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04 12:44ㅣ최종 업데이트 26.09.0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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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특화 로컬 모델을 출시한 '스타트럭스' 홈페이지.
▲에이전트 특화 로컬 모델을 출시한 '스타트럭스' 홈페이지. 스타트럭스

초거대 모델이 곧 AI의 전부로 여겨졌던 업계의 분위기가 2026년 하반기 들어 뚜렷한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수조 개의 파라미터를 쌓아 올리는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이 더 이상 유일한 해법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배경에는 AI 에이전트가 본격적으로 실물 경제와 맞닿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자리합니다. 에이전트가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실제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고 브라우저를 조작하며 복잡한 업무를 대신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모델의 크기가 아닌 '신뢰성'과 '실행 능력'이 더 중요한 척도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의 최전선에는 PC에서 구동되는 로컬 모델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초거대 모델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여줄 뿐 아니라 특정 과제에서는 더 빠르고 더 정확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들이 겨냥하는 곳은 데이터가 국경과 사옥을 벗어날 수 없는 산업, 그러기에 가장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국방, 정무, 금융, 법률, 회계, 의료, 바이오입니다.

중국 1세대 프로그래머의 귀환

8월 말 중국 AI 업계에 뜻밖의 복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중국 인터넷 역사에서 '1세대 프로그래머 대부'로 불리는 천다녠(Danny Chen)이 은퇴 10년 만에 스타트럭스(StartLux)를 창립한 것입니다. 그는 1999년 형 천톈차오(陈天桥)와 함께 샨다네트워크(Shanda, 盛大网络)를 공동 창업한 인물이자 중국에 '공유 소프트웨어'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프로그래머입니다.

알비바바의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과 같은 시기에 창업했고, 2004년 샨다가 나스닥에 상장할 때 그의 나이는 26세였습니다. 이후 롄상네트워크(连尚网络)를 세워 9억 사용자의 'WiFi만능열쇠'를 키웠습니다.

그가 다시 무대에 선 이유는 8월 31일에 드러났습니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CAICT) 인공지능연구소가 신뢰 AI 대모형 벤치마크 MCP 특별 테스트 결과를 공표했고, 스타트럭스의 첫 모델 StartLux-V1.0-27B-Preview가 270억 파라미터(27B)로 종합 2위를 기록했습니다. 종합 39.25%로 284B의 DeepSeek-V4-Flash-0731(38.24%)과 198B의 Step-3.7-Flash를 앞섰고, 1조 6천억 파라미터(1.6T)의 DeepSeek-V4-Pro(40.55%)에 1.3%포인트 차로 따라붙었습니다.

약 60배 작은 모델이 조 단위 모델의 능력 구간에 진입한 것입니다. 개별 항목에서는 위치 네비게이션 단독 1위, 금융 분석과 브라우저 자동화는 DeepSeek-V4-Pro와 공동 1위였습니다. 테스트는 8월 3일 시작해 3회 완주 평균으로 산출됐습니다.

스타트럭스의 철학 – 작을수록 강하다

스타트럭스의 철학은 '로컬 모델(Local Model)'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압축됩니다. 천다녠은 성다혁신원 18주년 행사에서 로컬 모델이 클라우드 시장을 무너뜨리고 3년 안에 클로드와 대등해지며 시장의 80%를 점유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스케일링 법칙은 지나가는 신선(過路神仙)이다. 그것 없이는 AI가 발전하지 못했겠지만, 그것은 AI의 발전 경로를 스쳐 갔을 뿐 미래가 반드시 그 원칙에 종속되지 않는다"라고 말이죠.

StartLux-V1.0-27B-Preview는 사전 학습부터 시작한 모델이 아닙니다. 알리바바의 큐웬3.6-27B 기반 후훈련(Post-Training)만 얹은 모델이며 같은 27B인 큐웬 원본보다 5.34%포인트 높은 점수를 냈습니다.

작은 모델이 큰 모델을 이긴 것이 아니라 대형언어모델을 베이스로 깊이 파내려간 전략입니다. 훈련 데이터는 과제 이해, 도구 선택, 파라미터 구성, 다단계 실행, 상태 점검, 결과 검증을 집중적으로 강화했습니다. 모델이 배워야 할 것은 최종 텍스트가 아니라, 언제 어떤 도구를 부를지, 도구가 오류를 반환하면 어떻게 조정할지, 어떤 조건에서 과제 완료를 선언할지입니다.

여기에는 '오토 리서치(Auto Research)' - 모델이 실제 도구 환경에서 스스로 과제를 수행하고 환경 피드백으로 전략을 지속 조정하는, AI가 AI를 훈련시키는 방법론 - 가 적용됐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방식으로 후훈련을 완료한 중국 최초의 로컬 에이전트 모델입니다.

