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02 15:07최종 업데이트 26.09.0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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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도시의 쓰레기 배출·수거·재활용 시스템을 취재하여 각국의 실질적인 자원순환 체계와 시민 부담 방식을 진단하고 국내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대안과 시사점을 모색한다.[편집자말]
2015년 4월 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의사당 잔디밭에서 텍사스주 교통부가 쓰레기 투기 방지 캠페인의 홍보용 소품으로 사용한 커다란 쓰레기 덩어리를 노동자들이 치우고 있다.
2015년 4월 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의사당 잔디밭에서 텍사스주 교통부가 쓰레기 투기 방지 캠페인의 홍보용 소품으로 사용한 커다란 쓰레기 덩어리를 노동자들이 치우고 있다. AP 연합뉴스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도 어색해진 미국살이 23년 차에 아직 버리지 못하는 한국식 습관이 있다. 쓰레기 분류다. 여기선 음식쓰레기를 지정한 곳에 모으지 않아도 되고, 귀찮게 날짜에 맞춰 경비실 앞으로 재활용품을 가져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하지만 편함 속에서도 죄책감은 항상 남는다. "이걸 이대로 버린다고?"

한국이 종량제 봉투를 사용한다면, 미국은 주택의 경우 바퀴 달린 대형 쓰레기통을 사용한다. 주택으로 이사하면 폐기물처리와 재활용을 취급하는 업체에 가입하게 되며, 등록을 마치면 색깔이 다른 대형 쓰레기통 2개를 준다. 하나는 일반 쓰레기용(약 360리터), 다른 하나는 재활용 쓰레기용(약 250리터)이다.


텍사스주에는 용기보증금환급제도가 없으므로 재활용 수거통에는 종류 구분 없이 한 번에 플라스틱과 종이, 캔, 유리병 등을 라벨을 제거하지 않고 한꺼번에 보관한다. 수거날에 맞춰 쓰레기를 채워 집 앞 도로에 두면 주 1회 정해진 날짜에 차량이 와서 수거해 간다. 처리 비용은 분기별로 77달러 정도(약 11만 원)다.

수수료가 부과되는 경우는 두 가지이다. 우선은 쓰레기통 뚜껑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양이 많은 경우이다. 그렇지만 마당에서 잘라낸 나무는 끈으로 잘 묶어 두면 그만이고, 낙엽은 낙엽포대에만 잘 담아 두면 추가 요금 없이 말끔히 수거된다.

두 번째로 재활용 쓰레기통에 일반 쓰레기를 잘못 넣을 경우 오염물질 위반으로 수수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수거 과정에서 위반 사항이 수거 작업자의 눈이나 차량에 달린 CCTV로 감시가 이루어진다고 안내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아파트나 공동주택 거주자들은 더 쉽다. 언제든 단지 내 곳곳에 있는 쓰레기수거통에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해 던져 넣으면 끝이다. 비용은 아파트 관리비에서 매월 빠져나간다. 최근에는 사설 수거업체와 계약해 쓰레기통을 집 앞에 두면 주 5일 방문 수거하는 아파트 단지가 많아졌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수고를 더는 비용은 매월 35달러선(5만 원)이다.

버리는 건 편하고 처리는 힘들고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시의 한 공동주택에 재활용 수거함과 일반쓰레기 수거함이 놓여 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시의 한 공동주택에 재활용 수거함과 일반쓰레기 수거함이 놓여 있다.이영훈

음식물 처리 난이도에서는 더 극단적인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는 보관이 쉽지 않고 역한 냄새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고역이지만 텍사스는 싱크대 아래 설치된 분쇄기로 음식물을 갈아 그대로 하수관으로 보내는 것이 전부다. 전용 쓰레기봉투나 수거함도 없다.

다만 분쇄가 잘 안되는 음식물은 분쇄기 고장을 막기 위해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리고 만다. 음식물 쓰레기가 대부분 재활용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의 차이를 두지 않는 셈이다.

만약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다면 어떨까? 굳이 장례를 원하지 않는다면 거주하는 시에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어 비닐봉지에 담아 집 앞에 놔두면 수거된다. 댈러스시의 경우 45kg 이하의 소형 동물이면 무료, 그 이상이면 125달러(약 17만 원)가 수도 요금에 더해진다.

대형폐기물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댈러스는 매월 한 번 10큐빅야드(7.65세제곱미터, 대략 방 한 칸에 들어가는 가구 전체의 크기) 크기를, 만약 그보다 크다면 1년에 한 번 20큐빅야드 크기만큼의 폐기물을 무료로 버릴 수 있다. 그 이상의 경우 5큐빅야드당 60달러(8만 원)의 수수료가 수도 요금에 부과된다.

