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31 12:03ㅣ최종 업데이트 26.08.3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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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과창판에 상장한 '핀준레이저'는 40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6년 8월 과창판에 상장한 '핀준레이저'는 40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자료사진

2026년 8월 18일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창업판에서 상장한 한 기업이 공모가 186.88위안(약 3만 8300원)에서 개장 직후 1100위안(약 22만 5000원)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상승률 488%였습니다. 장중에는 1300위안(약 26만 6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청약 단위 500주를 배정받은 투자자라면 하루 만에 약 1억 1300만 원의 평가 차익을 손에 쥔 셈이었습니다. 이는 유니트리를 넘어 올해 A주 최고의 발행가를 기록했습니다.

그 종목의 이름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핀준레이저(Precilasers, 频准激光, 688826)입니다. 창업자 장레이(张磊)는 중국과학원 상하이 광학정밀기계연구소(上海光机所) 출신의 '85후(1985년 이후 출생자)' 박사입니다. 2017년 동료 연구원 세 명과 함께 회사를 세운 지 8년 만의 결과였습니다.


중국은 어떻게 과학자를 창업자로 만들고, 그 창업자를 국가 전략 기술의 주체로 키워내고 있을까요. 반면 왜 우리는 과학자들이 창업하면 연구직을 포기해야 할까요. 과학자들이 20년째 되풀이해 온 이 물음에 중국은 과학창업판이라는 제도적 생태계를 제시했고 한국은 2026년 역대 최대인 35조 5000억 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편성하고도 기술이전율은 3년 연속 내리막을 걸어 29%까지 내려앉았습니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핀준레이저'는 어떤 회사인가

1010?1015nm 협대역 선폭 레이저. 고출력·저잡음 툴륨 첨가 광섬유 증폭 및 배주파 기술을 기반으로, 1010~1015nm 범위 안에서 임의의 중심 파장에서 고출력 협선폭 레이저를 출력한다.
▲1010?1015nm 협대역 선폭 레이저. 고출력·저잡음 툴륨 첨가 광섬유 증폭 및 배주파 기술을 기반으로, 1010~1015nm 범위 안에서 임의의 중심 파장에서 고출력 협선폭 레이저를 출력한다. 자료사진

'핀준레이저'는 정밀 레이저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2017년 중국과학원 상하이 광학정밀기계연구소에 근무하던 장레이 박사가 같은 연구소 동료 세 명과 함께 상하이 작은 공장에서 시작했습니다. 창업 당시 팀의 평균 나이는 서른, 네 명 모두 박사 학위 소지자였습니다.

이들이 만든 것은 해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반도체 레이저나 티타늄 사파이어 레이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술 경로의 정밀 레이저였습니다. 2023년 1억 4800만 위안(약 303억 원)이던 매출은 2025년 4억 1800만 위안(약 857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연평균 68.2% 성장입니다. 2024년 글로벌 양자 기술 분야 레이저 시장 점유율은 9.21%,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16.85%로 국산 브랜드 1위에 올랐습니다.

양자컴퓨터의 '눈' — 이 레이저가 국가 전략 자산인 이유

핀준레이저의 제품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중국을 대표하는 양자컴퓨터 '주장(九章)'과 '주충즈(祖冲之)' 호의 광원(光源)으로 쓰였습니다. 양자컴퓨터의 눈에 해당하는 자리입니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고객 명단입니다.

하버드대학, MIT,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 Zurich) 등 세계 최고 연구실들이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합니다. 양자 정밀 측정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노벨 물리학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콜로라도대학의 예쥔(叶军, Jun Ye) 교수는 추천서에 이 회사의 고품질 제품이 첨단 연구의 진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적었습니다.

핀준레이저는 양자를 넘어 반도체로도 영역을 넓혔습니다. 웨이퍼 제조용 광원, 웨이퍼 양측정 및 검사, 웨이퍼 내부 절단용 레이저 등 미국과 일본이 오랫동안 독점해 온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냈습니다. 기술 경로는 '시드 레이저(seed laser) + 광섬유 증폭 + 비선형 주파수 변환 + 주파수 안정화'라는 독자 구조로 핵심 부품에서 전체 시스템까지 전 과정의 제어가 가능합니다. 중국이 병목이라 부르는 해외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세 가지 조건 — 무엇이 그를 창업으로 이끌었나

