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4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수목원내 특별전시실에서 천연기념물 제197호 '크낙새'(왼쪽)와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천연기념물 제198호 '따오기' 등 희귀 조류 표본 68종 73점을 전시해 놓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대마도에 살던 무리 역시 일찍이 절멸했습니다만, 휴전선 이북의 북한에서는 크낙새를 '클락새'라 부르며 천연기념물 및 국가 보호종으로 지정해 적극적인 보전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북한은 황해북도 인산군, 평산군, 황해남도 봉천군 일대와 멸악산(해발 818m) 줄기의 남쪽 산림을 '크낙새 살이터(서식지)' 및 보호구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들은 오래된 고목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 크낙새가 둥지를 틀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어 온 곳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 서식지 내 나무 벌목을 엄격히 금지하고 인공 둥지를 설치하는 등 개체수 보전 노력을 이어오고 있으나, 전체 서식 규모는 황해도 일대에 겨우 몇십 마리 안팎으로 추정될 만큼 여전히 극도로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 역시 크낙새를 지키기 위해 일찍부터 노력했습니다. 1962년 국립수목원의 크낙새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제11호로 지정했고, 1968년에는 크낙새 종 자체를 천연기념물 제197호로 선포하여 보호했습니다. 현재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정작 우리가 그토록 보호하고자 했던 실체는 남한의 숲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뒤였습니다.
2008년에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약 9년에 걸쳐 실시한 천연기념물 조류 전국 서식 실태 조사는 그 사실을 냉정한 숫자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당시 지정된 천연기념물 조류 46종 가운데 44종은 전국 각지에서 최소 한 건 이상의 관찰 기록이 있었지만, 크낙새만큼은 조사 기간 내내 단 한 차례의 목격 보고도 없었습니다. 숫자로 따지면 '46분의 1'에 불과하지만, 그 하나의 빈칸이 남기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동물원에서 수많은 야생동물의 아픔을 치료하고 생사를 보살피는 수의사로서, 한 종의 사라짐은 단지 새 한 마리가 없어지는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크낙새가 오래된 고목에 구멍을 뚫고 떠나면, 그 둥지는 소형 조류나 다람쥐, 곤충 등 숲속 동물들의 귀중한 안식처가 되어 주었습니다.
크낙새라는 대형 딱따구리가 사라졌다는 것은, 녀석들이 의존하던 백 년 묵은 고목림과 산림 생태계의 축이 함께 무너졌음을 의미합니다. 둥지를 틀 고목이 사라진 숲은 외형상 푸르러 보일지 몰라도 생태적 깊이는 얕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야생 동물은 우리가 필요할 때 이용하고 버리는 자원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고 자연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대체 불가능한 유산입니다.
수의사의 눈으로 볼 때, 입원실에 누워 있는 야생동물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치료 약은 최첨단 의료 기술이 아닌 '원래 살던 건강한 자연환경'입니다. 아무리 시설이 좋은 동물원이나 인공 증식장이 있다고 한들, 넓은 숲속을 자유롭게 날아오르며 나무를 쪼던 크낙새의 야성을 완전히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야생동물에게 가장 완벽한 병원이자 안식처는 결국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생태계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크낙새는 이제 남한의 숲에서 영원히 날아가 버렸고, 북한의 일부 산림에서 겨우 그 위태로운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크낙 크낙" 하고 울리던 그 힘찬 소리는 이제 남한에서는 빛바랜 기록과 옛 녹음 파일 속에서나 들을 수 있는 과거의 유산이 되었습니다.
비록 광릉숲을 울리던 크낙새의 소리는 꺼졌지만, 그 빈자리가 남긴 깊은 울림이 우리 사회 전체의 생태 보호 의식으로 승화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만이 이미 우리 곁을 떠나간 고귀한 새, 크낙새에게 우리가 뒤늦게나마 건넬 수 있는 진심 어린 사과이자 약속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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