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덕후 스스로 외출하는 집고양이와 사람을 의지하지 않는 들고양이가 대상이라고 하고는 길고양이 급식 중단과 살처분을 주장했다.
새덕후 유튜브
그런데 한국의 도시는 아파트 문화이므로 미국, 호주, 뉴질랜드와 달리 대부분 캣맘들이 주는 사료에 의존하는 길고양이다. 도시에서는 뉴질랜드처럼 사람으로부터 먹이를 제공받지 않고 자연에서 온전히 새를 잡아먹고 살아가는 야생고양이를 찾기 힘든 것이다. 그럼에도 새덕후는 캣맘들의 사료에 의존하는 길고양이들의 급식 중단과 살처분을 외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제인 구달 박사도 고양이 살처분을 주장했다?
새덕후는 제인 구달 박사도 '고양이 살처분은 어쩔 수 없다' 했다며, 길고양이 살처분 주장을 합리화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제인 구달의 저서 <희망의 자연>을 찾아봤다.
제인 구달이 <희망의 자연> 제4부 '섬새들을 살리기 위한 투쟁'에서 "새들과 무방비한 새끼들을 보호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인구달의 '어쩔 수 없다'는 말엔 다음과 같은 전제 조건이 있었다.
"섬의 토착종들은 경쟁할 다른 초식 동물도, 그들을 잡아먹거나 짓밟는 육생 포식자도 없는 환경이었다. 잘 알려진 갈라파고스 섬의 새들과 같은 일부 조류들은 단 한번도 투쟁 혹은 도피 행동을 개발할 필요가, 다시 말해 두려워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었다. 그리하여 배를 타고 온 인간들에 의해 섬의 새들은 손쉬운 먹이가 되었고, 날지 못하는 도도는 잡혀 먹혀서 멸종에 이르렀다. 날지 못하는 카카포 역시 거의 그런 처지가 될 뻔했다"
제인 구달은 '갑자기 배를 타고 섬에 들어 온 인간뿐만 아니라 이들이 데려온 토끼와 염소와 쥐와 고양이가 날지 못하는 섬의 토착조류들을 멸종위기로 몰아가기에, 이들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침입종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날지도 못하는 희귀 토착종들의 멸종을 막기 위한 급박한 사정 때문이었다.
섬나라인 호주, 뉴질랜드와 한국과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제인 구달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한 새들은 날지 못하는 희귀 토착종들이었다. 그러나 새덕후의 촬영 장소가 홍도다. 뉴질랜드처럼 '섬'이라는 환경은 동일하지만, 홍도는 날지 못하는 토착 멸종위기종이 사는 곳이 아니다. 남쪽 나라와 대륙 사이의 수천km의 먼 하늘길을 날아가다 홍도에 잠시 쉬는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이다.
새덕후는 작은 섬의 새 피해를 보여주면서 대한민국 도시에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의 급식 중단과 살처분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도시에 살아가는 새는 제인 구달이 말한 날지 못하는 토착종이 더더욱 아니다. 대한민국 도시에 살아가는 새들은 외부 공격을 피하는 능력이 학습되어 있고, 비행 실력이 뛰어난 새들이다. 우리나라엔 날지 못해 고양이에게 희생되는 멸종위기의 토착 조류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된 지역으로 호랑이, 삵, 여우, 담비 등 다양한 육상 포식자가 존재해 왔고, 비행 능력이 없는 조류는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양이 급식 중단과 살처분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와 사실 관계가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엔 고양이로 인해 멸종위기로 내몰린 토착 조류 자체가 없다. 새덕후가 영상에서 보여준 새 몇 마리가 대한민국 새의 멸종 위기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홍도를 잠시 거쳐 가는 수십만 마리의 새들이 고양이로 인해 멸종될 염려는 전혀 없다.
홍도와 마라도처럼 고양이에 의한 새 피해가 발생하는 곳은 그 섬의 특징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 섬에서 발생하는 극히 일부 사진으로 전국 도시 고양이의 급식 중단과 살처분을 외친 새덕후의 주장은 심각한 왜곡이다.
연간 24억 마리가 희생된다?
새덕후의 주장을 동조하는 이들은 연간 평균 24억 마리의 새가 고양이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는 미국의 < The impact of free-ranging domestic cats on wildlife of the United States >라는 7쪽짜리 보고서의 통계를 살처분 근거로 내세운다. 환경부가 발표한 연간 800만 마리의 유리창 충돌사보다 고양이가 죽이는 새가 더 많을 거라는 것이다.

