물렸다.
▲체코중앙은행 모습. 체코는 2023~2025년 3년간 대형 은행의 초과이익에 60%의 특별 부과금을 물렸다.위키미디어 공용

공상이 아니다. 똑같은 고민을 한 나라들이 이미 여럿 있다. 유럽도 2022년부터 물가를 잡느라 금리를 급하게 올렸고, 은행들이 앉은 자리에서 역대급 이익을 거두자 나라마다 대응에 나섰다.

스페인은 은행의 이자·수수료 수익에 별도 부과금을 매겼다.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는 한발 더 나아가 '평소보다 더 번 부분'만 정확히 겨냥했다. 직전 몇 년 평균을 넘어서는 이자수익, 즉 금리가 만들어준 증분에만 부과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체코는 가장 공격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체코 정부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은행과 에너지·정유 대기업의 '초과 이익'에 60%의 특별 부담금을 부과했다.

해당 기간 대형 은행과 에너지 부문 기업의 초과 이익에 60%의 법인세 특별 부과금이 적용되며, 초과 이익은 2018~2021년 평균 법인세 과세표준에 20%를 더한 기준선을 넘는 부분으로 계산해, 기존 19~21%의 법인세와 합치면 실효세율이 79~81%에 이른다. 은행 중에서는 2021년 순이자 수익이 60억 코루나(약 2600억 원) 이상인 대형 은행만 과세 대상으로 한정해, 지방 소형 은행이나 저축은행까지 휩쓸리지 않도록 표적을 좁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탈리아는 초과 이익의 40%를 걷겠다고 했다가 은행들이 반발하자 절충안을 내놨다. 내기 싫으면 그 돈의 2.5배를 주주 배당이 불가능한 자본으로 쌓으라는 것이다. 걷어서 서민을 지원하든, 쌓아서 다음 불황의 부실을 흡수할 방파제로 만들든, 횡재가 주주 배당으로 새어 나가는 것만은 막겠다는 설계다.

이 세 나라의 사례는 스페인식 정액 부과, 리투아니아·라트비아식 '증분만 겨냥', 체코식 '평시 대비 초과분을 얼마나 정교하게 정의하고, 대상을 어떻게 한정할 것인가'라는 기술적 설계의 폭을 보여준다. 체코는 직전 4년 평균의 120%라는 명확한 기준선과 자산 규모 컷오프를 두어 '핀셋 과세'에 가까웠다.

아예 평소부터 룰을 정해둔 나라도 있다. 영국은 2011년부터 은행에 일반 기업에는 없는 별도의 은행세를 물리고, 은행 이익에는 법인세 가산세까지 얹는다. 국가의 인가와 안전망 위에서 굴러가는 특수한 사업이니 그만큼의 상시적 부담을 지라는 논리다. 영국이 유럽의 횡재세 소동에 끼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평소에 걷는 룰이 있으니 위기 때마다 급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국이 배울 지점은 바로 이 스펙트럼 전체다. 위기 때마다 급조하는 일회성 횡재세가 아니라, 영국처럼 평소에 정해두되, 체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처럼 초과분만 정교하게 겨냥하는 상시적인 룰이다.

정교한 답은 몰라도, 질문은 던질 수 있다

나는 금융 전문가가 아니다. 요율과 산식을 어떻게 짤지는 금융당국과 학계, 그리고 은행 스스로가 머리를 맞대야 할 영역이다. 다만 회생 법정에서 금리 사이클의 끝자락을 매일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방향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도 장치의 싹은 있다. 은행들은 서민금융법에 따라 가계대출 잔액의 0.1%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한다. 그러나 대출 '잔액' 기준이라 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얼마를 더 벌든 한 푼도 달라지지 않고, 정작 인상기의 초과 이익은 "상생 금융" 또는 "포용적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당국의 눈치를 보며 그때그때 마지못해 갹출해 왔다.

