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02 15:23최종 업데이트 26.09.0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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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월 17일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조국해방 81돌 경축 국립교예단 종합 교예공연'이 전날 평양교예극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국립교예단 관계자들과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날 진행된 체육문화 행사에도 참석해 수영과 다이빙 등 경기를 관람했다. 김 위원장의 교예공연·수영경기 관람에는 딸 주애와 부인 리설주 여사가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월 17일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조국해방 81돌 경축 국립교예단 종합 교예공연'이 전날 평양교예극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국립교예단 관계자들과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날 진행된 체육문화 행사에도 참석해 수영과 다이빙 등 경기를 관람했다. 김 위원장의 교예공연·수영경기 관람에는 딸 주애와 부인 리설주 여사가 동행했다.연합뉴스

김주애의 지위가 사실상 후계자 내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국가정보원의 보고가 이달 1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있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의 언론 브리핑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주애를 자주 노출시키는 것은 지도자로 각인시키기 위한 게 아닌가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나치 독일에 대한 소련의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 행사가 열린 2025년 5월 9일, 김주애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및 당·정 간부들과 러시아대사관을 공식 방문했다. 이날 김주애는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대사 옆에 앉았고 그와 귓속말도 나누었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하루 앞둔 같은 해 9월 2일, 김주애는 김정은과 함께 중국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기차에서 내릴 당시, 김주애는 최선희 외무상 같은 고위 인사들보다 앞에 있었다. 조선노동당 제9차 당대회(2026.2.20) 개회를 앞둔 지난 2월 12일의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김주애가 일부 국가시책에 대해 의견을 내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름이 '김주애'가 맞는지도 확인 안 돼

이처럼 김주애를 사실상의 후계자로 비치게 만드는 상황을 계속 연출하면서도, 북한은 김정은의 딸에게 공식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딸의 이름조차 공식적으로 거명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딸과 대중 사이에서 아직 '통성명'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북한 언론이 김정은의 딸을 실명으로 부른 사례는 없다. 김정은의 딸이 공식 석상에 처음 등장한 2022년 11월 9일, <조선중앙통신>은 그의 딸을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불렀다. 그 뒤 '존귀하신 자제분', '가장 사랑하는 따님', '존경하는 자제분', '자제분'으로 호칭을 바꾸는 일은 있었어도, 실명을 부른 적은 없다.

김주애라는 이름이 알려진 것도 북한 당국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에 의해서다. 2013년 9월 초에 북한을 방문한 로드먼은 그달 9일 <가디언>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의 아기인 주애(Ju-ae)를 안았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북한 당국이 그 이름이 맞다고 공식 확인을 해준 일은 없다. 김정은이 아기 이름을 종이에 써준 것은 아니므로, 로드먼이 '주해' 등등의 이름을 주애로 잘못 알아들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주애의 아버지인 김정은의 존재를 국제사회에 알린 인물은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다. 1947년 생인 후지모토 겐지는 2003년에 발행된 <김정일의 요리사>에서 고영희와 김정일 사이에 김정운이라는 아들이 있으며 이 아들이 유력한 후계자라고 말했다.

그 뒤 김정운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만, 2009년 9월 9일 자 <마이니치신문> 등에 의해 진짜 이름이 김정은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마이니치신문>은 "북한에서 입수한 내부 문건에 김 위원장 3남의 이름이 김정은으로 표기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선례를 감안하면, 북한이 김정은 딸의 이름을 공식 확인해준 것은 아니므로 그 이름이 김주애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해 이란의 협력자·중재자이자 걸림돌인 오만술탄국에서는 5년 전에 왕위 교체가 있었다. 1970년부터 50년간 재위한 카부스 빈 사이드 알사이드 술탄이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났다. 자녀가 없는 카부스 술탄의 후계자가 발표된 것은 그의 사망 직후다. 그가 밀봉해 둔 친서에는 사촌 동생인 하이탐이 차기 술탄으로 적혀 있었다.

청나라 전성기의 황제인 옹정제(재위 1722~1735)는 후계자 이름을 적은 문서를 밀봉한 뒤 따로 보관했다. 그가 죽은 뒤 봉함을 열어보니, 넷째아들인 애신각라 홍력(건륭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후계자로 보이는 인물의 실명을 최대한 늦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김주애 사례는 위 사례들과 유사한 면이 있다. 하지만 후계자로 비치는 인물을 공식 석상에 등장시키면서도 실명을 최대한 늦게 공개한다는 점에서는 위 사례들과 다르다. 하이탐과 건륭제는 전임자가 죽은 뒤에야 공식 활동을 개시했다.

