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축산 업자가 특수 제작한 줄무늬 옷을 소에게 입혀 방제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TBS 뉴스 화면 캡쳐
그렇다면 일본인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각지에서 연구 분야에 종사하는 지인들에게 물었다.
먼저 키타사토 대학의 전임 강사 가와카미 코토미(38)씨는 '일본 연구자들의 연구 태도'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해당 대학은 '바나나 껍질의 마찰' 연구로 2014년 이그노벨상을 받은 마부치 기요시 명예 교수가 몸을 담았던 곳이기도 하다.
그는 "마부치 교수는 그의 전공인 인공관절의 마찰과 관련한 호기심에서 바나나 껍질이 왜 미끄러운지를 탐구했다"며 "내 주변만 해도 마부치 교수처럼 작은 호기심도 놓치지 않고, 끈기 있고 진지하게 연구에 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연구 태도가 수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가와카미씨는 일본인 연구자가 놓인 연구 환경에서도 이유를 찾았다. 그는 "지금 일본 연구 업계에서 대형 프로젝트는 연구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작은 테마라 할지라도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주제를 찾는 연구자들이 많다. 이 과정에서 독창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도 수상자 배출의 배경일지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흥미로운 의견도 있었다. 아오야마학원대 이공학부의 젠 슌고(39) 교수는 이그노벨상 수상이 초등학교의 방학 숙제인 '자유연구'와 연관성이 있다 말한다. '자유연구'는 아이 스스로가 주제를 정해 실험, 관찰한 결과를 문서로 정리하는 활동이다.
그는 "초등학생들의 자유연구는 아무리 사소한 질문이라도 연구 대상이 된다. 누구도 그건 연구가 아니라고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지하게 연구에 임하기만 하면 좋은 평가를 받고, 아이 스스로도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라고 했다.
이어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마치 초등학교 자유연구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자신만의 과학적 호기심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든 결과가 이그노벨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왜 그럴까?' 하는 작은 호기심을 놓지 않았던 연구자들의 집념에 새삼 격려의 박수를 보내게 됐다. 물음표의 크기는 작았을지 몰라도,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을 터다.
이들에게 이그노벨상 수상이 마치 초등학교 숙제 노트에 찍히는 '참 잘했어요' 도장처럼 따뜻한 격려가 되었기를 기대해 본다. 어쩌면 이 엉뚱하고 진지한 호기심들 속에서 훗날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날 저녁, 운노 교수의 이그노벨상 수상 소식을 함께 TV 뉴스로 보던 초등학생 아들이 제법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런 연구가 상을 받는다면 나도 받을 수 있겠는데?"
그 말에 "내년 방학 자유연구로 이그노벨상 수상을 노려보라"며 응수하자 아이는 피식 웃더니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사람들을 웃게 한 뒤, 생각하게 하라'는 이그노벨상의 모토가 그날 밤 우리 집 거실에서도 실현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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