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2전시관 9A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서울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며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성호
이번 전당대회는 왜 이렇게까지 과열되었을까. 왜 민주당 정치인들은 이정도로 세게 맞붙었을까. 일각에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뽑힌 지도부가 원만하게 임기를 이어간다면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실상 공천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그리고 나는 그 분석에 동의한다. 국회의원이 선거에서 다시 당선되어 새로운 임기를 보장받고 정치적 생명을 이어 나가는 그 첫 단계에 공천이 있다. 여기에서 탈락하면 적어도 그 선거에서는 미래가 없거나, 아니면 탈당을 한 후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다가 다시 복당하는 훨씬 더 험난하고 가능성이 낮은 우회로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건 공천에선 당 지도부와 조금이라도 친밀하거나 합이 맞는 사람이 유리할 것이란 점이다. 즉 당권을 쥔 계파에 속해 있는 사람 말이다. 사실 원론적인 차원에서 이야기를 해서 이렇지 실제 역사를 보면 현실은 더 노골적이다. 총선을 포함하여 전국 단위의 선거를 앞두고 언론에 '공천 학살(개인적으로 '학살'이라는 단어를 이런데 쓰는 게 괜찮은지 의문이다)'라는 단어는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우리는 특정 계파에 속한 정치인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꽤나 자주 지켜봐 왔다.
국회의원의 '자리싸움'이 나쁘기만 한 걸까
말하자면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소속 의원들의 다음 임기가 걸린 행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언론도 누가 대표의 자리에 오르고 최고위원에 어떤 계파의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가느냐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이게 소위 '밥그릇 싸움'이자 '배지라는 권력을 향한 이전투구'였느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내 의견은 조금 다르다.
이들의 치열한 대결에 자리가 걸린 건 맞지만, 더 중요한 건 왜 그 자리를 원하는지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으로서 가지는 특권과 사익 혹은 직업인으로서 단순한 생명 연장이 목표라면 그건 문제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평생의 개혁 과제를 이루기 위해 그렇게 간절히 국회의원이 되길 원한다면 이걸 단순히 '자리 싸움'이라고 비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치인에게 권력의지가 약하다는 게 딱히 장점인지도 모르겠다. 의원 자리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 그럼 뭘 할 수 있는가.
다시 정리하자면 공천과 다음 임기를 향한 계파 간 힘겨루기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발생했다고 해도 그것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내용이다. 왜 대표가 되고 싶은가. 왜 최고위원이 되고 싶은가. 다음 총선을 맞이할 당의 지도부에 왜 있고 싶은가. 그 정도의 힘을 가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민주당이 어떤 사람들과 함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정치인들이 이런 내용의 이야기로 서로의 경쟁력을 겨뤄야 하는 건, 이것들이 모두 민주당 당원을 넘어 다른 국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이 이야기들에는 극도로 공적인 가치가 담겨있어야 한다. 집권 여당의 지도부가 되겠다면 그런 가치를 향한 비전과 의지를 보여주며 선택 받아야 마땅했다.
이제 민주당이 보여줘야할 모습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지난 19일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부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19
연합뉴스
하지만 서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민주당의 이번 전당대회에선 이런 이야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예 안 한 것은 아니겠으나 원색적인 비방과 자극적인 의혹 제기, 몇몇 기행들이 이슈를 완전히 장악해버렸다. 물론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완벽한 페어플레이만 할 수는 없다. 때로는 경쟁자를 깎아내리고 '내가 더 낫다'를 외치며 선택받고 싶을 수도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인간이 원래 그런 존재일지라도, 전당대회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과열되거나 공적인 가치가 퇴색될 때 이를 자정하고 성찰하는 능력이 정당 안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풀어야 할 많은 과제들을 발견했고, 그 중 하나가 당 자체의 자성과 자정능력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신임 김민석 대표는 다시금 '원팀'을 외치며 통합을 강조했다고 한다. 당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선출과 관련하여 잡음이 있긴 했지만 일단 겉으로 보기에 민주당 지도부도 소위 허니문 기간을 이어갈 듯하다. 그러나 단순히 민주당 정치인들이 서로 싸우지 말고 잘 지내기만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이전과 같은 비방과 난타전, '오직 권력만을 위한 권력 싸움'처럼 보이는 소모적 분쟁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지금 한국에는 정치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경쟁을 하든 아니면 모두가 머리를 모아 협동을 하든 방식은 자유다. 이 문제들을 해결해 달라. 적어도 희망적 대안을 제안해 달라. 이를 통해 정치인으로서 경쟁력을 보여달라. 나는 그렇게 만들어진 국민들의 강한 신뢰가 어떤 계파에 속했느냐보다도 다음 임기를 향한 가장 단단한 교두보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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