▲새덕후는 연간 평균 24억 마리 새가 죽는다고 미국의 보고서 통계를 인용해 고양이 살처분을 합리화했다.
새덕후 유튜브

▲새덕후가 인용한 24억 마리 피해 보고서를 찾아 참고문헌까지 다 살펴보았다. 이 보고서 통계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부풀려진 추정치에 불과했다.
The impact....
고양이에 의해 연간 24억 마리 새가 희생된다는 보고서의 참고 문헌까지 꼼꼼히 분석했다. 놀랍게도 한 건의 현장조사도 없는 짜깁기에 가까웠다. 고양이가 새를 많이 잡는다는 과거의 자료들을 취합해 고양이에 의한 새 피해 통계를 부풀린 추정치였다.
이 보고서 저자들은 고양이에 의한 새 피해 통계를 계산하기 위해 고양이를 길고양이와 외출하는 집고양이로 나누었다. 길고양이 포식률을 추정한 참고문헌들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상당수가 1930~1950년대 초에 조사된 자료들이었다. 당시의 통계를 2026년 대한민국 도시에서 캣맘들이 주는 사료를 먹고 살아가는 고양이에게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특히 1930~50년대 쓰인 보고서들이 조사한 지형의 특징도 하나하나 찾아보았다. ①메릴랜드주 파툭센트 연구 보호구역, ②텍사스 동중부 지역 ③캘리포니아 세크라멘토 밸리 등 모두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와 목초지들이다. 이곳은 낮은 덤불에 둥지를 트는 조류들이 고양이에게 쉽게 노출되는 곳이다. 고양이가 인간의 도움 없이 들의 새를 잡아먹고 야생화가 가능한 곳이다. 한국에 적용할 수 없는 통계다.
외출하는 집고양이의 포식률은 뉴욕주 올버니 파인 부시 보호구역(APBP) 주변 주택가의 고양이 12마리를 6~8월 3개월간 조사한 값을 1년 12개월로 환산한 추정치였다. 새들이 산란하고 새끼들이 날기 시작하는 3개월을 1년으로 계산한 것이다.
뉴욕주 올버니 파인 부시 보호구역(APBP)이 어떤 곳인지 살펴보았다. 듬성듬성 소나무가 서 있는 평지 덤불 지역이었다. 당연히 이곳에 사는 새들은 낮은 덤불에 둥지를 틀고 사는 새들이다.
연간 평균 24억 마리라는 통계는 미국의 도시와 사막과 같이, 지역별 서식지의 새 밀도 차이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해 만든 추정치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의 숫자만을 인용해 한국의 고양이들에게 새를 멸종시키는 침입종이라는 누명을 씌운 것이다.
반면 코넬 조류연구소와 미국 조류학회는 1970년 이후 50년 동안 북미대륙(미국과 캐나다)에서 30억 마리의 새가 사라졌다고 2019년 발표했다. 특히 50년 동안 30억 마리의 새가 사라진 주요 원인으로 서식지 훼손과 기후변화를 강조했다. 미국에서만 연간 24억 마리의 새를 고양이가 죽인다는 주장이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또한 미국 로욜라 대학교(Loyola University Chicago) 수학·통계학과의 데이터 전문가인 그레고리 J. 매튜스(Gregory J. Matthews) 교수는 '연간 24억 마리 희생' 보고서가 발표(2013년 1월)된 두 달 뒤인 2013년 3월, <"미국 야생 동물에 미치는 집고양이의 영향"이라는 논문에 사용된 통계적 방법론에 대한 검토>(A review of the statistical methods employed in the article "The impact of free-ranging domestic cats on wildlife of the United States")를 통해 24억 마리 통계가 심각한 오류라고 반박했다.

