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08 12:15ㅣ최종 업데이트 26.09.0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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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구차하다. 그리고 궁색하다. 후보자도 그렇고 여당의 방어 논리도 그렇다. 이 정도 비리 의혹이라면 깨끗이 물러나는 게 순리다. 아니면,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든가.

그런데 지금 여권 움직임을 보면, 민심 무서운 줄 모르는 듯싶다. 상대편 잘못은 칼같이 재단하면서 우리 편 잘못은 무조건 감싸려 든다. 하도 말해서 입 아플 정도지만, 이런 식의 '내로남불'은 내란 청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역공의 빌미가 될 수 있다.


6일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비리 의혹을 터뜨린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전용기 의원 등 민주당의 몇몇 의원도 자료 출처를 문제 삼으며 한 의원의 해명을 요구했다.

수사내용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는 한 의원의 행태가 과거 정치검찰의 언론플레이나 여론몰이를 닮은 점에서 고발은 그 나름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사건의 본질도 아니고 사태 해결 방안도 아니다. 국민 눈에는 자칫 적반하장으로 비칠 수 있다.

민주당의 대응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1월 세계일보 보도로 촉발된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검찰은 비선라인의 국정 개입 의혹을 처음 드러낸 문건 내용의 진위를 밝히기보다 문건 유출 경위 수사에 주력해 야권으로부터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 때도 검찰은 떡값 검사 명단의 실체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명단을 폭로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논란을 빚었다.

아무리 한동훈이라지만...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에 들어서다 취재진과 만나 연일 제기하고 있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에 들어서다 취재진과 만나 연일 제기하고 있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연합뉴스

진보 매체에 몸담은 유명 후배 기자는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아무리 윤석열과 김건희가 밉다고 해도, 아닌 건 아니잖아요"라고. 윤씨 부부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 의원은 진보 진영에서 공공의 적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한동훈, 아니 한동훈 할아버지가 폭로한 내용이라도 공익성이 있고 증거가 있다면,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이건 진영이나 신념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다. 내란 세력에 동조하는 것도 아니고, 내란 종식에 역행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상식이다.

시민단체에 의해 청탁금지법 위반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김 후보자 측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기소유예)을 내세우며 '결백'을 호소한다. 검찰개혁의 본질을 희석하면서까지 무조건 검찰을 부정하고 불신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검찰을 판단 잣대로 내세우니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다.

김 후보자는 2021년 10월, 평소 '오빠-동생'으로 가깝게 지내던 양모씨(바이오업체 구스타 대표)의 '민원'을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전달했다. 바이오업체 제넨셀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임상 2·3상 시험을 조속하게 승인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김 후보자 수사에 착수한 것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1월. 변호사법 위반과 알선뇌물약속 혐의였다. 그로부터 약 2년 뒤인 2024년 12월 27일 검찰은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12.3 불법 비상계엄이 실패로 끝나고 20여 일이 지났을 때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당시 수사팀은 기소를 주장했지만, 대검찰청의 수사 지휘로 불기소로 결정됐다고 한다. 김 후보자가 청탁은 받았지만 그 대가로 돈을 받지 않은 점, 제약사 대표 강씨와 직접 연락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기소유예 결정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문에 '피의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동종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을 피의자(김 후보자)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적었다. ▲알선 대가로 후원금 명목으로 500만 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는 인정되지만 ▲실제 뇌물 수수가 이뤄지지는 않았고 ▲약속한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않은 점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했다는 설명이었다.

아울러 공여자에 해당하는 강씨와 양씨에 대해서는 "본건 뇌물공여약속 등을 기화로 추가된 범행으로 나아갔고, 이를 통해 거액의 재산상 이익까지 얻어 가벌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두 사람은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빼박' 증거들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김 후보자의 비공개 수사 기록을 불법으로 넘겨 받았다며 한 의원과 성명불상의 제공자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김 후보자의 비공개 수사 기록을 불법으로 넘겨 받았다며 한 의원과 성명불상의 제공자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이와 별개로 2024년 12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신약 임상시험을 앞두고 강씨-양씨-김 후보자 간 청탁 정황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임상시험 승인을 기화로 투자유치 등 금전적 이익을 취득하려 했다"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판시했다.

임상시험 승인을 1주일 앞두고 강씨는 세종메디칼에 제넨셀 (비상장) 주식 66만 주를 63억 원에 매각했다. 강씨로부터 미공개 주식정보를 제공받은 양씨도 주식거래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치료제가 동물실험 조작 의혹 등으로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 한 의원이 공개한 서울서부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강씨와 양씨는 각각 110억 원과 6억 원 상당의 불법적 이익을 얻었다.