파라미터를 늘리지 않고도 점수가 5%포인트 넘게 움직였다는 것은, 에이전트 능력의 상당 부분이 사전 학습이 아니라 사후 훈련 층에 얹혀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층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소유하지 않은 회사도 만들 수 있습니다.

시장의 흐름과 기술적 기반 – 24GB가 새로운 경계선

스타트럭스만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큐웬입니다. 알리바바는 2026년 8월 14일 Qwen3.8-27B를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공개했습니다. 270억 파라미터 밀집(Dense) 구조에 이미지를 입력으로 받는 네이티브 멀티모달 능력을 갖췄고, 26만 2천 토큰 컨텍스트를 지원합니다. 4비트 양자화(Quantization)를 적용하면 약 17GB로 줄어 24GB급 소비자용 그래픽카드에 올라갑니다. 출시와 동시에 LM 스튜디오, 올라마, 언슬로스에서 원클릭 설치가 지원됐습니다.

나흘 앞선 8월 10일, 메타(Meta) 슈퍼인텔리전스랩은 무즈 글리머(Muse Glimmer)를 같은 라이선스로 공개했습니다. 300억 파라미터 밀집 구조에 1.8B 지각 인코더를 붙였고, 12만 토큰 이상의 컨텍스트를 지원합니다. 4비트 동적 양자화로 17~20GB까지 내려 24~32GB 메모리 안에 KV 캐시와 추측적 디코딩 여유분까지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양자화를 넘어선 기술 혁신들입니다. 추측적 디코딩(Speculative Decoding)은 작은 초안 모델이 여러 토큰을 빠르게 생성하면 큰 모델이 한 번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추론 속도를 끌어올립니다. KV 캐시 최적화(KV Cache Optimization)는 이전 토큰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를 줄여 긴 문맥 작업의 효율을 높입니다. 큐웬3.8-27B는 64개 층 중 48개를 선형 어텐션으로 바꿔 KV 캐시를 생성하는 층 자체를 4분의 1로 줄였습니다.

세 모델이 우연히 27~30B에 모인 것이 아닙니다. 소비자용 그래픽카드 한 장의 메모리가 산업의 설계 제약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클라우드에서는 모델이 인프라에 맞춰 커졌지만 로컬에서는 인프라가 모델의 상한을 정합니다. 제약이 표준을 만들고 표준이 생태계를 만듭니다.

클라우드와 로컬의 이원화 – 공존과 재편의 시대

그렇다면 기존 빅테크의 클라우드 AI 사업은 어떻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클라우드 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2026년 글로벌 AI 투자는 2조 52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4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 중 인프라 비중이 절반을 넘습니다.

클라우드 투자는 여전히 거대하지만 성격이 변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이 끊긴 환경에서도 대규모 AI를 실행하는 애저 로컬(Azure Local)을 선보였고, 구글은 경량 플래시(Flash) 계열을 확대하며 빅테크들도 로컬 AI를 흡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는 '클라우드 대 로컬'의 구도가 아니라 어떤 작업을 어디서 처리할지가 결정되는 계층화된 구조로 진화할 것입니다. 최첨단 연구와 초대규모 데이터 처리는 여전히 클라우드의 몫입니다. 그러나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실시간 응답이 중요한 일상 업무는 로컬로 빠르게 이동 중입니다.

제너럴리스트보다 스페셜리스트 에이전트를 원한다

AI 업계가 수조 개의 파라미터를 쌓는 제너럴리스트 경쟁에 열을 올리는 동안 실물 경제는 이미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기업과 개인이 원하는 것은 모든 것을 대충 아는 만능형 모델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수 없이 실무를 완수하는 스페셜리스트 에이전트였습니다.

스타트럭스가 공개한 두 건의 시연은 이 차이를 보여줍니다. 금융 분석 과제에서 비교 대상인 클로드 소네트 4.6은 원본 데이터가 없자 2025년 1월 8일을 비거래일로 오판해 전날 종가로 계산했고, 4만 7,254달러(89.02%)를 내놓았습니다.

스타트럭스는 과거 데이터를 되짚고 목표 날짜 전후 시세를 재확인한 뒤 4만 7499.09달러(90.00%)를 산출했습니다. 브라우저 자동화에서는 차이가 더 컸습니다. 싱가포르–베이징 최저가 직항을 찾는 과제에서 클로드는 200초가 넘는 시간과 21단계를 거쳐 556달러를 제시했고, 스타트럭스는 95초, 12단계 만에 299달러 항공권을 찾았습니다.

로컬 모델이 선택되는 이유는 단순히 정확도에 있지만은 않습니다. 모델이 검증 가능한가, 통제권이 사용자에게 있는가 그리고 데이터가 내 손안을 떠나지 않는가가 핵심입니다.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지 않으면서 강력한 에이전트를 활용할 길이 열린 것입니다.