▲통계 전문가인 로욜라대학의 그레고리 J. 매튜스(Gregory J. Matthews) 교수는 고양이로 인해 연간 24억 마리 새가 죽임당한다는 통계가 잘못인 이유를 2013년 3월 발표했다.
그레고리 J. 매튜스(Gregory J. M)
고양이가 문제라고? 천만에
청둥오리와 도요새 등 1000여 마리의 철새들이 떼죽음 당했다. 지난 2008년 12월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였던 시화호 매립 과정에서 건설폐기물 사용에 의한 시멘트 독성이 흘러 나갔기 때문이다.

▲시화호를 찾아 온 철새들 1000마리가 떼죽음되었다. 시화호 매립 과정에 건설폐기물이 물에 녹아 강알칼리가 된 이유였다.
최종인
우리 곁에 새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단지 고양이 때문이 아니다.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였던 시화호와 새만금이 사라진 것처럼,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기후변화 등이 가장 큰 원인임을 조류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다.

▲새들이 찾아오는 곳임에도 개발을 위해 매립하고 있다. 새를 사라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서식지 파괴다.
최종인
날로 증가하는 유리 외벽 건축물이 연간 800만 마리 새를 죽인다고 환경부가 이미 밝힌 바 있다. 새덕후의 주장처럼 만약 고양이가 연간 800만 마리 이상의 유리창 충돌사 보다 더 많은 새를 죽인다면 우리 주변에서 그 증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청딱따구리와 흰배지빠귀가 유리창 충돌로 죽어가고 있다. 유리창 충돌로 죽는 새는 쉽게 발견되는데, 유리창 충돌보다 더 많은 새가 죽는다는 고양이에 의해 죽임당하는 새들은 흔적이 잘 발견되지 않는다.
최병성
동물들은 배설물에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흔적을 남긴다. 수달 배설물에는 물고기 가시와 비늘이 남아 있다. 삵의 배설물에는 털과 깃털이 보인다. 그런데 길고양이 배설물에는 새 깃털을 찾기 어렵다. 대부분 사료를 먹었기 때문이다.
▲수달 배설물엔 물고기 가시와 비늘이 들어있고, 삵 배설물엔 털이 들어있지만, 고양이 배설물은 사료만 먹었음을 보여준다.
최병성
새가 하늘을 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깃털이다. 작은 새 한 마리에 1500~3000개의 많은 깃털이 있다. 고양이가 새를 사냥하거나 잡아먹었다면 우리 주변에 그 많은 깃털 흔적을 쉽게 발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흔적을 쉽게 볼 수 없다.
▲새 한 마리에 수천 개의 크고 작은 깃털로 가득하다. 고양이가 새를 잡아 먹으면 깃털이 주변에 흩날리는 게 자주 보여야 한다.
최병성
고양이가 사라지면 국가가 지불해야 할 쥐떼 방역비가 급증한다
새덕후의 주장처럼 도시의 고양이를 모두 제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고양이를 제거한 해외 사례에서 쉽게 확인된다. 호주·뉴질랜드 등 섬나라에서 고양이에 의한 토착 조류의 피해가 극심했기에, 새를 보존하기 위해 고양이를 제거했다. 고양이가 사라지자 몸집까지 더 커진 쥐떼가 출몰하여 새알과 새를 잡아먹기 시작하며 고양이에 의한 것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섬에선 고양이를 제거하자 쥐떼들이 알바트로스 새끼의 살점을 뜯어 먹었다. 나아가 해외 많은 섬나라들이 고양이를 처리한 후 급증한 쥐떼를 잡기 위해 독극물을 살포하는 등 방역비로 많은 예산을 지불해야 했다.
거리를 배회하는 길고양이 덕에 국가가 막대한 쥐 방역비를 지불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골에 사는 이들은 고양이 덕에 땅콩 농사를 망치던 두더지가 사라졌고, 뱀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양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고양이에게 고마워할 일도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길고양이들은 스킨십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해주며 관계를 배우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혐오와 살처분이 아니라 길고양이와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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