1986년생 과학자이자 '핀준레이저' 창업가인 장레이 박사.
▲1986년생 과학자이자 '핀준레이저' 창업가인 장레이 박사. 자료사진

장레이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뼈아팠습니다. 연구소 선배들이 해외 출장에서 하는 일이 학술 교류가 아니라 체크리스트에 적힌 해외 회사의 레이저를 빠짐없이 사 오는 것이었습니다. "국산 대체 제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이 씨앗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연구소 체제 안에서는 불가능했습니다. 창업 휴직과 겸직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2017년, 장레이는 안정적인 부연구원 자리를 내려놓고 연구실을 나섰습니다. "창업하면 연구직 포기"라는 한국 과학자들의 고민이 중국에서도 똑같이 존재했던 순간입니다. 다만 그는 그 앞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창업을 가능하게 한 조건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검증된 기술 자신감입니다. 장레이는 박사 과정에서 중국과학원 원장 특별상(2014)을 받았고, 그의 박사 논문은 2016년 전국 최초의 광공학 우수 박사 논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연구소에서도 국가 863계획과 청년과학기금 등 주요 과제를 주관했습니다.

둘째, 시장의 조기 신뢰입니다. 창업 직후 중국과학기술대학(中科大) 양자 연구팀이 1,064나노미터(nm) 레이저를 선주문하며 대금까지 미리 지급했습니다. 2년에 걸쳐 여섯 차례 시제품을 고쳐 만든 끝에, 고객은 "기대에 부응한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셋째, 과감한 결단입니다. 안정을 버리고 위험을 떠안는 선택이었습니다. 장레이는 "방향이 옳다는 것을 알았고, 남은 것은 시간 문제였다"고 회고합니다.

하루 만에 488% , 과학창업판이 던진 자본시장의 메시지

상하이 하이테크 인큐베이터 단지에 자리한 '핀준레이저' 사옥.
▲상하이 하이테크 인큐베이터 단지에 자리한 '핀준레이저' 사옥. 자료사진

2026년 8월 18일, 핀준레이저는 과학창업판에 상장했습니다. 발행가 186.88위안(약 3만 8300원)은 올해 A주 최고가였습니다. 개장 직후 488.61% 급등한 1100위안을 기록했고 장중 최고가는 1300위안, 종가는 1004.38위안(약 20만 6000원)이었습니다. 상장 열흘 뒤인 8월 28일 주가는 900.89위안(약 18만 5000원)으로 다소 조정받았지만, 시장은 이미 이 회사를 '양자·반도체 국산화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과학창업판의 상장 심사는 수익성이 아니라 기술성을 봅니다.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는 구조 덕분에 상장 직전 해인 2024년에야 흑자로 돌아선 핀준레이저 같은 기업도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중국 자본시장은 이미 '미래의 기술 패권'에 베팅하는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한국 공공연구기관 기술이전율 29%, 3년 연속 하락

이 즈음에서 한국의 현실은 살펴봅니다. 2024년 한국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이전율은 29%였습니다. 2021년 41%를 정점으로 32%, 30%, 29%로 3년 연속 내리막입니다. 부문별로는 공공연구소가 35%, 대학이 26%입니다. 대학은 2022년 이후 26~27% 구간에서 아예 멈춰 섰습니다. 여기서 기술이전율은 그해 새로 확보한 기술 가운데 실제로 이전된 기술의 비율을 뜻합니다. 열 건을 만들면 세 건이 겨우 연구실 밖으로 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기술이전 수입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2023년 2482억 원에서 2024년 2781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건수는 줄고 건당 단가는 올랐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질적 고도화'라 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소수의 대형 계약이 총액을 떠받치는 동안 연구 성과 전반이 시장으로 나가는 통로는 계속 좁아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총액이 버티는 것과 생태계가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창업 쪽 지표는 더 분명합니다. 출연연 창업 건수는 2020년 62건에서 2024년 25건으로 급감했습니다. 2022년부터 시행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적용으로 연구 성과를 활용한 창업이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고, 일부 기관에서는 창업 휴직 후 복직하는 연구자에게 창업 기업 지분을 처분하라고 요구하는 사례까지 나왔습니다. 창업하려면 지분을 내놓으라는 요구 앞에서 연구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창업 포기 아니면 사직이었습니다.

