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청양읍 시가지 ② 수몰 예정지, 댐이 시작되는 곳(상류) ③④ 수몰 예정지 ⑤ 대청댐(금강 본류) ⑥ 금강변 및 지천 하류(대청댐 방류 시 금강 수위 높아져 반복 침수) ⑦ 금강(서해 만조 시 강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해 역류하고, 그 역류가 지천댐 수몰 예정지까지 거슬러 올라옴) (자료 출처 : 환경부, 이해를 돕기 위해 이미지에 번호 추가)
환경부
"지천댐에서 댐물을 방류하면 그 물은 금강을 거쳐 바다를 향해요. 그런데 바다가 만조일 때는 그 물이 못 내려가고 금강을 되짚어 올라오다 지천댐 예정지까지 역류하게 되죠. 2023년 폭우 때 공주·청양·부여군에 큰 수해가 난 원인도, 대청댐이 방류한 그날 하필 바다가 만조였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폭우로 금강물이 역류하는 상황에서, 대청댐과 지천댐이 동시에 방류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청양군과 부여군 일대가 다 물바다가 되겠죠. 그런데 홍수 예방을 위해 지천댐을 만든다고요? 금강과 지천, 둘 다 바다의 영향을 받는 청양에서, 그게 말이 됩니까?"
김 위원장은 그동안 댐이 없어서 홍수가 난 게 아니었음을 거듭 강조한다. 대청댐 방류로 금강 수위가 높아지고, 서해 만조 때는 강물이 바다로도 빠져나가지 못해 역류했던 것.
이 현상에는 이름이 있다. 바로 '배수위 효과'. 하류의 수위가 높아지면, 그 압력이 상류의 물을 밀어 올리는 현상이다. 지천 하류의 상습적 침수 원인은 폭우가 아니었다. 금강 물이 밀어 올리는 힘 때문이었다.
수자원·하천공학 전문가 백경오 교수(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 물관리 정책 개편 방안 정책토론회(2026.3.18.)"에서 '지천댐은 해당 지역의 침수 예방에 아무런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증언했다.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은 따로 있었다. 하천과 배수시설을 제대로 정비하는 것. 주민들은 지자체에 오랫동안 이걸 요구해 왔다.
청양은 충남 15개 시군 중 하천 정비와 하수처리시설 조성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이다. 4대강 중의 하나인 금강 지류에 속해 우선 정비가 필요한 곳인데도, 늘 후순위로 밀렸다.
"강을, 바다를 깨끗이 하려면 청양처럼 바다의 영향을 받는 지역부터 해줬어야 해요. 그런데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안 해줬죠. 늘 도시 먼저 하고, 청양은 뒤로 밀렸어요. 이건 명백히 도지사와 환경부가 잘못한 거예요."
충남도가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은 미뤄둔 채, 이제 와서 그것을 댐 찬성에 대한 대가처럼 내세우고 있다.
"당연히 진작 해줬어야 할 일을 안 해놓고선, '댐 찬성하면 해줄게'라니, 댐을 조건으로 그걸(하천 정비) 받는 게 말이 되나요?"
어디가 물에 잠기는가
지천댐 예정지는 칠갑산 남서쪽 자락, 청양 장평면과 부여 은산면을 잇는 계곡부에 있다. 6개 마을, 300여 세대가 수몰되는 규모다. 수몰 대상지 몇 곳을 차로 이동하며 보았다. 그 중 '까치내 계곡'에 오래 머물렀다.
까치내는 충남의 대표적인 물놀이 장소다. 오토캠핑장이 조성되어 있고, 강을 따라 넓은 자갈밭이 펼쳐져 있다. 계절마다 텐트를 치고, 자갈밭에 돗자리를 펴고, 얕은 물에서 몸을 적신다.

▲휴가철 까치내 계곡 전경. 오토캠핑,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인근 주민이 운영하는 펜션·식당·카페도 함께 활기를 띤다. 지천댐이 들어서면 이 모든 곳이 물에 잠긴다.