전자제품은 환경오염과 재활용을 위해 일반 쓰레기로 수거될 수 없고 시에서 지정한 재활용센터나 폐기물 센터에서 무료로 버릴 수 있다. 여의치 않으면 배터리 및 전구를 포함, 대형 가전 판매장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무료로 수거해 가도록 하면 된다.

한국의 재활용 분리 과정이 자발적(이자 강제적)이고 세분화된 것에 반해 미국 대다수의 주는 편하게 단일 통로로 버리고 뒤에서 알아서 처리하는 싱글 스트림(Single-Stream)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종이, 플라스틱, 캔, 유리 등을 한 통에 담은 재활용 쓰레기들은 일괄 수거되어 재료회수시설로 옮겨지고 자동과 수동이 혼합된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수거 트럭이 쏟아 낸 재활용 쓰레기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한다. 회전 스크린이나 진동판을 통해 박스, 종이류가 먼저 위로 떠올라 1차로 분류되면 여기에 사람 손이 더해진다. 선별라인 사이에 있는 작업자들이 컨베이어 벨트 양옆에 서서 빠르게 지나가는 쓰레기를 손으로 하나하나 솎아 내는 과정이다. 이 작업에서는 기계 롤러에 감겨 고장을 일으키지 않도록 옷이나 끈, 비닐봉지를 제거하고 음식물이 그대로 남은 용기 등 재활용되지 않는 일반 쓰레기를 빠르게 골라내야 하는 고된 현장 노동이 있다.

이 단계를 마치면 철이나 고철 캔은 자석으로 끌어올리고 알루미늄 캔에 자성을 띠게 하여 튕겨내며 플라스틱 재질을 광학 선별기로 분류해 공기압축기로 불어내는 방식으로 2차 선별 과정을 거치게 된다.

모든 과정을 마친 재활용품은 압축 블록 형태로 재활용 소재 매입업체나 재가공공장으로 판매된다. 재활용이 아니라 일반 쓰레기통으로 배출된 쓰레기는 환적장에서 위험물을 골라낸 후 최종목적지인 매립지로 향한다. 텍사스는 매립 비용이 저렴하고 대기오염 규제가 엄격해 소각장이 거의 없다.

땅 넓으니 묻으면 그만?

미국 텍사스주 덴튼시는 일일 폐기물 처리 증가와 인근 댈러스-포트워스 매립지 폐쇄 임박에 따라 지속 가능한 폐기물 관리를 위해 매립지를 확장했다.
미국 텍사스주 덴튼시는 일일 폐기물 처리 증가와 인근 댈러스-포트워스 매립지 폐쇄 임박에 따라 지속 가능한 폐기물 관리를 위해 매립지를 확장했다.파크힐

면적이 남한의 7배에 달하는 텍사스지만 시름은 깊다. 2024년 텍사스 환경품질위원회 데이터에 따르면 북중부 텍사스 지역은 주 전체 쓰레기 배출량의 약 29%를 차지해 텍사스 내 매립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 전부터 텍사스가 인기를 얻는 추세라 매년 다른 주에서 수십만 명의 인구가 유입되면서 폐기물 배출량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텍사스 내 기존 22개의 매립지는 37년 안에 수명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텍사스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매립지의 높이를 더 올리고 면적을 더 확장하여 매립지 수명을 늘리는 허가안을 승인했다. 그렇지만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들은 악취, 먼지, 오수 유출과 지하수 오염을 우려하여 정식 청문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2021~2022년에는 텍사스 환경을 위한 캠페인(TCE)을 포함한 텍사스 환경단체 40여 개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텍사스환경품질위원회(TCEQ)의 허가 심사 방식을 비판하며 주정부 차원의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흑인과 히스패닉 주민 비중이 높은 지역에 매립지가 위치하자 "북댈러스의 쓰레기가 왜 남댈러스에 매립되는가"라는 환경적 불평등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또한 실제 매립지와 매립지 소유권이 다를 경우 매립에 따른 소득을 누가 어떻게 가져가느냐 하는 소득 구조의 갈등도 나타났다.

미국환경청에 따르면, '싱글 스트림' 제도에서는 재활용품 오염률이 높아 재활용품 4개 가운데 1개가 오염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높아져 재활용품이 완전히 분류되지 못하고 매립지로 가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만약 재활용 쓰레기와 마시던 음료수가 같은 통에 던져진다면? 해당 재활용품 전체가 오염물로 지정되어 일반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주에서는 수거원들이 오염 품목을 발견한 경우 태그를 붙여 수거를 거부하거나 비영리단체의 캠페인 등을 통해 일부 오염률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북미고체폐기물협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홍보 교육을 통해 잘 모르던 계층이 우수 배출자가 되는 비율이 기존 39%에서 50%로 증가했다.

그렇지만 이 단체는 수동적 홍보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보고 수거 거부와 과태료 부과 등 강제적 현장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텍사스가 뒤늦게 지적한 한계를 한국은 오래전부터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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