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19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국민의힘 제공)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장동혁 대표의 '사당화' 욕심으로 혼돈에 빠진 가운데, 당 일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띄우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정점식 원내대표가 27일 열리는 의원 연찬회에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하는 등 영남권 주류 세력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을 당의 상징으로 내세울 수 없으니 박근혜를 보수 결집의 구심점으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분석과 함께 장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박 전 대통령 등판 여부가 장 대표 거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들의 박근혜 띄우기
국힘과 박 전 대통령의 접촉이 부쩍 잦아진 것은 6·3 지방선거 이후입니다. 이달 초 국힘 영남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해 울산에서 만찬 회동을 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 지원 유세를 해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최근의 복잡한 당 상황과 관련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근엔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연찬회에 참석해 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당 연찬회에 전직 대통령을 불러 연설해달라고 하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다양한 해석을 낳았습니다.
영남권 의원들의 박근혜 띄우기는 최근의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장 대표는 당협위원장 당원직선제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다선 의원들을 겨냥해 차기 총선 불출마론을 제기했습니다. 이를 신호탄으로 친장동혁계 원외정치인들이 잇따라 '중진 물갈이'를 주장하는 양상입니다.
그간 친장계의 공격은 장 대표 퇴진을 주장하는 친한계와 비주류를 향했는데, 지금은 친윤계 등 영남권 의원들로 비판 대상이 바뀌었습니다. 당내에선 친장계 정치인들이 2028년 총선에서 강성 지지층이 많은 영남권 입성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영남권 의원들이 선택한 게 박 전 대통령 등판 요구입니다. 아직도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영향력을 가진 박 전 대통령을 내세워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전략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 재편이 필요한 만큼 박 전 대통령이 구심점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도 있지만, 장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고도의 계산일 가능성이 큽니다. 국힘의 대주주격인 자신들이 여차하면 비주류가 주장하는 장 대표 퇴진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도 해석됩니다.
탄핵 당한 대통령이 보수 재건 구심점? 퇴행적인 '박근혜 마케팅'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왼쪽은 정점식 원내대표.
남소연
주목되는 건 박 전 대통령의 행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정 원내대표 요청에 즉답하지는 않았지만 연찬회 참석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주홍글씨에서 벗어나 정치적 명예회복을 바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가 "보수가 허물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선거 지원을 했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연찬회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보수진영의 구심점 역할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수 진영에서 비상계엄으로 탄핵당한 윤석열과 비교할 때 박근혜는 과도한 처벌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유념할 대목입니다.
장 대표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등판이 탐탁지 않은 상황입니다. 장 대표는 26일 취임 1주년에 맞춰 당쇄신안을 발표하는 등 드라이브를 걸 예정인데, 박 전 대통령이 연찬회에 참석하면 이목을 뺏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연찬회를 기점으로 강화된다면 '당원중심 정당'을 통해 장악력을 높이려는 장 대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됩니다. 박 전 대통령이 보수 재편의 구심점이 돼 장 대표 퇴진의 동력이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박 전 대통령을 다시 전면에 세우는 전략이 국힘에 득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당을 극우화한 것으로도 모자라 국힘을 당권파 일색으로 만들려는 만들려는 장 대표의 행태도 개탄스럽지만, 국민의 신뢰를 배반해 파면된 전직 대통령을 현실정치 한복판에 부르려는 것도 시대착오적 행태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의 등판이 중도층 확장에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정치적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퇴행적인 '박근혜 마케팅'이나 장동혁의 무리한 사당화 욕심이나 보수 재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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