북한은 왜 후계자 이름을 늦게 공개할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14일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조국해방(광복) 81주년을 맞아 대성산혁명열사릉과 항일혁명열사추모비를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월 15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14일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조국해방(광복) 81주년을 맞아 대성산혁명열사릉과 항일혁명열사추모비를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월 15일 보도했다.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일은 32세 때인 1974년에 북한 내부적으로 후계자 지위를 확보한 데 이어, 1980년 제6차 당대회를 계기로 대외적으로도 '포스트 김일성'의 위상을 갖게 됐다. 김정일의 얼굴이 대중에게 처음 공개된 것은 그해 10월의 <노동신문> 지면에서다. 김일성 후계자의 이름이 김정일이라는 것도 이 시기부터 북한 대중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1975년 8월 21일 자 <김일성종합대학 학보>에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라는 표현이 나온다. 하지만 일반 대중을 상대하는 매체에서 김일성 후계자가 김정일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김정일의 후계자 지위가 국내외적으로 공고해진 1980년부터다.

김정일과 비교할 때, 김정은의 실명은 훨씬 늦게 공개됐다. 26세 된 김정은의 이름이 북한 대중매체에 공개된 것은 김정일 사망(2011.12.17.) 1년 전인 2010년 9월 28일이다. 이날 김정은은 노동당 제3차 당대표자회의에서 후계자로 공식 등장했다. 김정은이라는 이름은 그때부터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를 통해 전파됐다.

그 이전에 김정은은 북한 매체에서 '청년대장', '김대장' 등의 명칭으로 등장했다. 김정일 후계자의 존재를 알릴 목적으로 2009년부터 보급된 '발걸음'이라는 노래에 "척척척척척 발걸음 우리 김대장 발걸음 / 2월의 정기 뿌리며 앞으로 척척척"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2월 16일생인 김정일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인물이 새로운 지도자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이 노래의 동영상에서는 '김대장'이라는 글자가 다른 글자보다 특별히 크게 찍혀 있다. 백두혈통을 타고난 김씨라는 특별한 존재가 다음 후계자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장치였다.

이처럼 북한은 김정일의 아들이 제3대 지도자가 될 것임을 예고하면서도 그의 실명 공개를 최대한 늦추며 그냥 '김대장'으로 처리했다. 현직 지도자의 자녀가 후계자로 보이도록 하면서도 북한 대중에게 그 자녀의 이름을 최대한 늦게 공개하는 방식은 김일성 집권기에 이어 김정일 집권기에도 있었던 일이다. 이것이 지금의 김정은 집권기에도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세습국가라는 점에서는 사실상의 왕조국가이지만, 공식적으로는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직 지도자의 자녀를 일찍부터 후계자로 지정해 두기가 곤란하다. 그렇게 하면 자국이 왕조국가임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사실상의 후계자를 공개하면서도 통성명만큼은 최대한 늦추는 방식은 그런 곤란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차기에도 김씨 혈통이 계속 집권할 것임을 예고하되 그것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음으로써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체의 훼손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그 같은 북한의 방식은 후계자의 입지를 강화해 주는 측면도 있다. 대중 앞에 노출시키면서도 이름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음으로써 후계자를 신비화시키는 효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후계자가 충분한 경험이나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할 때는 이 같은 신비주의가 경험·역량의 부족을 메워줄 수 있다.

북한의 방식은 최고지도자의 권력 누수를 막아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 후계자를 세운 듯이 하면서도 후계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방식은 후계자 교체의 여지를 남겨두는 측면이 있다. 이는 김정은이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기 전까지는 김주애 쪽으로 줄을 서는 것을 곤란하게 만든다.

북한 국체에 큰 손상을 입히지 않지 않는 가운데 김정은의 자녀를 신비화시키면서도 김정은의 권력누수를 막아줄 수 있는 방법이 지금처럼 김주애를 '존경하는 자제분' 등으로 호명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북한 지도부가 부자세습 혹은 부녀세습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낸다. 또 김정은의 자녀가 아직은 부족한 데가 많음을 지도부가 인식하고 있음을 노출한다. 지금의 김정은이 자신과 후계자의 양립 구도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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