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08 09:53ㅣ최종 업데이트 26.09.08 10:33
  • 본문듣기
중국 정부의 소비진흥기금으로 수혜를 받게 되는 에이전트 기반 스마트홈 시스템 (화웨이, 샤오미, 메이더, 하이센스, 하이얼 등의 가전기업이 L4레벨 스마트 가전을 선보인다.
▲중국 정부의 소비진흥기금으로 수혜를 받게 되는 에이전트 기반 스마트홈 시스템 (화웨이, 샤오미, 메이더, 하이센스, 하이얼 등의 가전기업이 L4레벨 스마트 가전을 선보인다.자료사진

AI는 중국이 가장 열정적으로 육성해 온 산업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AI가 이제는 소비시장을 위축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중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일자리 대체에 대한 불안, 기술 격차에서 비롯된 소외감, 그리고 '조금만 기다리면 더 좋은 제품이 나올 것이다'라는 관망 심리 — AI가 몰고 온 이러한 소비심리 위축은 거시경제 정책 입안자들에게 적지 않은 고민거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 정부는 직접 나서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예전과는 돈을 쓰는 방식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과거의 소비 진흥책이 '보편적 민생 쿠폰'이나 '모든 가전제품에 대한 획일적 보조금'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정밀하게 조준된 '스마트' 자극책입니다. 소비자가 스마트 가전 시스템, AI폰, AI PC, AI 글래스를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소비 진작이라는 명분 아래 다시 한 번 AI 산업을 소비자의 손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입니다.

세수, 국채, 지방채로 구축한 8000조원 규모의 '3중 민생지원 체계'

2026년 중국의 재정 규모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수준입니다. 일반공공예산(세수 기반의 재정 수입으로 국민 생활의 보장과 개선, 경제사회 발전의 촉진, 국가 안보의 유지, 국가 기관의 정상적 운영 등을 위해 편성된 수지 예산) 지출이 사상 처음으로 30조 위안(약 6000조 원)을 돌파했고 신규 정부채권 발행 규모는 11.89조 위안(약 2378조 원)에 달합니다. 이제부터 단순한 '돈 풀기'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가 정밀하게 설계된 전략적 타격을 감행합니다.


소비 진흥을 위한 자금 구조는 크게 세 가지 층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소비 직접 지원층입니다. 소비시장과 더불어 자영업자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초장기 특별국채 1.3조 위안(약 260조 원) 가운데 2500억 위안(약 50조 원)이 소비재 노후 교체에 배정되었습니다. 2025년의 3000억 위안(약 60조 원)보다 숫자는 줄었지만 별도로 편성된 1000억 위안(약 20조 원)의 재정-금융 협력 내수 진작 전용 기금이 더해져 실질적인 소비 자극 규모는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이 기금은 개인소비대출 이자 보조(연 1%포인트, 연 최대 5000위안), 서비스업 경영체 대출 이자 보조 등 6가지 정책으로 구성됩니다. 실제로 1월부터 7월까지 이 정책들만으로 1억 1300명의 국민이 혜택을 보았고 누적 1.88조 위안(약 376조 원) 규모의 소비를 지원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둘째, 금융 인프라 강화층입니다. 3000억 위안(약 60조 원)의 특별국채가 국유 대형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에 투입되었습니다. 이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은행들의 대출 여력을 확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과 가계에 대한 신용 공급 능력을 키우는 간접 지원책으로 기능합니다.

셋째, 투자 환경 개선층입니다. 지방정부 전용채권 4.4조 위안(약 880조 원) 가운데 7월 말까지 2.4조 위안(약 480조 원)이 이미 발행되어 1만 8천여 개의 건설 프로젝트를 지원했습니다. 인프라 투자를 통해 소비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8000억 위안(약 160조 원)의 '양중(两重)' 자금은 1,417개 중점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습니다.양중 프로젝트란 수익이 나지 않지만 국가적으로 꼭 해야할 일과 안보에 관련된 일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 교육, 생태복원, 노후지역 인프라 개선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3중 구조는 '소비자에게 직접 보조금을 주고, 금융기관의 대출 능력을 키우고, 인프라로 소비 환경을 개선한다'는 입체적인 전략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아직 2조 위안(약 400조 원) 이상의 지방채와 특별국채가 추가로 발행될 예정이어서 정책의 힘은 이제 막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재정 예산 30조 위안과 장기국채, 지방채로 마련한 재원 11조 9000억 위안을 합쳐 총 41조 9000억 위안(한화 약 8380조원)이 민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쓰이게 됩니다.

