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오후 세종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과징금 강화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입법 추진 등 공정거래 정책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성호
주 위원장의 시선은 전통적인 재벌 문제에만 머물지 않았다. 쿠팡과 배달의민족,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이 시장에서 갖는 새로운 힘도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규율해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플랫폼의 핵심 자산인 알고리즘도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알고리즘 자체에 대해서 기술적인 부분까지 저희가 들여다볼 수 있다"면서" 기업 영업비밀을 보장하면서 자료의 비밀준수 의무를 부여해서 들여다볼 수 있다"고 했다. 검색 결과에서 자사 상품을 경쟁업체 상품보다 위에 올려놓는 '자사우대', 알고리즘을 이용해 담합과 비슷한 가격을 만들어내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주 위원장은 입점업체에 '다른 플랫폼에서는 우리보다 싸게 팔지 말라'고 요구하는 이른바 '최혜대우 요구'도 문제 삼았다.
"다른 플랫폼에서 판매가격을 우리 플랫폼보다 더 낮게 하지 마라, 거래조건을 우리 플랫폼보다 더 좋게 제시하지 말라고 입점업체에 강요하는 행태들이 상당히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어요. 이건 상당히 플랫폼이라는 환경을 악용하는 경쟁질서 침해 행위입니다."
문제는 아직 법적으로 갖춰지지 못한 부분이다.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플랫폼에 특화된 경쟁법 체계를 만들어 왔지만 한국은 아직 미비하다는 것이다. 주 위원장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과 기존 공정거래법 개정 가운데 어느 쪽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둘 다 해야죠"라고 잘라 말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은 입점업체의 대금을 제때 지급하도록 하는 등 플랫폼과 거래하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했다. 반면 거대 플랫폼의 자사 우대나 최혜대우 요구,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은 공정거래법을 통해 규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문제 삼는 쿠팡? "똑같은 기준, 똑같은 잣대"
자연스럽게 쿠팡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미국에서 한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와 쿠팡 관련 공정위 조사를 둘러싸고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쿠팡 문제가 한미 통상 문제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 묻자 주 위원장의 답변은 분명했다.
"저희는 어쨌든 한국 국가 내에서 법을 집행할 때 해외 기업이기 때문에 차별하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똑같은 기준으로, 똑같은 잣대로 비차별적으로 집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는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지정제도를 놓고는 국내 대기업 쪽에서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더 많다고 했다. 쿠팡에 대해서도 "차별적인 대우가 없도록 최대한 배려해서 피심인의 방어권을 존중하면서 집행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 경쟁당국과의 소통 상황도 공개했다. 공정위와 미국 경쟁당국 사이에는 MOU가 체결돼 있고, 국제회의와 양자회담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의미 있는 말을 덧붙였다.
"경쟁법 집행은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규제의 문법이 작동하는 영역이에요. 저희가 미국 기업을 규제할 때는 미국 경쟁당국인 FTC와 법무부(DOJ)에 규제와 관련된 결정과 절차를 단계별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요. 상시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 제기는 없었습니다."
주 위원장은 "모든 나라가 비차별적으로 글로벌 기업을 다뤄야 한다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이미 확립돼 있는 분야"라고 했다. 쿠팡이 미국 기업이냐 한국 기업이냐가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 어떤 행위를 했고, 그 행위가 경쟁을 제한했느냐를 같은 잣대로 판단하겠다는 얘기다.
그와의 대화는 1시간 30분을 훌쩍 넘었다. 이날 오후 서울 일정 때문에 열차 시간이 임박해 왔다. 인터뷰 막바지, 어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주 위원장이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긴 답 가운데 하나를 내놨다. 그동안의 공정거래와 관련 법령과 규제를 염두에 둔 듯 했다.
"약자에게 강한 법, 강자에게 약한 법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만연했던 경제적 강자들의 독과점력 남용, 착취 남용, 갑질 남용에 대해서 철저하게 판정을 하고 엄정한 제재를 가해서, 더 이상 경제적 강자들이 한국 시장 안에서 약자를 착취하는 것으로 기업 성장의 동력을 만들려고 하지 않고 본업에 투자하고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매진하도록 하는 시장 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는 총수의 힘보다 전문성과 책임성이 작동하는 지배구조를 주문했다. 쿠팡과 네이버, 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에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뒤에 숨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시에 경제적 약자에게는 최소한의 협상력과 안전장치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주병기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시장의 그림이 그려졌다. 강한 기업을 억지로 약하게 만드는 시장이 아니다. 강한 기업이 '특권'과 '반칙'이 아니라 기술과 투자, 혁신으로 더 강해지는 시장,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제적 약자가 일방적으로 희생되지 않는 시장이다.
그것이 학자 주병기가 공정거래위원장이라는 '플레이어'가 된 뒤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시장의 모습이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오후 세종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과징금 강화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입법 추진 등 공정거래 정책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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