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열린 2026 세계로봇대회 WRC. 다중팔 로봇, 로봇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로봇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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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C 2026 현장의 화두는 '시나리오', 즉 실제 활용처였습니다. 이제 관심은 춤을 추고 손수건을 던지는 쇼가 아니라 공장과 가정에서 진짜 '일'을 하는 로봇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왕싱싱은 이 자리에서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그의 강연 제목은 '전시품에서 제품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다음 10년'이었습니다. 20분 동안 그는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현실의 문제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로봇이 가정에 들어오기까지는 빠르면 2~3년, 늦으면 5~10년이 걸릴 것입니다."
그가 짚은 것은 '마지막 몇 센티미터'의 문제였습니다. 로봇이 물건을 집으려 할 때 AI 모델은 정확한 위치를 계산해내지만, 현실에서는 테이블이 1cm만 밀려 있어도, 물건의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작업이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로봇의 가장 큰 병목은 AI 모델의 입력과 출력이 충분히 정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미세한 오차를 극복하느냐 마느냐가 '전시품'과 '제품'을 가르는 갈림길입니다.
그는 이 임계점을 '피지컬AI의 ChatGPT 순간'이라고 불렀습니다. 로봇이 처음 보는 낯선 환경에서 언어 명령 하나로 전체 작업의 80%를 80%의 성공률로 해내는 그 순간, 비로소 산업의 대전환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로봇은 아직 '댄서'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일꾼'으로 변모할 것입니다.
투자자는 사람을 보고, 창업자는 야근하며, 정책은 확장한다
이제 중국 로봇 산업을 움직이는 세 개의 축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첫째, 투자자의 시선입니다. 세쿼이아차이나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2019년에 왕싱싱이라는 '사람'을 보았고, 7년 동안 인내하며 투자를 이어갔습니다. 리옌난 이사의 말처럼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70%가 감(感)"입니다. 그들은 단기 차익보다 창업자의 비전과 실행력을 믿었고, 그 믿음이 오늘의 유니트리를 만들었습니다. 투자자가 단순한 자본 공급자를 넘어 산업의 조력자로 설 때 비로소 혁신이 꽃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둘째,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의 몸부림입니다. 왕싱싱은 이제 '90년대생(90後) 최고 부호'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그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상장 이튿날에도 그는 WRC 무대에 서서 "로봇은 아직 멀었다"고 고백했고, 그날 밤에도 사무실 불은 켜져 있었을 것입니다. 세쿼이아차이나는 그를 '아웃라이어'라 평가했지만, 그 예외성은 결국 매일의 야근과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소한 반복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부자가 되어도 야근하는 사람 — 그것이 중국 로봇 산업에서 보이는 진짜 창업자상(像)입니다.
셋째, 정책의 지속적인 확장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휴머노이드 로봇 육성 정책을 내놓았고, 2026년 상반기 기준 피지컬AI 분야에 몰린 투자금만 93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배 늘었습니다. WRC 2026의 화두가 '시나리오'와 'ROI'였던 것처럼, 정책의 무게중심 역시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단순한 보조금 지원이 아니라 수요 창출과 인프라 구축을 아우르는 전면적 산업화 전략입니다.
거품이 걷힌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
돌아보면 유니트리의 이야기는 중국 로봇 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축소판입니다. 상장 당일의 폭등과 이틀 뒤의 폭락은 시장의 열정과 냉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왕싱싱이 WRC 무대에서 고백한 '마지막 몇 센티미터'의 문제는, 기술의 벽을 넘는 데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세쿼이아차이나가 7년을 기다린 것은 단기 차익이 아니라 장기적 가치를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로봇 산업은 7년 만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또 다른 '왕싱싱'을 찾아 헤매고, 엔지니어 겸 창업자들은 부호가 된 뒤에도 매일 야근하며 기술의 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정책은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배포와 상용화를 향한 5년에서 10년의 중장기 정책이 타임라인에 맞추어 누락 없이 진행 중입니다.
이로서 미래는 예견됩니다. 빠르면 2~3년, 늦으면 5~10년. 왕싱싱이 제시한 그 시간표대로 언젠가 로봇이 우리의 가정과 산업 현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날이 올 것입니다.
중국 로봇 산업의 진면목은 상장 이슈나 행사 부스에 있지 않습니다. 진짜 실체는 7년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하는 자본, 정권과 경기 사이클에 흔들리지 않고 방향을 유지하는 정책의 지속성, 그리고 단기 엑시트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창업자 정신. 이 세 가지가 한데 모여 불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 — 그것이 지금 중국 로봇 산업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