소비자 구매 행위의 설계: 스마트가전·AI폰·AI PC로 조준 사격

이번 정책의 가장 독특한 점은 무엇을 살 것인지를 정부가 직접 설계했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의 '모든 가전제품 10% 할인'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1급 에너지 효율 가전과 AI가 탑재된 스마트 기기로 대상을 명확히 한정했습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보조금 정책에 따르면, 소비자가 1급 에너지 효율을 갖춘 냉장고·세탁기·TV·에어컨·온수기·컴퓨터 등 6종 가전제품을 구매할 경우 최종 판매가의 15%를 보조 받을 수 있습니다. 가전제품은 최대 1500위안(약 30만 원), 단가 6000위안(약 120만 원) 이하의 AI폰·태블릿·스마트워치·스마트안경 등 디지털·스마트 제품은 최대 500위안(약 10만 원)을 보조받을 수 있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500위안은 작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2025년의 정액 보조금에서 2026년의 정률 보조금으로 전환된 점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정률 방식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일수록 보조금 액수가 커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냥 싼 제품'이 아닌 AI 기능이 탑재된 고급 제품으로 자연스럽게 눈길을 돌리도록 유도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2026년 618 쇼핑축제에서 JD닷컴의 3C 디지털 AI 트렌드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100% 증가했고, AI 스마트폰·AI PC·AI 학습기가 판매를 주도했습니다. AI 순환레인지 후드와 AI 안경 등은 10배 성장을 기록했으며, 한 체인 가전 매장의 AI 스마트폰과 스마트 냉장고 판매량은 보조금 정책 시행 후 40% 이상 증가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소비자에게 '돈을 준다'면서 동시에 '어떤 제품에 쓸 것인지'를 미세하게 조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소비 진작이라는 1차적 목표와 함께 AI 산업의 내수 시장을 창출하는 2차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 전략으로 읽힙니다.

식품 디지털 라벨링: 보이지 않는 인프라의 정비

스마트가전과 AI 기기가 '눈에 보이는' 소비 영역이라면, 식품 디지털 라벨링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비 생태계의 근간을 바꾸는 조치에 해당합니다. 중국은 식품 위생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세계 최초로 디지털 라벨을 법규 표준 체계에 포함시켰습니다.

2025년 9월 국가위생건강위원회와 시장감독관리총국이 관련 공고를 발표했고, <예포장식품라벨통칙>(GB7718-2025)이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2026년 8월 기준으로 2281개 식품 기업이 디지털 라벨 표준화 배치를 완료했고, 1만 5000여 종의 식품에 적용되었으며, 최근 30일간 소비자 스캔 조회량은 7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디지털 라벨은 단순히 종이 라벨을 QR코드로 대체하는 기술적 변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듣고, 재생하고, 확대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어 고령층도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종이 라벨의 공간 제약에서 벗어나 원재료 출처·생산 공정·제품 이력·영양 정보 등을 훨씬 풍부하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식품 이력 추적 기능과 융합되어 식품 안전 전 사슬의 지능형 감독을 현실화하는 기반이 됩니다.

이것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식품 기업에는 새로운 디지털 준수 비용을, 규제 기관에는 새로운 감독 수단을 제공하는 제도적 인프라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식품 수출 기업들도 2027년 3월 16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데이터 준비 상태를 미리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기업이 아닌 소비자에게 돈 쓸 권한을 주는 이유

이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철학은 '공급자 보조'에서 '수요자 보조'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있습니다. 과거의 산업 정책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금을 감면해 주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권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레버리지 효과의 극대화입니다. 2025년 보조금의 레버리지 비율이 1:7.8이었던 데 비해, 2026년 상반기에는 1:10.3으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보조금 1위안(약 200원)이 10.3위안(약 2,060원)의 소비를 끌어내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정부가 기업에 1위안을 주면 1위안의 효과가 발생하는 데 그치지만 소비자에게 1위안을 주면 10.3위안의 경제 순환이 일어나는 셈입니다.

