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3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대도시의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이다. 물론 이것이 왜 문제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는 지역에 살거나 당장 주택을 살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을 두고 왜 온 국민이 걱정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집값 급등은 해당 지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한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면 가격 상승은 인접 지역으로 번지고, 집값이 오른 지역의 주택 소유자가 늘어난 자산가치를 바탕으로 대출을 받아 다른 지역의 주택을 매입하면 그곳의 가격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지방에 사는 사람조차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임차로 살면서 서울에 주택을 매입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서울 주택이 거주 공간이 아니라 전국적인 자산증식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 지역에서 시작된 과열이 전국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은 움직일 수 없지만 부동산을 사고파는 사람과 자금은 움직인다. 그런 의미에서 한 지역에서 발생한 집값 급등은 결코 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산증식과 갭투자로 비정상화된 서울 부동산시장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화할수록 대도시의 이점은 커진다. 서비스업은 사람과 기업의 밀집에서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은 교육·문화·의료·교통 등 각종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어 거주지로서의 선호도도 높다. 기업 활동을 위한 수요와 거주를 위한 실수요가 동시에 강한 곳이니 주택가격에 상승 압력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런데 사람과 기업이 서울로 몰리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주택 양도차익이 발생하면서 서울 주택이 유력한 자산증식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양도차익을 노리는 갭투자도 확산됐다. 서울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은 낮은 자가점유율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자가점유율은 58.4%인데 서울은 44.1%에 불과했다.
서울에 살고자 하는 무주택자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부담 가능한 가격의 매입주택이나 임대주택이다. 그러나 서울은 지가가 높고 개발 가능한 공간도 제한되어 있어 가격 대비 주거 여건이 좋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서울은 항상 매매·전세·월세난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고가 아파트 공급을 늘리면 서울의 주택시장 불안이 해소될까.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해 공급을 늘리자는 주장이 솔깃하게 들리는 이유다. 그러나 서울의 기존 아파트 단지 상당수는 이미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재개발을 하더라도 신규 주택을 대규모로 순증 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신축 아파트는 대체로 고가이기 때문에, 공급 확대가 부담 가능한 주택의 확대로 이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근처럼 거래량은 많지 않은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두고 공급 부족의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서울 집값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 형성되면서 나타나는 시장의 경직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매수자는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매도자는 "싸게 팔 바에는 기다리겠다"라고 버틴다. 그 결과 매수 수요와 매도 물량이 동시에 줄어든 가운데 구매력이 있는 일부 매수자가 간헐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하면서 신고가가 형성된다. 거래는 활발하지 않은데 가격지표는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1 주택 비거주와 다주택에 대한 비과세 혜택 축소 개편은 바람직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거주 수요와 양도차익을 노리는 자산 수요가 모두 강한 서울에서는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부동산세제를 설계할 때에는 조세의 형평성과 시장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1 주택 실거주 가구가 평균적인 가격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면 1 주택이라도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보유한 경우나 다주택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보유세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공간이 부족한 서울에서는 한정된 주택을 실제 거주 목적으로 이용하는 가구를 상대적으로 우대하는 것이 타당하다. 보유세만큼 중요한 것이 양도소득세다. 주택 매매를 통해 막대한 양도차익이 발생하는데 국가가 이를 제대로 과세하지 않는다면, 큰 양도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세제개편안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종부세 개편안에서는 1 주택 비거주자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 1 주택 실거주자라 하더라도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부담을 소폭 높였다. 양도세 개편 역시 종부세 개편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1 주택 비거주자와 다주택자의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크게 축소하는 방향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가 이미 종료된 데 이어 이번에는 1 주택 비거주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크게 줄였다.
이번 대책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양도차익 비과세에 한도를 설정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차익의 규모가 아무리 커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부터 비과세 대상 양도차익에 20억의 한도가 도입되고 이후 그 한도가 10억으로 더욱 축소된다. 이렇게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범위가 제한된다면 대출 이자와 보유세 부담까지 고려할 때 단순한 자산증식을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수요는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세금 폭탄'이라는 조세저항을 넘어야 한다
다만 세제개편의 방향이 옳다고 해서 정책의 강도까지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종부세 부담의 실제 증가액을 보면 상당수 주택 보유자가 무겁다고 느낄 정도의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1 주택 실거주자의 경우 40억 원 주택의 종부세가 약 630만 원에서 향후 약 730만 원으로 증가하는 정도다. 3채 합산 가격이 40억 원인 다주택자의 경우 종부세는 약 820만 원에서 1970만 원으로 늘어나 증가 폭이 훨씬 크지만, 절대적인 세 부담이 자산가치에 비해 충분히 무거운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강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과 함께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종부세와 양도세의 거주 중심 개편, 종부세 주택가격 기준 일원화 등 핵심적인 내용이 2028~2029년에 이르러서야 본격 시행된다는 점이다.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충격을 줄이고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한 경과조치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2028년 총선을 비롯한 정치 일정과 맞물리면서 시행을 앞두고 제도를 다시 완화하라는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자마자 강한 조세저항이 나타나고 있다. 비거주 1 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자 집주인들이 직접 거주하겠다며 세입자를 내보내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한 신문에서는 임차한 주택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이 앞으로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못할까 우려한다는 사례까지 소개했다.
물론 세제개편 과정에서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 훼손되거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러나 개별적인 부작용이나 일부 사례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의 기본 방향 자체를 되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처럼 부동산세제의 방향을 비교적 제대로 잡은 개편안이 나왔다.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예상되는 거센 조세저항을 견뎌내고 이번 개편의 취지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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