김명숙
김 위원장이 강물에 손을 담그며 물었다.
"우리 옛날엔 다들 강수욕했던 거 아세요?"
발 딛고 있는 자갈밭 가까이 물이 찰랑인다. 제방이나 난간으로 경계가 그어지지 않은 강. 풍경이 아니라, 손발을 담그고 노는 강. 30여 년 전만 해도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던 곳이다. 지천댐이 들어서면 모두 수몰될 것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관광객들이 와서 자연을 즐기고, 주민들이 펜션·식당·카페 등 경제활동도 잘하고 있는데, 여기를 다 파헤쳐서 수몰시키고, 15년 뒤에 출렁다리 전망대가 생긴들,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한강도 한때는 사람들이 강수욕을 즐기던 곳이었다.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을 기점으로, 한강은 자연이 아닌 '뷰'가 되었다. 산책로와 강 사이엔 난간이 있고, 콘크리트가 사람과 물을 가른다.
까치내에서는 달랐다. 자갈밭에서 몇 걸음만 걸어도 얕은 물을 만난다. 사람과 물이 같은 높이에 있었다. 아이들이 걸어서 물속으로 들어가고, 물에서 나온 사람은 다시 자갈밭에 앉았다.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강은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것이다. 주민들은 '내 몸을 담그는 곳'이라 여기며 살아왔기에, 함부로 더럽히지도 않았다. 누구나 들어가 수영하고 재첩, 참게, 쏘가리를 잡으며 캠핑을 즐겼다. 하지만 댐이 들어서는 순간, 이 물의 주인은 바뀐다.
"댐이 생기는 순간을 기점으로, 댐의 물은 환경부의 재산이 됩니다. 국가가 통제하니까요. 우리에겐 이용 권한이 없어요. 그 물을 판매하는 것도 환경부지, 우리 청양군의 것이 아니에요."
이것이 진정한 '공론화'입니까?
김 위원장은 평생 머리를 이만큼 길러본 적이 없다. 지천댐 반대대책위 삭발식 이후, 다시 자란 머리가 어느새 어깨까지 내려왔다.

▲김명숙 지천댐 반대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뒤로 까치내 계곡의 구멍바위가 보인다. 오래전부터 주민들과 '지천생태모임'을 꾸려 지천의 생태와 인문학을 기록하고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정소은
"지천댐 백지화가 되면, 제가 원하는 짧은 머리로 돌아갈 거예요."
청양에서 태어나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다 지방정치에 뛰어들었다. 2006년 청양군 최초의 선출직 여성 기초의원으로 두 번 당선됐고, 이후 충남도의원을 지냈다. 오래전부터 주민들과 '지천생태모임'을 꾸려 지천의 생태를 기록하고 알리는 일도 해왔다. 5대조 산소까지 다 청양에 있는 순수 토박이다.
지천댐의 최근 상황부터 물었다. 지난해 12월, 타운홀미팅('충남의 마음을 듣다')에서 반대대책위 주민은 대통령에게 직접 백지화를 요구했다. 그보다 앞서 청양을 찾은 환경부 장관은 "물은 흘러야 한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내심 그 한마디에 희망을 걸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타운홀미팅에서 대통령의 답은 원론적이었다. "지천댐은 보류 대상이다. 정부가 세밀하게 검토해서 결정하겠다." 즉,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뜻.
김 위원장은 바로 그 '공론화'의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는 지천댐 공론화위원회 6명을 일방적으로 구성했다. 정부가 자체 선정한 '중립' 2명, 찬성 측과 반대 측 추천 전문가 각 2명. 하지만 반대대책위는 이를 거부했다. "백지화를 요구하는 입장에서, 댐 건설 여부를 논의하는 위원회 자체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남은 건 찬성 측 2명과, 정부가 고른 '중립' 2명. 그러나 반대대책위는 이 '중립'도 믿지 않았다. 지천댐을 추진해 온 당사자인 환경부가 직접 고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금 환경부가 선정한 단 6명의 위원이, 누가·언제·무엇을·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게 밀실행정으로 진행하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공론화인가요? 공론화의 '공(公)'이 뭐예요? '열려 있다'는 뜻이잖아요."