둘째, 시장의 선택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어떤 제품을 만들라'고 기업에 지시하는 대신, '어떤 제품을 사면 보조금을 준다'고 소비자에게 알리는 방식은 시장의 수요 신호를 통해 기업의 생산 결정을 유도합니다. 소비자가 AI 스마트폰을 많이 사면 기업은 AI 스마트폰을 더 많이 만들 것입니다. 이는 정부가 직접 'AI 스마트폰을 만들어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자원 배분 방식입니다.

셋째, 균형있게 나누어 주는 전략입니다. 2500억 위안(약 50조 원)의 보조금을 4차례에 걸쳐 625억 위안(약 12.5조 원)씩 나누어, 설날·노동절·618 쇼핑축제·여름 성수기·광군제 등 소비 성수기의 리듬에 맞춰 분할 집행했습니다. 이는 일시에 대규모 자금을 풀어 물가 상승을 유발하거나 소비를 조기 소진하는 것을 방지하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소비 자극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균형 적점' 전략은 초장기 특별국채의 '초장기' 속성이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단년도 예산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크로스사이클 조정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국민이 돈을 벌지 못하니, 국가가 돈을 주고 시장을 키운다

중국의 과학기술 정책과 과학자들이 AI를 키우는 동안 경제 관료와 경제 학자들은 포스트AI 시대의 수요 관리 시스템을 설계해 왔습니다. 개인소비대출 이자 보조와 노후 교체 보조금은 일회성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국민의 구매력 부족분을 재정이 메우는' 구조적 장치입니다. 이는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현금 지급'이 아닌 '특정 소비(스마트가전·AI 기기)에 집중된 실질 구매력 보장' 방식으로 제도화한 것입니다.

AI 산업을 키우는 과학기술 정책이 '공급'을 책임졌다면, 경제 정책은 '수요'를 관리하는 역할을 분담하며 두 축이 맞물려 순환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중국은 이 설계를 2026년 1.88조 위안의 실질 소비 창출로 전환하며 방아쇠를 이미 당겼습니다. 우려가 아닌 행동으로 AI 시대의 새로운 수요 창출 모델을 시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2026년 1월부터 7월까지 재정금융 협력 정책만으로 1.13억 명의 국민이 혜택을 보았고, 노후 교체 정책은 1.78억 명에게 혜택을 주었습니다. 두 정책을 합치면 약 3억 명에 가까운 국민이 정부의 소비 자극 정책을 경험한 셈인데, 이는 중국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합니다. 보조금은 소비의 '시점'을 앞당길 수는 있어도 소비의 '총량' 자체를 창출하지는 않습니다. 오늘 보조금을 받아 산 AI 스마트폰이 원래 내년에 살 예정이었던 제품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책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보조금이 철회된 이후의 소비 회복력이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책이 분명하게 보여주는 방향성은 존재합니다. 중국은 '모든 것을 기업에 맡기는 공급자 중심'의 산업 육성 모델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수요자 중심' 의 경제 활성화 모델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환의 매개체로 AI를 선택했습니다. AI가 억눌렀던 소비심리를, AI 제품을 사게 함으로써 다시 살리는 이 순환 구조는 그 자체로 정교한 정책 설계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규모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하반기 2조 위안(약 400조 원) 이상의 추가 채권 발행, 새로운 재정금융 협력 정책의 출시, '인공지능+소비' 전용 정책의 본격 가동까지. 중국은 지금 소비 시장을 통해 자금을 순환하는 거대한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그 실험이 성공적인 선순환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보조금 의존성이라는 그늘을 남길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이 돈을 못 벌면 국가가 돈을 주고, 그 돈으로 AI를 사게 하는' 이 정교한 설계가 중국에서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덧붙이는 글 임선영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