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고용센터에 설치된 최저임금 안내판
연합뉴스
이 농담이 다시 떠오른 건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구직급여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는 기사를 본 후였다. 핵심은 매회 지급되는 구직급여 월 지급액은 낮추되 총지급 금액은 유지하는 것이다. 즉 지급 방식을 가늘고 길게 가져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실업급여 기준 일수에 포함되었던 무급 휴일을 제외하게 되는데, 이 경우 구직급여의 월 하한액은 198만 원에서 176만 원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급여의 월 하한액이 낮아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받을 급여의 총 지급액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그러면 아낄 때 아끼고 모은 돈을 유연하게 쓰는 식의 계획도 가능하다. 그리고 제도란 담당 부처의 정책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늘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개편에 대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와 제도 합리화'가 목표라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수용이 가능했다. 필요하다면 해야지 어쩌겠는가.
하지만 정부가 밝힌 제도 개편의 이유 중 한 가지가 눈에 밟혔다. 마음에 걸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일할 때 임금보다 구직급여액이 더 높아지는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부분이었다. 즉 최저임금 노동자의 실수령액보다 구직급여의 하한액이 더 많은 걸 문제로 본 것이다.
정말로 그럴까.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의 실업자가 일을 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구직급여와 임금이 정말 같은 성격의 돈일까. 두 급여의 성격이 다르다면 나란히 놓고 비교하며 누가 누구보다 더 받는다고 문제 삼을 필요도 없다. 심지어 수급자들은 이미 직장을 다니며 고용보험료를 납부해왔으니 구직급여 재원에 어느정도 기여를 하기도 했다. 즉 우리가 공짜로 이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통념에 대한 의심'을 제안한다
또한 저 문제의식이 타당하다고 해도 결론이 반드시 지금과 같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일하는 사람보다 일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받는 게 문제라고 본다면, 일하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이 지나치게 적다고 생각하는 게 순리에 맞지 않을까. '세상에 일을 하는 사람의 최저임금이 실직한 사람들의 긴급 생계비 지원금보다 적다니, 최저임금이 낮아도 너무 낮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이 문제는 최저임금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방식으로 해결해야지, 구직급여 월 수령액의 하한을 깎는 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에게 '이제는 당신이 실직한 사람보다 더 받으니 공정해졌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심지어 최저임금 실수령액과 구직급여 하한액이 드라마틱하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몇만 원 차이다.
보도자료의 여러 문장 중에 저 한 문장에 과하게 반응하는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사실 이건 내게도 아주 강력한 '통념'이었다. 그런데 막상 구직급여 수급자가 되어보니 저 말의 의미가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최저임금보다 겨우 몇 만 원 더 받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몇 만 원을 덜 받아도 나도 안정적인 급여를 받고 싶지, 금방 끊길 구직급여에 의존하고 싶지 않은데. 그리고 나도 성실히 일하며 열심히 납세하고 고용보험도 납부했는데 왜 나를 단순히 '(일 안 하는데 돈 받으니까)일하는데 돈 받는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더 받으면 안 되는 사람' 취급한다는 기분이 들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고 괜히 움츠러드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제안하고 싶은 건 단순하다. 저 강력한 통념을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한번만 의심해보자는 것이다. 그랬을 때, 모두가 공감하는 호소력이 있는 정책 제안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특히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직이 더이상 놀라운 일이 아닐 정도로 실업난이 거센 시대에는 말이다. 정말로 진심으로 전하는 제안이다. 왜냐면 나도 수급자가 되기 전까지는 저 말이 어떤 느낌일지 몰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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