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채드 보운의 글 "캐나다와의 무역전쟁이 초래할 진짜 위험"
포린어페어스
중국이 북미의 공급망을 흔드는 동안 미국은 캐나다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맞서려면 미국·캐나다·멕시코가 더 단단하게 연결돼야 하는데, 정작 미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부터 압박하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보운은 지난 1일 <포린어페어스>에 쓴 글에서 이 모순을 지적했다.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 부품을 무기로 사용할수록 미국에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더 필요해진다. 북미 자동차 산업은 이미 세 나라의 공장과 부품망이 하나처럼 얽혀 있어 어느 한 나라만 떼어내 지킬 수 없다.
진영 넓히기 전에 중심을 지켜야
중국과 미국의 경쟁에서 미국이 가진 가장 큰 힘 가운데 하나는 중국에는 없는 '동맹망'이다. 캐나다와 유럽의 경제력, 한국과 일본의 산업·군사력까지 더해질 때 미국의 힘은 미국 영토 안에 있는 것보다 훨씬 커진다.
따라서 중국과의 경쟁을 장기전으로 본다면 전략의 방향은 어렵지 않다. 중국의 힘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자기편의 힘을 키우고, 오래된 우군을 더 단단하게 묶어야 한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를 상대하기 전에 가장 확실하게 자기편이라고 믿는 나라들부터 양보를 받아내려 한다.
캐나다에 관세를 매겨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게 만들 수는 있다. 문제는 캐나다에서 몇 가지를 더 얻어내는 것이 중국을 상대할 북미 전체의 힘을 키우는 일보다 중요한가 하는 데 있다.
중국 의존을 줄이려 할수록 미국에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더 필요하지만,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바로 그 세 나라의 공동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쉬운 상대에게서 얻는 작은 승리가 어려운 상대와의 큰 싸움에서 전력을 깎아 먹을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우군을 굴복시키는 일이 곧 자기 진영을 강하게 만드는 일은 아니다.
캐나다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달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라고 지시하면서 훈련 비용과 북한 문제뿐 아니라 한국이 미국의 이란 군사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사실까지 거론했다. 이란 문제와 한반도 안보는 별개의 사안이다. 다른 지역 전쟁에서 미국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미동맹의 기여까지 다시 따진다면 공동의 안보와 미국 정책에 대한 순응을 섞게 된다.
유럽에서는 더 노골적인 장면이 나왔다. 트럼프는 지난 3일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원조와 탄약 비용을 유럽 국가들에 뒤늦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에는 관세를 매기고, 한국에는 다른 전쟁에 협조하지 않은 일을 따지고, 유럽에는 과거의 청구서를 내민다. 공교롭게도 모두 미국이 중국과의 장기 경쟁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나라들이다. 물론 동맹에는 아무것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이 더 많은 국방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고, 동맹국 사이에 무역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
핵심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더 많은 부담을 나누자고 요구하는 것과 자신의 요구를 따르지 않은 자기편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정치라는 데 있다. 전자는 연합을 강하게 만들지만 후자는 연합 내부에서 누가 말을 잘 듣는지를 가리는 일이 된다.
오래 함께한 우군이 가장 먼저 상처받을 때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동맹은 모든 문제에서 같은 입장을 취하는 관계가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들이 더 큰 목표를 위해 오래 협력해온 관계다.
균열은 어느 순간 이견을 조정하는 것보다 누가 더 충실한지를 가리는 일이 중요해질 때 시작된다. 오래 함께해온 시간보다 최근 한 번의 거절이 더 중요해지고, 과거의 기여보다 지금의 순응이 우군의 자격을 결정한다.
그때 권력은 이상한 계산을 하기 쉽다. 새로 얻어야 할 상대에게는 설명하고 타협하면서, 이미 자기편이라고 믿는 우군에게는 인내와 희생을 요구한다. 가장 오래 함께한 우군은 그래서 오히려 가장 쉽게 희생된다. 지금까지 버텨왔으니 이번에도 버틸 것이고, 조금 상처를 줘도 결국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와 한국, 유럽이 미국을 하루아침에 떠나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떠날 수 없다는 사실과 계속해서 온 힘을 다해 함께하겠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충성은 무한히 꺼내 쓸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오래된 우군에게 계속 비용을 떠넘기고 이견을 보일 때마다 충성을 의심하면, 관계는 남아도 그 관계를 움직이던 의지는 먼저 사라진다.
실제로 미국을 믿을 만한 파트너라고 보는 비율은 캐나다에서 2022년 83%에서 올해 35%로, 한국에서는 83%에서 57%로 떨어졌다. 동맹이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그 안의 신뢰가 먼저 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관세에서 양보를 얻고 방위비를 더 받아내면 성과는 바로 숫자로 보인다. 반면 상처받은 우군이 다음 위기에서 한 걸음 덜 나서는 손실은 어떤 장부에도 곧바로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편을 굴복시키는 것을 자기 진영을 강하게 만드는 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침묵시킨 우군은 강해진 우군이 아니며, 떠나지 않은 우군이 반드시 다시 앞장서 싸워주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을 자기편으로 모두 끌어갈 필요조차 없다. 미국을 위해 더 이상 예전만큼 위험을 감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미국의 힘은 줄어든다. 큰 경쟁에서 진영을 끝까지 지탱하는 것은 새로 얻은 상대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비용을 함께 감당해 온 우군이 결정적 순간의 버팀목이 된다.
그 우군을 '어차피 우리 편'이라는 이유로 계속 희생시키면서 더 강해질 수는 없다. 가장 오래 함께한 자기편을 갈 곳 없는 자산처럼 다루는 순간, 적과의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자기 진영 안에서 이미 패배는 시작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