특히 의료, 금융, 법률, 국방처럼 데이터 보안이 생명인 분야에서 로컬 에이전트는 선택이 아니라 전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너럴리스트는 여전히 넓은 지식을 갖추겠지만 실전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그 일을 얼마나 믿을 수 있게 해내는가입니다.

우리가 중국 기업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

천다녠이 공동 창업한 샨다는 한 때 글로벌 1위를 달리던 한국 게임 산업에 상처로 남은 기업입니다. 2001년 샨다는 액토즈소프트로부터 30만 달러에 《미르의전설2》 중국 독점 대리권을 확보했고, 동시접속 70만 명을 넘기며 중국 국민게임으로 키웠습니다.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성공시킨 퍼블리셔였습니다.

그러나 2002년 9월 샨다는 개발 지원 미흡을 이유로 로열티 지급을 거부했고, 2003년 1월 계약이 파기되자 그해 7월 유사 게임 《전기세계》를 출시했습니다. 2004년에는 액토즈소프트 경영권 지분 28.96%를 인수해 IP 권리를 함께 점유했습니다. 업계가 이를 '역인수', '게임 종주국 위상을 떨어뜨린 사건'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물론 두 가지는 분명히 해두어야 합니다. 첫째, 당시 대리권 확보와 액토즈 인수를 주도한 것은 회장 겸 CEO였던 형 천톈차오이며, 천다녠은 이사 겸 부총재(후에 COO)로 기술과 제품을 맡았습니다. 둘째, 이후 한국에서 '국부 유출' 논란을 일으킨 웃돈 매각과 헐값 재매입, 홍콩으로의 현금 이전, 미르 사업부 물적분할 등은 2017년 이후 셩취(옛 샨다게임즈)의 행보이며, 천씨 형제가 2014~2015년 샨다게임즈를 매각하고 떠난 뒤의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샨다가 보여준 것은 기술보다 시장의 흐름을 남보다 빨리 읽는 능력이었고 한국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대가를 20년간 치렀습니다. 그리고 지금 같은 인물이 로컬 모델이라는 다음 시장의 방향을 먼저 읽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재정의해야 할 '소버린 AI'

전통 산업과 다르게 AI산업은 한달이 일년처럼 혁신 중입니다. 그러니 이를 뒷받침 하는 산업 분석과 정책 지원은 시시각각 수정되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포스트 스케일링 법칙의 시대로 갑니다. 수조 개의 파라미터를 쌓는 경쟁은 여전히 의미 있지만, 270억 파라미터로 1조 6000억 모델에 맞선 스타트럭스, 소비자용 PC에서 구동되는 큐웬3.8-27B, 단일 그래픽카드 위에서 움직이는 무즈 글리머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클라우드는 여전히 거대한 두뇌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일하고, 결정을 내리고, 데이터를 지키는 에이전트는 바로 우리 책상 위의 컴퓨터에서 실행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전환이 아니며 AI의 통제권이 소수 기업의 데이터센터에서 개인과 기업의 책상 위로 이동하는 에이전트 주권(Sovereignty)의 이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소버린 AI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 주권과 기술 자립과 산업 통제력을 함께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말입니다.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은 의료, 금융, 국방의 민감 데이터가 국경을 넘지 않고 국내 인프라 안에서 처리되어야 합니다. 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추고 로컬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기술 자립(Technology Self-Reliance) 측면에서 중국의 큐웬과 미국의 메타가 오픈소스 생태계를 장악하기 전에 한국형 로컬 모델과 에이전트 기술에 국가적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 통제력(Industrial Control)은 에이전트가 국방, 정무, 금융, 법률에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산업 주체와 정부가 주도하는 레퍼런스 모델과 데이터 표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은 온디바이스 하드웨어에 강합니다. 메모리도 NPU도 갖췄습니다. 그런데 스타트럭스가 증명한 층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사후훈련입니다. 이 회사의 구성은 제품을 아는 창업자, 로컬 배포·에이전트·프라이버시 보호 머신러닝을 연구해 온 CTO 궈취안웨이,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총괄 출신의 뤄융샹입니다.

하드위에 전문가 소프트웨어 전문가 과 금융전문가가 한 데 모여 이룬 성과입니다. 이들이 올해 안에 팔려는 것도 가중치 파일이 아니라 양자화도 추론 프레임워크도 모른 채 오피스 설치하듯 한 번에 끝나는 로컬 지능 솔루션입니다. 동시에 이 모델은 정부의 규제 통과 프레임까지 프로그램에 설계해 두었습니다.

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만 남아서는 '세계의 공장' 그 이상을 꿈꿀 수 없습니다. 머뭇거리는 사이 시간도 경쟁자도 성큼성큼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깨어 있지 않으면 게임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긴 쓰라린 상처를 산업 전방위에서 다시 겪어야 합니다.

[참고] 에이전트 특화 로컬모델을 출시한 스타트럭스 홈페이지
https://startlux.com
덧붙이는 글 임선영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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