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식약처 청탁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소연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국회 입성 후 '이재명 정부 저격수'를 자처한 가운데, 연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 제기에 앞장서는 의도에 관심이 쏠립니다. 한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김 후보자 의혹과 관련된 글을 하루 30건 가까이 쏟아내는 등 총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공세는 단지 김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 공격을 넘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이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선 한 의원이 존재감을 끌어올려 국민의힘 복당에 우호적인 당내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대선까지 내다본 행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 의원의 김 후보자 집중 공세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됩니다. 특수수사가 전공인데다 자신이 법무부 장관 시절 벌어진 사건이어서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 의원은 김 후보자의 신약 승인 청탁 의혹을 처음 제기했고, 청탁 문자메시지와 판사 술자리 사진, 심지어 검찰 수사보고서 등 내밀한 정보를 입수해 폭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한 의원이 법무부 장관 시절 확보한 자료나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공개한다며 불법성을 공격하고 있지만 당장은 한 의원의 폭로가 일정 부분 먹혀드는 분위기입니다.
김승원 자격 논란과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하나로 묶은 한동훈
자신에게 유리한 운동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 의원의 전략은 보완수사권 폐지 국면에서 두드러졌습니다. 그는 당시 민주당 의원들에게 수차례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한 공개토론 요청을 했습니다. 민주당이 토론에 응하지 않자 민주당 의원 161명 전원에게 자신이 개최하는 토론회 참석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보완수사권이 검찰개혁 논쟁의 핵심 의제인 만큼 자신의 정책적 강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부각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검사 시절부터 언론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온 한 의원은 언론이 좋아할만한 사안을 제기하는 데는 동물적인 촉수를 갖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김 후보자 공세에 전력을 기울이는 한 의원의 목표는 이 대통령입니다. 그는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와 함께 '공소취소' 논란을 정면으로 겨누는 모습입니다. 김 후보자 지명이 이 대통령이 공소취소를 성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을 거듭해서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 후보자의 자격 논란과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하나의 전선으로 묶은 셈입니다. 자신을 이 대통령과 맞서는 구도로 설정함으로써 이재명 정권과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사람은 한동훈이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숨기지 않습니다.
한 의원의 속내는 최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의 충돌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장 대표가 언론인터뷰에서 "한 의원과 연대하거나 함께 갈 생각이 없다"고 하자 한 의원은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지금 보수 내부의 싸움과 분열을 유도한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이어 "보수 지지자들은 단순히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이기는 것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장 대표의 대여투쟁 노선보다 자신의 공격력이 강하고, 보수 재건의 적임자 역시 자신이라는 점을 동시에 부각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김 후보자와 이 대통령에 대한 한 의원의 파상적 공세는 국민의힘 복당을 의식한 측면도 큽니다. 친한계에서는 "김 후보자를 막는 데 한 의원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당에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장 대표와 충돌하기보다는 한 의원의 존재감을 끌어올려 자연스럽게 보수 지지층에서 복당에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되도록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한 의원이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한 것도 한 의원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친한계는 반색하고 있습니다.
자가당착적인 무차별적 폭로
물론 법적인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김승원 후보자의 행동이 적절한 처신이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도덕적, 정무적 차원에서 납득할 만한 해명과 함께 사과도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당시 '윤석열 검찰'이 검사 11명을 투입해 3년 가까이 수사하다 뚜렷한 혐의를 찾지 못해 기소유예한 것을 보면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한 의원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무차별적인 폭로는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한 의원은 최근 무죄가 확정된 노웅래 전 의원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국회에 나와 "돈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녹음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게 여론재판을 주도한 한 의원이 노웅래 무죄에는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 후보자 공세도 '제2의 부스럭 사건'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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