은행은 관치라고 억울해하고, 시민들은 왜 은행이 돈을 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더 나은 방향이 있다. 갹출을 룰로 바꾸는 것이다. 마진이 평소보다 불어나면 초과분에 비례해 출연이 자동으로 늘고 인하기에는 자동으로 줄어드는 연동 장치를 미리 법에 정해둘 수도 있고, 이탈리아처럼 배당 대신 자본으로 쌓는 선택지를 함께 주는 방법도 있다.

사전에 공표된 룰이라면 은행이 걱정하는 배임 시비도, 관치 논란도, 매년 반복되는 소모전도 사라진다.

걷은 돈이 쓰일 곳도 분명하다. 아직 무너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선제적 채무조정이다. 연체가 터지고 회생 법정이 붐비는 것은 지금부터 2~3년 뒤인데, 연체가 나기 전에 금리를 깎고 만기를 늘리는 조정이 사후 처리보다 채무자에게도 은행의 회수율에도 낫다는 것은 현장의 상식이다. 변동금리의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고정금리 갈아타기의 비용을 덜어주는 일도 여기에 속한다.

이미 무너진 사람에게는 다시 일어설 절차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회생을 신청하러 왔다가 정작 예납금과 비용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파산할 돈이 없어 파산하지 못하는 역설을 나는 자주 본다.

예납 비용을 지원하되 절차가 끝난 뒤 변제 계획 속에서 돌려받는 방식이라면, 세금을 쏟아붓지 않고도 문턱을 낮출 수 있다. 재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반도체 호황 덕에 올해 초과 세수가 100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은행에서 걷는 돈과 호황이 남긴 세수, 두 물줄기가 같은 곳을 향하면 된다.

거듭 말하지만 구체적 설계는 전문가들의 몫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설계가 아니라 질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은행에 저절로 쌓이는 돈의 성격은 무엇인가. 지금처럼 갹출과 선의에 맡겨둘 것인가, 미리 정한 룰로 다룰 것인가. 그 논의의 문을 여기서 두드려 본다.

금리 인상이 은행에 만들어준 초과 이익의 일부를 걷어, 금리 인상의 비용을 떠안은 사람들을 위해 쓰자는 것이다. 은행이 평소에 정상적으로 벌던 이익을 건드리자는 게 아니라, 통화정책이 덤으로 얹어준 부분만 문제 삼자는 것이다.
▲금리 인상이 은행에 만들어준 초과 이익의 일부를 걷어, 금리 인상의 비용을 떠안은 사람들을 위해 쓰자는 것이다. 은행이 평소에 정상적으로 벌던 이익을 건드리자는 게 아니라, 통화정책이 덤으로 얹어준 부분만 문제 삼자는 것이다.pixabay

호황이라는 시험

불황은 모두를 시험하지만, 호황은 시스템을 시험한다. 성장의 과실을 누구에게 안기고 그 비용을 누구에게 청구하는지, 호황만큼 한 사회의 설계도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순간이 없기 때문이다.

백반집 사장님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나라 경기가 좋아졌다는데, 왜 내 이자가 오릅니까?"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이자가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그 인상으로 은행이 가만히 앉아 벌게 될 돈이 사장님 같은 분들의 이자를 덜어주는 데 쓰이게 만들 수는 있다고.

시혜도 포퓰리즘도 아니다. 잠자는 사이에 부유해진 자의 몫을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돌려놓는 일이다. 지금 논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2~3년 뒤 회생 법정에서 이 호황의 청구서를 받아 든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부동산 호황이 그랬고, 코인 호황이 그랬다. 나는 호황이 끝난 자리에서 뒤늦게 그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왔다.
덧붙이는 글 위 기사의 전문은 피렌체의식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firenzedt.com/news/articleView.html?idxno=33185

필자 박기태는 법무법인 한중의 변호사다. 15년 이상 서울역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에서 노숙인 봉사활동을 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회생·파산 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상환 불가능한 빚이 개인의 의지를 꺾고, 가정을 해체하며, 사람을 노숙과 범죄로 내모는 현실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이들을 돕고 싶어 법조인이 되었다. 대한의사협회 자문변호사, 서울시 공익변호사,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의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채무의 마침표, 채무닷' 서비스와 '교통사고의 마침표, 사고닷'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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