중앙정부는 그렇다 쳐도, 지방정치는 주민의 방패 역할을 해주고 있을까.
"정부나 충남도지사는 청양을 희생시켜 댐을 만들려고 할 수도 있다 치죠. 하지만 이 지역에 살고 있는 군수, 국회의원은 지천댐이 청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앞장서서 논의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논의가 2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지금은 지방자치 시대잖아요. 환경부가 공론화하면 그대로 따르겠다고요? 그럼 군수와 도지사는 왜 주민이 직접 뽑습니까? 차라리 정부가 임명하는 관선으로 돌아가지."
지방자치는 1960년대에도 있었다. 주민이 직접 면장과 면의원을 뽑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들어서며 하루아침에 폐지됐고, 이후 30년 가까이 풀뿌리 지방자치의 명맥이 끊겼다.
주민 의견 청취를 위해 마련한 공청회에서, 경찰이 반대 측 주민들이 좌석에 앉는 것을 막으며 과잉 진압한 적도 있었다. (관련 기사:
"경찰 과잉진압으로 뇌진탕... 공안탄압 멈춰라" https://omn.kr/2b4ws

▲(좌) "금강권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 공청회"(2024.11.22, 대전컨벤션센터)에 정복·사복경찰이 대거 동원됐다. 댐 반대 측 주민들은 자리조차 얻지 못했다. (ⓒ유튜브 '청양테레비' 영상 캡처) (우) 2024년 11월 25일, 청양군청 로비에서 공청회의 부당함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채증하던 경찰이 밀어 김명숙 위원장이 뒤로 넘어졌다. (ⓒ지천댐 반대대책위원회)
유튜브 청양테레비, 지천댐 반대대책위원회
방청석 맨 앞 세 줄은 이미 사복경찰이 차지하고 있었다. 발언권을 주지 않는 환경부에 맞서, 김 위원장은 의자 위에 올라가 목소리를 냈다. 경찰에 둘러싸인 채 발언을 마쳤고, 자리로 돌아가려는 순간 경찰에 떠밀려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이렇게 부당하니까, 도중에 멈출 수가 없어요. 우리가 행동을 멈추면 그 즉시 실행할 테니까요. 힘들어도 하는 데까진 해야지."
'세우는' 댐 아닌, '막는' 댐
인터뷰를 마칠 무렵, 김 위원장이 휴대폰 속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지천댐 반대 집회에서, 한 할머니가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정OO입니다. 저는 죽림리로 시집온 지 58년째입니다. 아무 걱정 없이 자식들 가르치고 잘 먹고 잘 살아왔는데, 지금 지천댐을 막는다 하니, 팔십 된 제가 몸으로라도 반대하겠습니다. 저는 한평생 살아온 죽림리에서, 끝까지 살다가 죽고 싶습니다! 반대해 주십시오!"
그날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 귀에 남았던 말이 있다. 그들은 댐을 '세운다'고 하지 않았다. 댐을 '막는다'고 했다.
그 말이 정확했다. 지금의 지천은 청양 주민뿐 아니라 누구라도 다가갈 수 있는 자연이자 공공재다. 하지만 댐이 물줄기를 막는 순간, 그 일대의 물은 국가가 관리하고 통제하는 대상이 된다.
댐 건설에 맞서는 주민을 설득하려는 정부의 논리는 늘 비슷했다. 물이 부족하다, 홍수를 예방한다, 관광사업을 활성화 해주겠다. 반복되는 거짓말이었다.
지역소멸을 걱정한다는 정부와 지자체가, 자기 땅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주민들을 또다시 백지화 투쟁으로 내몰았다. 벌써 네 번째다. 청양의 인구는 3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한 지역이 소멸되지 않기를 진정 바란다면, 그곳을 자원 공급처가 아닌 누군가의 삶터로 대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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