지금까지 공개된 갖가지 정황증거는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 공익적 차원의 고충 민원을 단순 전달한 것"이라는 김 후보자 해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김 후보자를 비롯한 관련자들 간 통화 녹취록, 문자 메시지, 이메일, 사진 등은 속된 말로 '빼박'이다. '오빠' 김 후보자가 금전적 대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또는 해당 업체나 치료제의 문제점을 몰랐다고 해서 윤리적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의 대표적인 개혁파 의원이다. 22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로 검찰개혁에 앞장섰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과 김건희 특검 TF 위원으로 활약하면서 내란 진상 규명에 공을 세웠다. 게다가 이른바 '공소 취소 의원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아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들에 대한 공소 취소를 주장해 왔다. 민주당이 총력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사정이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한 의원의 폭로가 흠집 내기 차원의 정치적 공세라는 점을 인정해도 사안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일찍이 공자는 정치의 본질로 양식과 군사, 믿음 세 가지를 꼽았다. 오늘날로 치면 경제와 안보, 국민의 신뢰다. 공자는 세 가지 중 믿음을 으뜸 가치로 여겼다. 국민 신뢰가 무너지면 경제와 안보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집권 1년 만에 기록적인 지지율 하락에 휘청거리는 이재명 정부가 되새겨야 할 금언이 아닐 수 없다.

인사 실패에 따른 민심 이반은 정권 위기의 경고음이다. 한두 번은 그럴 수 있다 쳐도 거듭되면 국민 마음은 싸늘하게 식게 된다. 많은 사람이 지적했지만, 외연 확장과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집권당의 정체성에 근본적으로 맞지 않거나 국민 눈높이에 미달하는 인사를 중용하려다 실패한 것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그러잖아도 지분싸움과도 같은 내부 분열로 국민 신뢰를 잃어가는 마당에.

억울하더라도 대의를 위해서라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남소연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일지 몰라도, 일반 국민에게는 '친명'이니 '반명'이니 하면서 여권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투쟁이 볼썽사납기만 하다. 유시민 작가의 ABC론에 따르면, 가치추구형인 A그룹은 이익 지향적인 B그룹이나 교집합인 C그룹과 달리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등돌리지 않는 코어(핵심) 지지층이다. 그런데 최근 이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ABC론을 높게 평가하던 정치평론가나 정치 유튜버들은 코어 지지층, 즉 A그룹 이탈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괴이한 이론에 괴이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 지지층이 환영할 만한 인사임이 틀림없다. '수박' 소리를 듣던 전임 장관 정성호 의원과 달리 색깔이 분명하고, 언행도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는 편이다. 하지만 신약 로비 의혹은 그 모든 것을 뒤엎을 만큼 치명적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 안팎으로 위기다. 자국 이기주의로 무장한 '혈맹'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압박으로 나라 경제가 흔들리고, 자칫 전쟁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핵무장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과는 소통의 문이 완전히 닫혔다. 이 대통령의 주요 치적이던 주식경제 활성화도 시들해졌고, 경제 양극화 해소의 일환인 부동산 정책도 갈팡질팡 방향을 못 잡는 느낌이다.

경제와 안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인사까지 망치면 정권에 대한 신뢰도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질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자진사퇴가 해법이다. 물론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니고, 억울할 수 있다. 역대 정부 사례를 보더라도, 장관 후보에 올랐다가 이런저런 의혹으로 사퇴한 사람치고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대의를 위해서나 정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또는 부끄러움을 알고 물러난 것이다.

김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으면 여권은 임명을 밀어붙일 것이다. 권력 안정성을 꾀하고 지지층 결속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일시적으로는 얻는 게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잃는 게 많다.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획기적인 정책적 성과나 반전 카드가 없는 한 2028년 총선에서 다수당 확보도 장담하기 어렵고, 정권 재창출도 물 건너갈 것이다.

내란 청산의 정치적 효능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거듭 말하지만, 내란 청산을 공정 가치를 구현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한층 탄탄해지고 민주당은 국민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라도 김 후보자는 사퇴하는 게 옳아 보인다. 아닌 건 아닌 거다. 아닌 걸 맞다고 우길 때 비극이 시작된다. 공정은 설 자리를 잃고, 새로운 질서에 대한 기대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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