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21 16:39최종 업데이트 26.08.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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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매력은 단순한 외모나 화제성만으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어떤 장면에서 어떤 태도가 드러나는지, 그 순간들이 인물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능, 영화, 드라마,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 속 인물을 하나씩 살펴보며 그 사람이 왜 지금 호감을 얻고 있는지, 그리고 그 매력이 어떤 순간에 드러나는지를 관찰해 봅니다.[편집자말]
"죽느냐 사느냐… 나 진짜 모르겠다."

대학입시 실기시험장에서, 셰익스피어 <햄릿>의 유명한 독백을 김대명은 이렇게 연기했다고 한다. 비장하게 외쳐야 할 대사를 정말 답을 모르겠다는 사람처럼 툭 던진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무도 그렇게 말 안 하잖아요."

유튜브 채널 <요정식탁>에 출연한 김대명.
유튜브 채널 <요정식탁>에 출연한 김대명.유튜브

지난 7월 19일 유튜브 콘텐츠 〈요정식탁〉에 출연한 김대명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웃었다. 입시에서 요구하는 틀에 박힌 연기를 하는 것이 싫었다고 했다. 대사를 멋있게 전달하는 것보다, 그 인물이 실제로 살아 있다면 정말 어떻게 말할지를 먼저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그렇게 4수까지 했다. 그러다 5수째에는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 싶어 입시가 원하는 방식과 조금 타협했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간 뒤 다시 자신의 방식대로 연기했더니 이번에는 "주관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시에서는 단점이었던 것이 학교에서는 장점이 된 셈이다.

김대명은 이 이야기를 자신의 신념이 옳았다는 성공담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떨어졌다"고 웃으며 말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연기처럼 보이는 것'보다 '진짜 우리 곁에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김대명 연기를 보며 '핍진성'을 떠올리다

김대명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핍진성(逼眞性,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을 때 객관적인 관측자가 진실에 가깝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진짜에 가까워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정말 저런 사람이 있을 것 같은 느낌, 배우의 연기를 보고 있다기보다 현실에서 어디선가 본 사람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우리에게 건네주는 사람.

김대명의 이름을 알린 tvN 드라마 〈미생〉에서 그가 연기한 김동식 대리는 어느 회사에나 한 명쯤 있을 법한 직장인이었다. 서울스퀘어에서 촬영하던 당시, 사원증을 목에 걸고 지하 카페를 찾았더니 직원 할인을 받았다고 한다. 드라마가 방송된 뒤에는 "어머, 직원이 아니라 배우셨어요?"라는 질문까지 들었다. 정말 인근의 직장인처럼 보였던 것이다.

김대명은 특별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보다 평범한 사람을 그 사람답게 보이도록 만드는 데 강한 배우다. 그러려면 연기하기에 앞서 그 사람이 어떻게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할지를 오래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인물이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양석형일 것이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관련 이미지.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관련 이미지.tvN

산부인과 교수 양석형은 흔히 드라마에서 주인공에게 기대하는 매력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말수가 적고 표현도 서툴다. 사람들과 쉽게 가까워지지도 않는다. 연애 상대라기보다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해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많은 시청자들이 양석형을 좋아했다. 극 중 추민하(안은진 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팬들이 '곰곰 커플'이라 불렀던 두 사람의 관계에는 거창한 이벤트도, 달콤한 말도 많지 않았다. 추민하가 석형에게 끌린 이유는 오히려 그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있었던 것 같다.

유산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산모에게 석형은 섣불리 "괜찮다"고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왜 산모의 잘못이 아닌지를 의학적인 사실에 근거해 차분히 설명한다. 드라마 속 '멋진 의사'가 할 법한 위로라기보다, 정말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해줄 법한 말이다. 김대명이 연기하는 양석형도 그렇다. 보고 있으면 정말 저런 의사가 있을 것 같다.

〈미생〉에서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김대명은 관객을 감동시키기에 앞서 인물을 믿게 만든다. 그 믿음은 선한 역할에서만 통하는 것도 아니었다.

김대명의 두 얼굴

 KBS2 드라마 〈결혼의 완성〉 관련 이미지.
KBS2 드라마 〈결혼의 완성〉 관련 이미지. KBS2

지난 8월 9일 종영한 KBS2 드라마 〈결혼의 완성〉에서 김대명은 납치와 살인을 저지르는 노만희를 연기했다. 〈미생〉의 김동식 대리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양석형으로 익숙했던 둥글둥글한 얼굴의 김대명이 잔혹한 범죄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노만희가 무서웠던 이유는 김대명이 지금까지 보여준 얼굴과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겉으로 보이는 노만희는 동네에서 컴퓨터 학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남자다. 동네 사람에게 서글서글하게 웃고, 부탁을 받으면 컴퓨터도 고쳐준다. 하지만 그 평범한 얼굴 뒤에는 사람을 납치하고 죽이는 범죄자의 모습이 숨어 있다.

김대명은 이 두 얼굴의 간극을 과장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오갔다. 그래서 노만희는 '악당처럼 생긴 악당'보다 훨씬 무서웠다. 어딘가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의 완성〉 종영 후에도 그의 연기는 '내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범죄자일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공포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대명이 만들어내는 '그럴 것 같은 사람'의 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회사에 있을 법한 김동식 대리도, 병원에서 만날 법한 양석형 교수도, 평범한 얼굴을 하고 우리 곁에 숨어 있을 것 같은 노만희도 결국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 캐릭터를 선하거나 악하다고 먼저 규정하기보다 그 사람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아무도 그렇게 말 안 하잖아요."

입시에서 햄릿을 연기하며 품었던 의문은 어쩌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김대명이 무언가를 깊이 들여다보는 건 연기만이 아니다.

음식에도 진심인 김대명

나영석 PD와 함께한 유튜브 '채널 십오야'의 〈맛따라 멋따라 대명이따라〉나 최근 출연한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77회를 보면 그는 음식에도 꽤나 진심이다.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먹고 끝내기보다 재료와 조리법을 궁금해 하고 무엇이 다른지 살핀다. 맛집을 찾아 하루에 일곱, 여덟 곳을 다니기도 한다.

연기와 음식은 전혀 다른 이야기 같지만, 김대명이 그것들을 좋아하는 방식은 묘하게 닮아 있다.
좋아하는 것을 대충 지나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 보고, 오래 들여다보고, 더 알고 싶어 한다.

입시에서 네 번이나 떨어지면서도 틀에 박힌 연기를 하기 싫었다는 이야기나,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처음에는 그가 꽤 고집스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야기를 더 듣다 보면 고집보다는 '깊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좋아하는 것을 깊이 알고 싶어 하고, 알게 된 만큼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요정식탁〉에서 김대명은 사람들이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잘 만들어서 잘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돌아보면 그가 대학 입시 때부터 고민했던 것도 결국 비슷한 문제였던 것 같다. '내가 어떻게 연기해야 멋있어 보일까'보다 '사람들이 보기에 정말 저 사람 같을까.'

그 질문을 오래 품었기에 김동식 대리도, 양석형 교수도, 노만희도 '그럴 것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김대명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그것으로 먹고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대충 좋아하지 않고, 더 알고 싶어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이라면 그 말이 더욱 반가울 테다.

배우 김대명이 계속 행복하게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도 그가 만들어낸 '그럴 것 같은 사람들'을 오래 만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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