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04 18:11ㅣ최종 업데이트 26.09.0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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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유성호

저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장관직 지명 건을 대통령 인사권과 선거제도의 관점에서 보고자 합니다. 용 의원이 장관감이 되는지나 성평등가족부 수장으로 적임 여부는 가리지 않으려 합니다. 그건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를 겁니다.

하지만 국민 누구나 의아하게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왜 용 의원이 비례대표 의원에 장관직까지 겸직하겠다는 건지, 그게 너무 특혜가 아닌지 하는 의문입니다.


용 의원은 의원직을 못 내놓는 이유가 소속 정당이 원외 정당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다시 국고보조금이 줄어드는 문제로 연결됩니다. 즉 자신 때문에 당 동지들이 금전적 불이익을 당하니 그게 미안해서라도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논리입니다. 입각 제안을 받고 용 의원도 고민했을 겁니다. 아무튼 둘 다 취하는 쪽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아쉬운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

제가 이 사안을 대통령의 인사권 차원에서 본다는 의미는 이 점 때문입니다. 인사는 관리, 추천, 검증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어디선가 용 의원을 장관으로 추천했겠지요. 그때 이미 의원직 사퇴 문제가 나왔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게 관행이었으니까요.

그러면 보통은 추천하는 데서 먼저 의사를 타진했을 겁니다. 넌지시든 직설적이든. 안 했다면 그게 정말 이상한 겁니다. 타진 결과, '장관직을 받으면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용 의원이 그러시겠다고 했어'라는 조건이 붙어야 합니다. 그래야 추천이 성립됩니다.

추천 단계에서 안 했다면, 예비 검증 단계에서라도 했을 겁니다. '장관직으로 추천이 들어와서 검증하려 하는데, 응하시겠습니까?'라고 먼저 물어봅니다. 그때 같이 물었을 겁니다. 비례 겸직 문제는 눈에 뻔히 보이는 사안입니다. 납세나 범죄 이력같이 본인이 자료를 제출하기 전까지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는 문제가 아닙니다.

여기서부터 의문이 생깁니다. 그때 용 의원은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당과 먼저 상의해 보겠습니다.' 그러고 상의해 본 다음, '제가 없으면 우리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이 됩니다. 우리 당으로 승계도 안 되니 제 사퇴는 어렵겠습니다'라고 했을까요? 저는 용 의원이 입장을 먼저 밝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아무 말도 안 하거나, 사퇴할 것처럼 대답했다면 일종의 기만입니다. 용 의원이 그랬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런 답변을 듣고도 인사 라인에서 지명을 진행했다면, 진짜 문제입니다. 인사 라인이 정무적 판단을 잘못했다는 소리입니다. 겸직을 허용하는 순간, 국민 여론이 들끓을 수 있다는 예측을 못 한 겁니다. 가볍게 봤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부터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지 못한다는 관행의 타당성에 관한 논쟁이 시작됩니다. 먼저, 왜 이런 관행이 생겼을까요?

비례 의원과 장관 겸직, 국민들이 이상하게 보는 이유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남소연

국민은 비례 의원을 일종의 임명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지역구 의원은 후보자 이름 옆에 도장을 찍습니다. 그러나 비례는 당명 옆에 찍습니다. 즉 비례 의원은 내가 '선출'한 게 아닙니다.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당에서 정한 명단 순서대로 당선된 의원이라 인식합니다. 즉 당이 '임명'한 국회의원입니다. 그런 임명직이 또 임명직을 받는다? 이상하지요. 그래서 생긴 관행입니다. 용 의원은 하물며 남들은 한 번 받기도 힘든 비례를 두 번이나 받았습니다. 국민의 위화감이 더 큰 이유입니다.

이번에 청와대 인사 라인이 왜 용 의원 거취 문제를 놓쳤는지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일손이 너무 부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공직, 공공기관 인사가 곳곳에서 지체되고 있다는 소문이 세종시와 여의도에 퍼져 있습니다. 검증의 예리함과 정무적 감각의 둔화도 우려됩니다. 거듭되는 황망한 인사가 민주진보 진영 내부 이반의 한 원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조차 작은 일입니다. 더 생각해 볼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례대표는 국회의원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해 비워 둔(?) 성격의 의석입니다. 그 등용문은 주로 비정치인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반면 영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 대부분은 지지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정치인은 으레 비례 의원입니다.

용혜인 거취 논란의 진짜 배후를 없애자

요컨대 선거제도를 개혁하자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용 의원 거취를 둘러싼 논란의 제도적 배경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이 선거제도는 기형적입니다. 무슨 야바위꾼 같습니다. 지금 중도자유주의 정당과 극우에 가까운 보수정당만 있는 우리 정당체계 안에 진보정당이 들어와야 합니다. 지금 위성정당은 진보정당도 아니고 뭐 이상한 '떴다방' 같습니다.

야바위꾼이나 떴다방 말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같은 걸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다양성과 전문성이 저절로 확보됩니다. 대구 경북에서 민주당 의원 나오고, 호남에서 보수 정치와 경쟁하는 풍토가 생길 겁니다. 천만 표나 되는 사표도 없어집니다. 그래서 개헌하게 된다면 절대 잊어버리지 말고 선거제도 개혁도 꼭 함께해야 합니다.

역사는 우연한 계기를 통해 민낯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번 용 의원 사태는 크게는 한국 선거제도, 작게는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을 돌아보라는 역사의 반면교사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무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냥 한 사람만 죽어라 팹니다. 용 의원이 불쌍할 지경입니다.

용 의원 거취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까요? 빨리 행동할 수 있다면 의원직을 내려놓는 게, 당과 조율이 잘 안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장관 지명을 고사하는 게, 이도 저도 안 되고 시간만 질질 끈다면 민주당이 먼저 인사청문회 반대 의지를 밝힘으로써 청와대의 지명 철회 수순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용 의원의 장점이 이런 식으로 허비되는 듯하여 보기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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