한국도 법을 고쳤지만 과기원·출연연 한정

한국의 기술 이전률과 수익 통계(2024년 기준).
▲한국의 기술 이전률과 수익 통계(2024년 기준). 자료이미지

올해 8월 한국 정부와 국회는 실제로 움직였습니다. 8월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대 과학기술원(KAIST·UNIST·GIST·DGIST) 간담회에서 학생 창업의 휴학 기간 제한을 폐지하고 교원 창업 휴직 기간을 기존 최대 3년에서 7년으로 늘리는 제도 개선안을 확정했습니다.

이 개선안은 9월부터 전면 적용됩니다. 학생 창업자는 총장 승인을 받으면 기간 제한 없이 휴학을 연장할 수 있고, KAIST는 4대 과기원 중 처음으로 재학 중 창업 활동을 정규 학점으로 인정하는 창업학점제를 도입합니다. 정부는 올해 4월 추가경정예산 398억 원을 투입해 KAIST에만 있던 창업원을 나머지 세 과기원에도 7월 중 신설했습니다.

8월 20일에는 법이 바뀌었습니다. 국회는 제438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법 등 개정안을 가결하고, 연구자가 소속 기관의 기술로 창업하거나 기업에 기술을 이전한 대가로 취득한 주식·지분·자본금에 대해서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2조 제6호 바목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다만 국가연구개발혁신법상 연구지원인력과 연구지원조직 소속 인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예외 범위를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 취지에 맞게 제한했습니다.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과출협)는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이 연구자들이 공직윤리와 이해충돌 방지 원칙을 지키면서도 연구성과 활용과 기술사업화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반을 마련했다며 환영했습니다.

분명한 진전입니다. 그동안 창업의 목을 조르던 두 개의 매듭인 시간 제약과 지분 규제가 동시에 풀렸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개혁에는 '과기원·출연연 한정'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일반 대학 교원과 그 밖의 공공연구소 연구자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기술이전율 26%에서 3년째 멈춰 선 쪽이 바로 대학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번 개혁이 정작 가장 막혀 있는 지점을 비껴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예산 구조도 그대로입니다. 2026년 정부 R&D 예산 35조 5000억 원은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전년 대비 5조 9000억 원, 19.9%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주요 R&D가 30조 5000억 원으로 85.3%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이 돈은 '연구를 하는 데'에 쓰이는 돈이지, '연구를 시장으로 내보내는 데'에 쓰이는 돈이 아닙니다. 35조 원을 연구실 지원금으로 쏟아붓고도 그 연구를 창업으로 잇는 마지막 1cm는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AI 강국을 위해서는 지원금을 넘어 자본 시장 생태계가 필요

중국은 '과학자 창업 → 기술 검증 → 시장 수요 충족 → 과학창업판 상장 → 국가 전략 기술 확보'라는 선순환 고리를 완성했습니다. 핀준레이저는 그 고리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살아 있는 증거입니다. 양자와 반도체라는 두 개의 병목 분야에서 동시에 국산화를 이뤄내고 그 제품을 세계 최고 연구실로 역수출하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한국이 8월에 손본 것은 '연구자가 나갈 수 있게 하는' 규제였습니다. 중국이 만든 것은 '나간 연구자가 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는 출구였습니다. 휴직 7년은 시간을 벌어줄 뿐 그 시간이 끝나는 지점에 무엇이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과창판은 그 지점에 상장이라는 목적지를 세워두었습니다. 이것이 규제 완화와 생태계 설계의 차이입니다."창업하면 연구직을 포기해야 하나?" 이 질문은 더 이상 과학자 개인의 고민이 아닙니다. 국가의 과제입니다. AI·양자·반도체라는 첨단 전략 기술의 패권이 걸린 시대에 한국은 연구실 과학자가 아니라 시장으로 뛰어드는 과학자를 길러내는 생태계에 자금을 넣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훌륭한 한국인 과학자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가가 된 사례가 있을까요. 기술의 힘은 연구실에서 만들어지지만 세상에 증명하는 곳은 시장입니다. 8월의 법 개정으로 문은 열렸습니다. 기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을 지닌 전문가들을 무대 중앙으로 세워야 합니다. 과학자를 창업가로, 창업가를 국가 경쟁력의 주체로 그 길은 제도의 방향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참고] 핀준레이저 (상하이) 홈페이지
https://www.precilasers.com/
덧붙이는 글 임선영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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